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안 한 아이를 찾다 드러난 6년 전 죽음”… 3살 딸 살해·암매장 사건, 은폐의 시간까지 법정에 선다

세 살배기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고, 수년간 범행을 숨겨온 30대 친모와 시신 유기를 도운 전 연인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잔혹함 못지않게 충격을 주는 대목은, 아이가 이미 2020년 숨졌는데도 범행이 2026년 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야 드러났다는 점이다. 검찰은 단순 살인과 사체유기를 넘어, 허위로 아동을 학교에 데려가 행정 절차를 속인 정황까지 포함해 친모를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아동학대와 살해, 사체유기 사건인 동시에, 제도의 사각지대와 은폐의 시간이 어떻게 한 아이의 실종을 6년 가까이 감췄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남게 됐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는 4월 15일 30대 여성 A씨를 살인,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아동수당법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A씨의 전 연인인 30대 남성 B씨를 사체유기와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3월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당시 3살이던 친딸 C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시신을 자택에 수일간 둔 뒤, 같은 달 17일 B씨와 공모해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진술 내용은 범행 동기를 더 참담하게 만든다. 연합뉴스와 뉴스1 등에 따르면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딸과 이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목을 졸랐다”거나, “아기를 키우기 힘들었다”, “내 인생의 짐 같았다”, “결혼생활이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처음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수사했지만, A씨가 살해를 인정하는 취지로 자백하면서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해 송치했다. 검찰도 이를 바탕으로 보다 무거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B씨는 아이의 친부는 아니었고, 당시 A씨와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씨가 범행 직후가 아니라 수일이 지난 시점에 A씨와 함께 또는 A씨를 도와 시신을 야산에 묻은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혼자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범인은닉 혐의까지 포함해 기소했다. 이는 단순 사체유기를 넘어 살인 사건의 은폐 과정에 실질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이 더 큰 사회적 충격을 준 이유는, 친모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이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세한 정황 때문이다. 검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C양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다가오자 다른 아동을 친딸인 것처럼 학교에 데려갔다. 지난 1월 예비소집일에는 B씨의 8살 조카를 C양인 것처럼 데려간 것으로 조사됐고, 3월 입학식에 아이가 나타나지 않자 학교 측이 연락을 취하자 다음 날 다시 조카를 데리고 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 A씨가 학교 측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학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결국 한 아이의 죽음은 ‘입학해야 할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행정 절차 속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교육청으로부터 ‘입학 연령인데 학교에 오지 않는 아동이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A씨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이후 지난 3월 18일 안산 단원구 와동의 야산에서 C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이불과 비닐 등에 싸인 채 매장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6년 만에야 피해 아동의 흔적이 세상 밖으로 나온 셈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잔혹한 개인 범죄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 질문도 남긴다. 아이가 사망한 시점은 2020년 3월로 특정되지만, 그 이후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살해 사실은 외부에 포착되지 않았다. 수사기관과 학교, 복지 행정이 뒤늦게 움직인 것은 입학 관리 절차가 작동한 뒤였다. 물론 친모가 다른 아이를 데려가 친딸로 위장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점이 결정적이었지만, 그만큼 미취학·취학 전 아동의 소재를 확인하는 공적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해야 하는지 다시 묻게 만든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아동수당법, 영유아보육법 위반까지 함께 적용한 것도 단순 살해를 넘어 장기간의 은폐와 행정 기만을 별개의 범죄로 본 결과다.
법정에선 친모의 범행 동기와 계획성, 그리고 B씨의 가담 정도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씨는 양육 부담과 개인적 불행을 동기로 거론했지만, 법적으로는 어떤 사정도 세 살 아동의 생명을 빼앗은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 특히 아이가 사망한 뒤 수일간 시신을 방치하고, 수년 동안 생존한 것처럼 가장하며 학교와 행정기관을 속인 정황은 재판부가 죄질을 판단하는 데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 B씨 역시 단순히 연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범행 은폐의 적극적 공범이었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갈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아이를 찾는 시스템”이 얼마나 늦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씁쓸한 기록으로 남는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아이는 이미 6년 전 세상을 떠났고, 그 사실은 출석해야 할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범행의 잔혹성만큼이나 무거운 것은 그 오랜 공백이다. 재판은 이제 친모와 전 연인의 형사 책임을 가리게 되지만, 사건이 사회에 남긴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아이의 죽음이 이렇게 오래 숨겨질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다음 실종 아동은 더 일찍 찾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제도가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