통일백서에 담긴 ‘평화적 두 국가’ 구상…통일부 “북한을 국가로 승인한 것 아니다”

정치
정동영 통일부 장관[c]더푸른미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간된 통일백서에 남북관계를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표현이 담기면서 논란이 일자, 통일부가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는 해당 구상이 북한을 법률상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북이 사실상 별개의 정치적 실체로 존재해온 현실을 바탕으로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기 위한 검토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2026년 통일백서에 포함된 ‘평화적 두 국가 관계’ 표현과 관련해 “북한을 법적으로 국가로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부정하거나 헌법상 통일 지향 원칙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대립과 단절이 장기화된 현실 속에서 평화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통일부는 전날 공개한 통일백서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적대적 두 국가’ 노선에 대응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표현이 정부가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면서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 조항 및 통일 책무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와는 다른 특수관계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한 전례를 계승하되, 이를 북한에 대한 법적 승인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인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과, 국제법상 별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또 ‘평화적 두 국가’ 구상이 이재명 정부의 공식 대북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기본 방향은 ‘한반도 평화공존’이며, 해당 표현은 남북 간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기 위해 통일부 차원에서 검토 중인 여러 구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남북관계의 현실 인식과 헌법상 통일 원칙 사이의 긴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 담론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언어와 틀로 남북관계를 재정립할 것인지는 향후 대북정책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일부는 평화공존의 제도화가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입장이다. 다만 ‘두 국가’라는 표현 자체가 갖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만큼, 정부가 향후 이 구상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식화할지에 따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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