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배를 끄는 작은 배들…예인선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

사건사고
-부산 침몰 사고 계기로 본 예인선·항만 작업선의 구조적 위험
-예인줄 장력·복원성·작업지시가 동시에 사고 변수로 작용
-선박검사만으로 충분치 않아…작업 전 위험평가와 현장 통제가 핵심

대형 선박을 항만 안팎으로 움직이는 예인선은 크기가 작다고 해서 위험까지 작은 배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보다 수십 배 이상 큰 선박을 밀거나 끌어야 하고, 좁은 수역과 강한 조류, 변화하는 기상 속에서 예인줄 장력과 선박의 방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항해선과는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

최근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예인선 침몰사고는 이런 작업선의 위험을 다시 드러냈다. 사고 원인은 수사와 감식이 끝나기 전까지 단정할 수 없지만, 예인선 사고를 단순한 조종 실수나 악천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실제 작업에서는 선박 상태와 예인장비, 복원성, 기상, 작업지시, 현장 통신이 한꺼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 목록을 보면 최근에도 예인선 침몰과 피예인부선 전복, 기관손상, 부두 접촉, 선원부상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고 형태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점은 예인선의 위험이 특정 장비 하나보다 작업 전체의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mst.go.kr)


예인선은 ‘작은 배’가 아니라 힘을 전달하는 작업선이다


예인선은 항만에 입·출항하는 대형 선박의 방향을 잡아주거나, 기관 고장 등으로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선박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견뎌야 하는지다.

작업 중에는 예인 대상 선박의 움직임과 조류, 바람에 따라 예인줄의 힘이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선체 중심선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큰 힘이 걸리면 배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고, 복원력이 이를 버티지 못하면 전복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인선의 안전은 단순히 엔진 출력이나 선박 크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방향에서 어떤 힘을 받는지, 예인줄과 윈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선체가 충분한 복원력을 유지하는지가 동시에 중요하다.


예인줄은 작업의 핵심이면서 위험의 출발점이다


예인작업에서 가장 큰 힘이 전달되는 곳은 예인줄이다. 대상 선박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조류에 밀릴 경우 장력이 순간적으로 커질 수 있고, 이 힘이 예인선의 측면으로 작용하면 선체가 급격하게 기울 수 있다.

예인줄이 끊어질 경우에는 또 다른 위험이 생긴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끊어지면 큰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되면서 갑판 위 작업자를 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에서도 예인작업과 관련한 선원 부상사건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kmst.go.kr)

따라서 작업 안전은 줄의 상태만 점검한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장력 변화와 작업자 위치, 윈치 작동, 비상 해제 가능 여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정기검사와 실제 작업 안전은 다른 문제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선박검사 기록이 중요한 조사자료가 된다. 선체와 기관, 주요 안전설비가 법적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확인하는 기본 절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검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사고 당일의 모든 작업조건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예인작업에서는 연료와 장비 배치, 예인줄 상태, 기관 성능, 기상, 조류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복원성도 마찬가지다. 선박은 기울었을 때 원래 위치로 돌아오려는 힘을 갖지만 실제 복원력은 선박 설계뿐 아니라 연료와 물의 분포, 장비 적재상태, 외부에서 걸리는 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안전관리의 질문은 ‘검사를 받았는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특정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 선박과 장비 상태가 적정했는지, 그날의 기상과 작업조건을 반영한 위험평가가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예인선 사고는 하나의 원인보다 ‘조건의 결합’에서 발생한다


예인선 사고를 악천후나 조종 미숙 같은 하나의 표현으로 정리하면 실제 위험구조를 놓칠 수 있다.

기상 자체가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같은 기상에서도 예인 대상 선박의 위치와 예인줄 방향, 선체 상태에 따라 위험도는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충분한 작업계획이 없거나, 위험신호를 인지한 뒤 작업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이 겹치면 사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해양사고 조사에서는 물리적인 사고 원인뿐 아니라 사고 이전의 의사결정 과정도 중요하게 다룬다. 누가 작업을 지시했고, 어떤 정보를 제공했으며, 현장이 위험을 판단했을 때 실제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의 마지막 장면보다 그 전 과정이 더 중요한 이유다.


안전관리의 핵심은 ‘작업을 멈출 수 있느냐’에 있다


항만과 해상 작업은 시간 압박이 큰 분야다. 대형 선박의 입·출항 일정이 지연되면 항만 운영과 물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조종 불능 선박은 신속하게 이동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현장 작업자가 위험을 느끼더라도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안전기준은 단순히 작업방법을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 반드시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기상과 파고, 장비 이상, 예인줄 장력, 통신 장애 등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선장이나 현장 책임자가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왜 계속 작업했느냐’를 묻기보다 사고 전에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한과 절차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장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예인작업에는 선주와 선장, 예인 대상 선박, 작업지시자, 항만 운영주체 등 여러 주체가 관여할 수 있다.

선주는 선박과 장비를 적정한 상태로 유지할 책임이 있고, 선장은 현장에서 안전하게 운항할 책임이 있다. 예인을 요청한 측은 대상 선박의 고장상태와 작업조건을 정확하게 제공해야 하며, 작업을 계획하는 주체는 기상과 해상상태를 반영해 적절한 방식과 장비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장의 마지막 조종행위만 살펴서는 충분하지 않다. 작업 전 위험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현장에 필요한 정보가 전달됐는지, 안전보다 일정이 우선되지 않았는지까지 확인해야 전체 책임구조가 드러난다.


예인선 자체뿐 아니라 피예인선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예인작업 사고는 예인선 자체의 침몰이나 전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예인선이 끌고 가는 부선이 전복되거나 좌초하는 사고도 발생한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에는 예인선과 피예인부선의 전복·좌초사건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안전관리 대상을 예인선 한 척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kmst.go.kr)

예인 대상 선박의 상태와 적재물, 연결방식, 예인줄 길이, 항로와 기상이 모두 하나의 작업체계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선박 한 척의 안전성보다 전체 예인작업의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사고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사고 직전의 위험신호’다


예인선처럼 작업조건이 계속 바뀌는 분야에서는 실제 사고 건수만으로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선체가 크게 기울었거나, 예인줄 장력이 위험수준까지 올라갔거나, 통신오류 때문에 작업이 중단된 경험도 중요한 정보다.

이른바 ‘준해양사고’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도 이러한 사례를 수집해 사고예방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의 위험 경험이 사라지면 같은 조건이 반복될 때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mst.go.kr)

예인선 안전관리는 사고 발생 후 원인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사고 직전까지 갔던 현장의 경험을 수집하고 공유하는 체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센서와 자동화도 결국 ‘경고를 빨리 주는 도구’다


항만과 선박 분야에서도 장력센서와 위치정보, 선체 기울기 감지, 기상데이터를 활용한 안전관리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예인줄에 걸리는 힘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위험수준에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거나, 선체 기울기와 조류 변화를 동시에 분석한다면 현장 작업자가 위험을 더 빨리 인지할 수 있다.

다만 자동화가 현장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해상에서는 예인 대상 선박과 조류, 기상이 계속 변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역할은 작업자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먼저 알리고, 작업을 중단할 시간을 확보해주는 데 있어야 한다.


예인선 안전의 기준은 ‘배가 안전한가’에서 ‘작업이 안전한가’로 바뀌어야 한다


예인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박검사와 장비점검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예인선도 항내에서 접안을 돕는 작업과 외해에서 조종 불능 선박을 끄는 작업의 위험도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작업별 위험평가와 기상·조류 기준, 예인줄 장력 관리, 작업자 위치통제, 비상중단 절차를 하나의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특정 장비나 특정 인물의 책임을 먼저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큰 선박을 움직이는 작은 작업선이 어떤 위험 속에서 운항하고 있으며, 그 위험을 사고 전에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가다.

최근 해양안전심판원 재결에서 예인선 침몰과 전복, 기관손상, 접촉, 선원부상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다는 사실은 안전관리의 초점이 개별 사고 원인 규명을 넘어 작업 구조 자체로 옮겨가야 함을 보여준다. (kmst.go.kr)

선박이 검사를 통과했는지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위험을 평가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멈출 수 있었는지, 여러 책임주체 사이에 정보와 권한이 제대로 배분돼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인선 사고를 줄이려면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배에 문제가 있었는가’만이 아니라 ‘그 작업 자체가 안전하게 설계됐는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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