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22만개 늘었지만 청년은 빠졌다…고용 회복의 그늘 된 ‘20대 감소’

지난해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가 22만개 넘게 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20대 이하 일자리는 13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보건·사회복지 일자리 확대와 숙박·음식업 회복, 건설업 감소 폭 축소가 전체 고용 지표를 끌어올린 반면, 제조업·건설업·정보통신업 등 청년층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면서 세대별 고용 온도 차가 뚜렷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19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112만3천개로 1년 전보다 22만1천개 증가했다. 증가 폭은 2024년 4분기 15만3천개에서 2025년 1분기 1만5천개까지 급감한 뒤, 2분기 11만1천개, 3분기 13만9천개, 4분기 22만1천개로 확대됐다. 분기 기준 증가 폭이 20만개를 넘은 것은 2024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이번 통계에서 임금근로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취업자 수’와 다르다. 한 사람이 두 개의 임금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 일자리 수는 두 개로 잡힌다. 전체 일자리 가운데 전년 동기와 같은 근로자가 계속 점유한 지속일자리는 1549만4천개로 73.4%를 차지했고, 퇴직이나 이직으로 근로자가 바뀐 대체일자리는 327만2천개였다. 기업 생성이나 사업 확장으로 새로 생긴 일자리는 235만6천개, 기업 소멸이나 사업 축소로 사라진 일자리는 213만5천개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가 전체 증가세를 사실상 주도했다. 보건·사회복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2만6천개 늘어 모든 산업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는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8만1천개, 보건업에서 4만5천개가 증가했다. 고령화로 의료·돌봄 수요가 커지고, 요양·복지 서비스 관련 고용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건·사회복지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60대 이상 일자리였다는 점은 한국 노동시장이 빠르게 고령층 중심 서비스 고용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박·음식업과 전문·과학·기술업도 증가세를 보탰다. 숙박·음식업은 4만개 늘었고, 이 가운데 음식점 및 주점업이 3만7천개를 차지했다. 전문·과학·기술업은 3만3천개 증가했으며, 전문서비스업과 건축 기술·엔지니어링 분야가 증가를 이끌었다. 소비 회복과 서비스 수요 확대, 일부 투자·건설 관련 전문직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건설업은 여전히 가장 큰 감소 업종이었다. 건설업 임금근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8만8천개 줄었다. 다만 직전 분기 감소 폭이 12만8천개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세는 다소 완화됐다. 통계 작성 시점인 지난해 11월 건설기성과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월보다 개선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도 1만4천개 감소했고, 정보통신업은 2천개 줄었다. 제조업 안에서는 기타 금속가공제품, 전자부품, 섬유제품 염색 등에서 감소가 나타났다.
세대별 격차는 더 선명했다. 60대 이상 임금근로 일자리는 24만6천개 늘어 전체 증가분보다도 많았다. 30대는 9만9천개, 50대는 2만4천개 증가했다. 반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11만1천개 줄었고, 40대도 3만7천개 감소했다. 전체 일자리가 늘었음에도 청년층과 중년 핵심 연령층 일부에서는 고용 기반이 약해진 셈이다.
특히 20대 이하 일자리 감소는 2022년 4분기 이후 13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20대 이하에서는 숙박·음식업과 운수·창고업 일부를 제외하면 제조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청년층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에 더해, 청년들이 많이 진입하던 업종의 경기 둔화와 채용 축소가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감소가 단기 경기 요인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형태별로는 회사 이외의 법인에서 11만7천개, 정부·비법인단체에서 5만3천개, 회사법인에서 3만5천개, 개인기업체에서 1만5천개가 늘었다. 공공·비영리·복지 영역의 고용 확대가 민간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고용 회복을 보완하는 구조가 더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성별로는 여성 일자리가 20만2천개 늘어 남성 증가 폭 1만9천개를 크게 웃돌았다. 보건·사회복지와 돌봄, 서비스업 중심의 증가세가 여성 고용 확대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번 통계는 숫자상 고용 회복과 체감 고용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전체 일자리는 5분기 만에 20만개대 증가를 회복했지만, 증가의 상당 부분은 고령층과 보건·복지 서비스에 집중됐다. 반대로 청년층이 선호하거나 경력 형성의 출발점이 되는 제조업, 정보통신업, 건설업에서는 감소가 이어졌다. ‘일자리는 늘었는데 청년은 줄어드는’ 역설적 고용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일자리 증가가 양적 회복을 넘어 청년층의 진입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고령화에 따른 돌봄 일자리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청년층에게 안정적 경력과 소득을 제공할 산업 일자리가 함께 늘지 않으면 세대 간 고용 불균형은 더 커질 수 있다. 제조업의 투자 회복, 정보통신업의 신규 채용 재개, 건설업의 연착륙, 그리고 청년층 직무 전환 지원이 맞물려야 고용 회복의 온기가 전 연령대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