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민주당 박살”에 박지원 “땡감 낙선”…부산 북갑, 지역 보선 넘어 보수 재편 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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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전국 정치권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c]더푸른미래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전국 정치권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국회 배지를 달고 법사위와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의 전횡을 박살 내겠다”고 말하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덜 익은 땡감”에 빗대며 “낙선할 게 뻔한데 어떻게 법사위에 오느냐”고 맞받았다. 지역 개발과 민생 현안을 다뤄야 할 보궐선거가 한동훈의 정치적 생환, 국민의힘 내부 주도권, 민주당의 부산 교두보 사수라는 세 갈래 전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선거 구호를 넘어 자신의 정치적 복귀 명분을 분명히 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부산 북구에서 열린 선대위 발족식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대표 시절 민주당과 충돌했던 경험을 상기시키며, 국회 입성 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강한 견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를 ‘대민주당 전투력’ 평가장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한 후보 입장에서는 무소속 출마로 약해진 정당 기반을 개인 인지도와 대여 투쟁 이미지로 보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지원 의원의 반격은 그 지점을 정조준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를 “덜 익은 땡감”에 비유하며, 국회 법사위 진입을 말하기 전에 당선 가능성부터 증명하라는 취지로 비꼬았다. 특히 “청문회 증인으로 법사위에 출석할 날이 올 수는 있다”는 식의 표현까지 동원하며, 한 후보가 상상하는 ‘공격수 한동훈’의 무대를 오히려 피감·검증의 무대로 뒤집었다. 노회한 정치인의 촌철살인이지만, 동시에 민주당이 한 후보를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부산 북갑이 이처럼 과열되는 이유는 선거 구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 보궐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주요 주자로 나섰고, 후보 등록 뒤 하 후보는 기호 1번, 박 후보는 2번, 한 후보는 6번을 받았다. 부산시 선관위는 후보 등록 마감 뒤 이 같은 기호 배정을 확정했는데, 사실상 민주당 후보 1명과 보수 성향 후보 2명이 맞붙는 3자 구도가 형성됐다.

이 구도는 민주당에는 기회이자 부담이고, 보수 진영에는 분열의 위험이다. 부산 북갑은 2024년 총선에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곳으로,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부산 내 상징 지역이고, 국민의힘으로서는 되찾아야 할 자존심의 지역이다. 여기에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보수 표심이 박민식 후보와 갈라지는 구조가 됐다.

최근 공개된 여론 흐름도 이 선거의 민감성을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북갑 조사에서 하정우 후보 39%, 한동훈 후보 33%, 박민식 후보 20%로 나타나 1·2위가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을 보였다. 같은 보도에서 양자 대결을 가정할 경우 하정우 대 박민식은 44% 대 30%, 하정우 대 한동훈은 41% 대 39%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 후보는 박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게 나타나지만, 보수 후보가 갈라진 현재 구도에서는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보수 단일화 논란은 선거 초반부터 계속됐다. 친한동훈계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당 지도부가 보수 통합과 재건을 위해 한동훈·박민식 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표만 계산하는 단일화는 보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박민식 후보 역시 앞선 국면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한 후보도 독자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양측의 접점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한 후보가 “민주당 박살”을 전면에 내건 것은 이런 불리한 구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그는 보수층에 “누가 민주당과 더 잘 싸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은 박민식 후보가 조직과 정통성을 내세운다면, 한 후보는 전국적 인지도와 대여 전투력을 앞세워 보수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시에 지역 선거를 중앙정치의 격돌장으로 만들고, 북구 주민들의 생활 현안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역풍도 안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조롱 섞인 반응도 결국 선거의 핵심이 ‘한동훈 변수’에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민주당이 정말 한 후보를 무시할 수 있는 약체로만 본다면 굳이 강한 표현으로 맞받을 이유가 크지 않다. 박 의원의 발언은 한 후보의 기세를 초반에 꺾고, “당선 뒤 법사위에서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서사를 “낙선이 예정된 과장된 호언”으로 바꾸려는 정치적 프레임 전쟁이다.

부산 북갑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한동훈 후보가 개인 브랜드만으로 국민의힘 조직 후보를 넘어 보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둘째, 박민식 후보가 공천 정통성과 지역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 본류의 힘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셋째,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보수 분열 구도 속에서도 지역 의제와 안정감을 앞세워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을 이어받을 수 있느냐다.

한동훈 후보의 “민주당 박살” 발언과 박지원 의원의 “덜 익은 땡감” 반격은 거친 설전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부산 북갑 보선의 본질이 놓여 있다. 이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 1석을 채우는 보궐선거가 아니다. 한동훈의 재기 가능성, 국민의힘 내부 권력 지형, 민주당의 부산 확장 전략이 한꺼번에 걸린 정치적 시험대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후보들의 지역 공약보다 ‘누가 누구를 꺾느냐’는 중앙정치 구도가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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