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수도권 지점 설치만으로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배제 못 해”… 법인세 36억 부과 취소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창업한 중소기업이 서울에 사무실을 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세액감면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었다. 법원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지점 또는 사업장을 설치한 경우’라는 문구를 문자 그대로 넓게 해석할 수는 없고, 해당 사무소가 실제로 본점에 준하는 역할을 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2025년 11월 28일 주식회사 A가 수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세무서가 2021년 5월 원고에게 부과한 2019 사업연도 법인세 36억648만9070원 가운데 전부를 취소했다. 해당 세액에는 본세 약 30억5861만원과 가산세 약 5억4787만원이 포함돼 있었다.
사건의 출발점은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규정이었다. 원고 회사는 2018년 대구 수성구에 설립된 법인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창업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며 2019 사업연도 법인세의 50% 감면을 적용해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과세당국은 이 회사가 2019년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F 소재 사무실을 설치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세무당국은 이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지점 또는 사업장을 설치한 경우’로 보고, 감면세액을 전부 부인한 뒤 수십억 원의 법인세를 다시 부과했다.
원고 측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없이 감면대상을 제한한 것이어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둘째, 설령 시행령 자체가 유효하더라도 문제 된 서울 사무실은 단순한 전시장 또는 준비 중인 공간에 불과했을 뿐, 회사 영업을 총괄하는 본점 역할을 수행한 적은 없으므로 감면 배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법원은 먼저 시행령 조항 자체를 무효라고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제도의 취지가 지방 창업을 지원하고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데 있는 만큼, 하위법령이 감면대상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 자체는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시행령이 겨냥한 것은 단순히 수도권에 소규모 사무공간을 둔 경우까지가 아니라, 본점을 지방에 둔 형식을 유지하면서 수도권에 사실상 본점 역할을 하는 지점을 설치해 우회적으로 감면을 받는 경우라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이다. 재판부는 시행령상 ‘지점 또는 사업장’을 모든 형태의 수도권 사무소로 넓게 읽으면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봤다. 단순 연락사무소인지, 전시장인지, 준비 중인 공간인지, 실질적 본점 기능을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법문에 없는데도 무조건 감면을 배제하면 납세자 입장에서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래서 해당 조항은 “사실상 본점의 역할을 하는 지점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해 해석해야 상위법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실제 서울 강남 사무실이 본점급 역할을 했는지가 다음 쟁점이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는 2019년 10월 30일 강남의 약 64.2평 규모 사무실을 임차했고, 이후 12월 20일경까지 전시장과 회의실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회사는 이 공간을 향후 전시장으로 활용하려 했고, 실제 직원 진술서에도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는 인테리어 공사 관리, 시장조사, 제품 테스트가 주된 업무였다고 적시돼 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2019 사업연도 안에 해당 사무실이 완성된 본점 기능을 수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과세당국은 회사가 한때 법인등기상 본점을 이 서울 사무실로 옮긴 점, 채용공고에서 해당 공간을 ‘서울지사’라고 표시한 점, 대표이사의 서울 지역 카드 사용 내역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등기상 본점 이전은 형식적 조치일 수 있고, 피고 역시 실제로는 ‘본점 이전’ 조항이 아니라 ‘지점 또는 사업장 설치’ 조항을 적용해 과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대표이사의 거주지가 서울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카드 사용 내역만으로 해당 사무실이 본점 역할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9년 당시 실제 근무 인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판결문에는 2019 사업연도 근로소득자 가운데 수도권 주소지를 둔 인원이 6명으로 나타나지만, 그중 실제 문제의 사무실에서 일한 사람은 2명 정도로 보인다고 적시돼 있다. 반면 대구 지역 근무자는 30명 이상이었다. 재판부는 이런 인적 구성과 당시 공사 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사무실이 회사 영업을 총괄하는 중심 기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은 세무서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사무실이 2019 사업연도 당시 원고 영업에 관한 총괄적 지휘·관리 기능, 즉 본점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배제한 법인세 부과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가산세 위법 여부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창업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제도를 둘러싸고, 과세당국이 시행령 문구를 얼마나 넓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도권에 사무실이나 전시장, 연락거점, 준비 중인 공간을 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감면을 박탈할 수는 없고, 적어도 그 공간이 실질적으로 본점 기능을 했는지에 관한 구체적 입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과 수도권 지점 설치 문제를 둘러싼 세무분쟁에서 중요한 해석 기준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있는 판결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