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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조 분열 뒤 신설노조, 기존 노조 재산 자동 승계 못 해”… 대전고법 항소 기각

기업·노동 법률판결·사건 리포트
[대전지방고등법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조합으로 이관된 뒤 기존 노동조합이 사실상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새로 설립된 노조가 “기존 노조의 재산상 권리를 자신이 승계했다”며 10억 원대 조합재산 반환을 요구한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영업양도가 있었다고 해서 근로관계와 조합원 지위가 곧바로 끊기는 것은 아니며, 신설노조가 기존 노조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기존 조합재산을 특정 노조가 승계하려면 노동조합법이 요구하는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전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2025년 7월 9일 부당이득금 사건에서 A노동조합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 B노동조합이 원고에게 10억2178만7354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대전도시공사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하던 근로자들이 새로 설립된 H조합으로 이동한 뒤, 그들을 주축으로 명칭을 바꾼 기존 노조와 도시공사에 남은 일부 조합원들이 따로 설립한 신설노조 중 누구에게 기존 조합재산의 권리가 귀속되는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전도시공사는 오랫동안 대전 5개 자치구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업무를 맡아왔고, 이에 종사하던 근로자 476명은 구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해왔다. 이후 대전광역시와 5개 자치구, 대전도시공사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의 공공성 유지와 고용 안정을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조합 설립 협약을 맺었고, 2021년 10월 H조합이 설립됐다. 이어 대전도시공사는 같은 해 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과 관련한 업무·직원·자산을 H조합에 포괄적으로 넘기는 인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노조 조합원 476명 가운데 수집·운반 업무를 하던 438명은 2021년 말 사직서를 내고 2022년 1월 1일부터 H조합 소속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반면 처리 업무를 맡고 있던 38명은 계속 대전도시공사에 남았다. 문제는 기존 노조 명의로 적립돼 있던 조합비와 쟁의기금, 상조회기금, 장학기금 등 총 10억2178만7354원의 조합재산이었다. 이후 기존 노조 측은 명칭을 B노동조합으로 바꾸는 변경신고를 했고, 도시공사에 남은 38명은 별도로 A노동조합을 설립했다. A노조는 자신들이야말로 기존 노조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주체라며, B노조가 조합재산을 가져간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먼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 문제로 봤다. 판결문은 H조합이 대전도시공사로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사업을 영업목적으로 한 인적·물적 조직 일체를 동일성을 유지한 채 넘겨받았다고 판단했다. 협약서에 전원 고용승계 보장이 담겨 있었고, 실제로 H조합은 관련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했으며, 기존 근로자들도 같은 형태의 노동을 지속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수집·운반 업무 종사자 438명의 근로관계가 H조합으로 포괄 승계됐다고 봤다.

이 판단은 조합원 자격 문제로 이어졌다. 원고는 기존 규약상 “사업장에서 퇴직 또는 해고되었을 시” 조합원 자격을 잃는다고 돼 있으므로, H조합으로 옮긴 438명은 대전도시공사에서 퇴직한 순간 기존 노조 조합원 지위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형식상 사직서 제출이 있었더라도, 영업양도에 따라 근로관계가 계속 승계된 이상 이를 진정한 의미의 퇴직이나 단절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규약의 해당 조항 역시 근로관계의 종료를 전제로 한 자격 상실 규정으로 해석해야지, 영업주체 변경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조항으로 읽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영업양도라는 외부 사정에 의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거 조합원 자격을 잃는 결과는 노동조합이나 조합원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봤다.

결국 법원은 438명이 여전히 기존 노조의 조합원 지위를 유지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이 성립하면, 도시공사에 남은 38명만이 기존 노조의 조합원으로 남았다는 A노조의 전제는 무너지게 된다. 재판부는 이어 A노조가 과연 기존 노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조직인지도 따져봤지만,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자, 설립 시점, 인적 구성 등이 모두 달랐고, 상급단체 가맹 구조나 규약 내용에도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기존 노조는 K에 가맹하고 있었던 반면, A노조 규약에는 해당 상급단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A노조와 기존 노조 사이의 실질적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B노조가 기존 노조의 재산을 완전히 적법하게 승계했다고 본 것은 아니었다. 법원은 오히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절차상 문제를 짚었다. 기존 노조의 조합원 476명 중 438명으로 구성된 B노조가 기존 조합재산을 그대로 승계하려면,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 변경 또는 분할에 관한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을 갖춘 총회 의결 없이, 단순히 대의원회 결의만으로는 재산상 권리 승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사건에서는 2022년 1월 대의원회에서 명칭 변경 결의가 있었을 뿐, 총회에서 조직형태 변경이나 분할 및 재산 귀속에 관한 결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기서 곧바로 원고 승소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B노조가 조합재산을 보유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A노조의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A노조는 기존 노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조직도 아니고, 기존 노조의 조합원 전체를 대표하는 지위도 아니므로, B노조를 상대로 자신이 조합재산의 권리자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결국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 재산 귀속 분쟁에서 두 가지 기준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영업양도와 고용승계가 있더라도 조합원 지위는 쉽게 단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노조의 재산을 특정 조직이 승계하려면 노동조합법이 요구하는 총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즉, 원고는 기존 노조와의 동일성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했고, 피고 역시 총회 결의 없는 재산 승계가 온전히 정당하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는 구조다. 판결은 조합 분열 상황에서 “누가 기존 노조인가”와 “누가 기존 재산을 가질 수 있는가”를 동일 문제로 취급하지 않고 분리해 판단한 셈이다.

이 사건은 지방공기업 업무 이관, 고용승계, 영업양도, 노동조합 분열, 조합재산 귀속이라는 여러 쟁점이 겹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법원은 형식적 사직서 제출이나 새 노조 설립만으로 권리 귀속을 단정하지 않고, 실제 사업 이전의 성격과 근로관계의 연속성, 기존 규약 체계, 총회 결의 존재 여부를 단계적으로 따져 결론에 이르렀다. 조합재산을 둘러싼 향후 유사 분쟁에서도, 조직의 실질적 동일성과 법정 절차 준수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판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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