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복구’ 노린 메뚜기 업체…대통령 질타에 산림청 전수조사 착수

정치
[‘산불 복구’ 노린 메뚜기 업체…대통령 질타에 산림청 전수조사 [c]더푸른미래]

산불 피해지를 복구해야 할 사업이 일부 부실 업체의 단기 수익 창구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섰다. 산불 현장을 옮겨 다니며 회사를 만들고 입찰을 따낸 뒤, 부실하게 복구하고 폐업하는 이른바 ‘메뚜기 업체’ 문제가 SBS 보도로 드러나자 이재명 대통령은 담당 부처에 구조적 부정 여부를 파악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일부 산불 복구 현장에서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산림이 제대로 되살아나지 못했고, 마른 나뭇가지와 잔재물이 쌓여 오히려 재발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산림사업법인은 산림 관련 자격을 갖춘 기술자가 상시 근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증만 빌려 회사를 세운 뒤 입찰에 참여하는 편법이 만연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BS는 이런 업체들이 산불 현장을 전전하며 사업만 따내고 사라지는 구조를 ‘산불 카르텔’로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해당 보도를 직접 언급하며 산림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는 수년간 이어진 문제를 담당 부처가 왜 몰랐는지, 알았다면 왜 조치가 부실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단순 행정제재만으로는 회사를 새로 만들어 다시 입찰하는 방식을 막기 어렵다며, 입찰 보증금을 올리고 부정이 적발되면 이를 몰수하는 식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산림청은 곧바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부실 운영이 의심되는 산림 업체를 선별해 집중 점검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면허 취소와 형사 고발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특별사법경찰권 확보를 추진하고, 자격증 대여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해 민간 감시망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산불 복구 사업의 품질 문제가 단순 시공 부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불 피해지는 토양 유실, 산사태, 생태계 훼손, 재발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민감한 공간이다. 복구 공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 산림은 회복되지 못하고, 예산은 예산대로 쓰이며, 주민은 2차 피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산림자원법도 산림자원의 조성과 관리를 통해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제도적 허점은 입찰과 자격 관리에 있다. 산림사업은 일정한 기술 인력과 장비, 전문성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자격증 대여가 가능해지면 실제 수행 능력이 부족한 업체도 서류상 요건만 갖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여기에 부실 업체가 사업을 따낸 뒤 폐업하면 사후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대통령이 “행정 제재는 이미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구조를 겨냥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모든 산림복구 업체를 부실 업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산림청 전수조사의 목적도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와 자격증 대여·부실 시공 의심 업체를 구분하는 데 있다. 앞으로 확인돼야 할 부분은 실제 자격증 대여 규모,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이나 명의 대여 여부, 복구 공사의 품질 검증 방식, 지자체와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책임이다.

근본 대책은 세 갈래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입찰 단계에서 서류상 기술자 보유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근무 여부와 수행 실적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 둘째, 공사 완료 뒤 일정 기간 생태 복원 성과를 점검해 부실이 드러나면 보증금 몰수나 재시공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업체가 폐업하더라도 대표자와 실질 운영자가 일정 기간 공공사업 입찰에 다시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산불 복구 사업은 피해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공공사업이다. 이 과정이 ‘수주하고 사라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산림 복원은 실패하고 국민 세금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다. 이번 전수조사가 일회성 단속에 그칠지, 아니면 산림 복구 사업의 입찰·감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 산림청의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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