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쏘고 “계엄령 놀이”… 양양군 공무원 실형, 공직사회 괴롭힘의 민낯 드러냈다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계엄령 놀이’를 하며 상습 폭행과 협박, 모욕을 일삼은 강원 양양군 소속 공무원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행 횟수와 수법, 피해자들이 겪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들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공공조직 내부에서 장기간 방치된 괴롭힘이 어떻게 폭력과 지배의 문화로 굳어질 수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주철현 판사는 15일 양양군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 A씨에게 강요·상습협박·상습폭행·모욕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횟수,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들이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은 제한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에 제시한 공소사실은 단순한 직장 내 마찰의 범위를 한참 넘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20대 환경미화원 3명에게 총 120차례에 걸쳐 강요와 폭행을 반복하고, 10차례 협박, 7차례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들은 공무직 1명과 기간제 2명으로, 모두 A씨의 지휘 아래에서 일하던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이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괴롭힌 사안”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괴롭힘 방식은 엽기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다 담기 어렵다. A씨는 사소한 불만을 이유로 쓰레기 수거 차량을 일부러 멀리 세워 피해자들이 차를 따라 뛰게 하거나, 일부러 천천히 운행해 업무를 지연시키는 식으로 위력을 행사했다. 담배꽁초를 던지고 비비탄 총을 쏘는 방식의 폭행도 반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 주식 가격이 떨어지자 “주가가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제물로 바쳐 밟겠다”는 취지로 위협했고, 피해자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다른 피해자에게 발로 밟게 하는 이른바 ‘멍석말이’를 강요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여기에 “주식을 사지 않아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며 1인당 100주씩 주식을 사게 하고, “주가 상승을 위해 빨간 속옷을 입어야 한다”며 착용 여부를 강제로 확인하게 한 행위까지 재판에서 거론됐다.
이번 판결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거리의 청결을 책임지는 환경미화원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그들은 단순한 모욕을 넘어 일상적 공포와 신체적 위해에 노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은 법정에 직접 출석해 엄벌 탄원서를 낭독했고, 재판부도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양형에 반영했다. 공탁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수령을 거부한 점도, 이 사건이 단순한 금전 배상으로 수습되기 어려운 성격임을 보여준다.
사건은 개인의 폭력성만이 아니라 조직의 관리 책임 문제로도 번졌다. 고용노동부는 직권조사 결과 양양군이 피해자를 포함한 다수 직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을 최종 부과했다. 애초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지체 없이 조사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지만, 이 부분의 과태료 부과는 양양군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취소됐다. 결국 중앙정부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양양군 내부의 예방·대응 체계가 최소한의 법적 기준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목은 공공부문이라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더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별도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조치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사업장 차원의 교육과 예방체계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처럼 공공조직 내부에서 상급자의 반복적 지배와 폭력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것은, 교육과 매뉴얼만으로는 현장의 권력관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기간제나 공무직처럼 고용상 지위가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피해를 견디며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기에 신고가 작동하고 즉각 분리·조사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양군은 최근 다른 비위 의혹들로도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뉴시스는 지난해 말 양양군이 군수 구속과 공무원 갑질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또 다른 공무원·업체 유착 의혹까지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공무원의 기행으로 축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직 안에서 비정상적 권력행사가 반복되는데도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개인보다 시스템에 더 가깝다.
이번 1심 판결은 피해자들에게 일부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질문을 남긴다. 120차례에 이르는 괴롭힘이 이어지는 동안 조직은 왜 더 빨리 멈추지 못했는가. 공공기관 내부의 위계는 왜 이렇게 쉽게 사적 지배와 폭력의 도구가 되는가. 그리고 가장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들이 보호받으려면, 사후 처벌 외에 어떤 장치가 더 필요한가. 법원은 일단 실형으로 답했지만, 공직사회가 이 사건을 단지 ‘괴이한 갑질 사건’으로 소비한다면 같은 질문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