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이사회가 KBS 새 사장 뽑을 수 있나…박장범 가처분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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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정원 15명 중 7명 공석…8명 전원 찬성으로 선임 절차 의결

박장범 KBS 사장이 현 이사회의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쟁점은 현직 사장의 거취보다 정원 15명 가운데 8명만 임명된 KBS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진행할 수 있느냐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제28대 사장 임명제청 절차를 의결했다. 회의에 참여한 이사 8명 모두 찬성했다. 이사회는 오는 10일부터 후보자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이에 앞선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심문기일은 오는 9일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공모를 포함한 사장 선임 일정이 중단되거나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다.

현 이사회가 숫자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이 이사 정원을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한 취지까지 충족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법원이 판단할 사안도 ‘8명이 모였느냐’와 ‘불완전한 구성이 새 사장을 결정해도 되느냐’ 사이에 놓여 있다.


정원은 15명인데 현재 이사는 8명


KBS 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공사의 최고 의결기관 역할을 한다. 방송의 공적 책임과 기본운영계획, 예산과 결산, 경영평가를 심의한다. 사장과 감사의 임명제청, 부사장 임명동의도 이사회의 권한이다.

개정 방송법은 KBS 이사 정원을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했다. 국회 교섭단체가 6명, KBS 임직원이 3명, KBS 시청자위원회가 2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2명, 변호사단체가 2명을 추천하는 구조다(방송법, 2025).

이사 수를 늘린 목적은 특정 정치세력이 사장 선임을 좌우하는 구조를 완화하는 데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방송 종사자와 시청자, 학계와 법조계가 이사회 구성에 참여하도록 추천권을 분산했다.

현재 제14기 KBS 이사회에 임명된 이사는 8명이다. 시청자위원회 추천 몫 2명과 KBS 임직원 추천 몫 3명, 국민의힘 추천 몫 2명 등 7명은 선임되지 않았다. 이사회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선임이 늦어진 배경에는 편성위원회 구성 문제가 있다. 개정 방송법은 KBS 편성위원회가 임직원 추천 이사와 시청자위원 추천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종사자 대표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가처분, 헌법소원이 이어지면서 절차가 지연됐다.

국민의힘 추천 몫 2명이 임명되지 않은 문제는 이와 다른 경로에 있다. 7개 공석이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은 공석의 숫자뿐 아니라 각 추천 절차가 어느 단계에 있고, 이사회가 공석 해소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도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KBS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사회를 15명의 비상임 이사로 구성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 설명한다. 이사회 기능에도 사장 임명제청과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KBS 이사회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사회는 “법정 과반 8명 모두 찬성” 주장


KBS 이사회는 8명만으로도 의결의 법적 효력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적 이사가 8명이므로 일반 안건은 재적 이사 과반인 5명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사회는 절차 논란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재적 과반에 그치지 않고 이사 8명 전원의 찬성으로 사장 선임 절차를 의결했다. 정원 15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과반은 8명이라는 논리다.

정재권 KBS 이사장은 사장 임명제청이 방송법에 규정된 이사회의 의무라고 밝혔다. 불완전한 체제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무기한 미룰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박 사장의 주장은 다르다. 개정 방송법이 15명의 이사를 다양한 주체가 추천하도록 한 목적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관점이 사장 선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7명이 빠진 상태에서는 입법 취지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 안건 의결을 미뤄 달라고 요구했다. 시청자와 임직원, 야당 추천 인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사장 선임을 진행하면 결과와 관계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취지다.

양측 주장을 나누면 법적 효력과 제도적 정당성의 충돌로 정리된다. 이사회는 현직 이사 8명이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고 본다. 박 사장은 15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한 법의 목적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이사회 의결이 무효가 된다면 KBS의 예산과 경영 의사결정도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임명된 이사 숫자만으로 모든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면 추천 주체를 다양화한 법률 개정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

사장 선임은 일반적인 경영 안건과 성격도 다르다. 공영방송의 보도와 편성, 조직 운영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법원이 사장 선임을 다른 일상적 의결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가 이번 가처분의 핵심 쟁점이다.


새 사장은 국민추천위가 3명으로 압축한다


개정 방송법은 KBS 사장을 이사회가 곧바로 선정하던 구조도 바꿨다. 이사회에 100명 이상의 시민으로 구성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국민추천위원은 전체 인구의 성별과 연령, 지역별 분포를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사회는 국민추천위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KBS 이사회가 의결한 절차에 따르면 먼저 이사회가 서류평가를 통해 지원자를 6명으로 압축한다. 국민추천위는 6명을 대상으로 경영계획 발표와 면접, 숙의토론을 진행한 뒤 3명의 복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추천받은 3명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다. 사장 후보 최종 의결에는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방송법, 2025).

현재 이사가 8명인 상태에서 ‘재적 이사’를 실제 임명된 8명으로 해석하면 최종 후보자는 5명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원 15명을 기준으로 하면 5분의 3은 9명이다. 현 이사회 인원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숫자다.

법률 문언상 재적 이사는 현재 직을 가진 이사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사장 선임 과정에서 7개 추천 몫이 배제되는 결과는 다원성을 확보하려는 개정 취지와 충돌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현 단계에서 법원이 어느 해석을 채택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지난달 26일 의결은 최종 사장 후보를 정한 행위가 아니라 공모와 국민추천위 운영 방식 등을 정한 절차 의결이다. 법원은 준비 절차와 최종 임명제청을 구분해 판단할 수도 있다.

국민추천위를 거친다는 사실만으로 이사회 구성의 결함이 해소되는지도 쟁점이다. 국민추천위가 후보를 3명으로 좁히지만 최종 1명을 정하는 권한은 이사회에 남아 있다. 국민추천위 구성 기준과 후보 평가방식도 이사회가 결정한다.

방송법 제50조의2에 따르면 국민추천위는 10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며 경영계획 발표와 면접, 숙의토론을 거쳐 3명 이하를 추천한다. 세부 절차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방송법 제50조의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직 사장 임기와 새 제도 적용도 맞물려


이번 분쟁에는 박 사장의 잔여 임기 문제도 얽혀 있다. 박 사장은 종전 방송법에 따라 임명돼 2027년 12월까지 3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 부칙은 현직 사장과 부사장, 감사가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되거나 임명될 때까지만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새 이사회가 후임 사장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기존 임기가 남아 있어도 물러나게 되는 구조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이 부칙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신뢰보호 원칙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가처분은 방송법 자체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과 별개다. 서울남부지법은 현 이사회의 결의와 사장 선임 절차를 일단 멈출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따라서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방송법 부칙의 위헌 여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가처분이 인용돼도 개정 방송법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 결정의 범위가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의에 한정되는지, 이후 공모와 국민추천위 구성까지 포함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직 사장이 자신의 후임 선임을 막는 소송을 냈다는 점은 이해관계 논란을 낳는다. 그러나 신청인의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절차상 주장의 타당성은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장 개인에 대한 평가가 이사회 구성의 적법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현 이사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평가만으로 의결의 효력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법원이 확인해야 할 대상은 방송법과 KBS 정관, 이사회 운영규정, 실제 이사 임명 과정이다.


편성위원회 갈등이 이사회 공석으로 번졌다


KBS 이사회가 8명에 머무른 문제는 사장 선임 절차만 떼어 볼 수 없다. 개정 방송법이 신설한 편성위원회가 임직원과 시청자 추천 이사의 선임 과정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편성위원회는 방송사 책임자 측 5명과 종사자 대표 측 5명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방송편성책임자 제청과 편성규약 개정, 시청자위원 추천 등에 관여한다. KBS 임직원 추천 이사 3명을 정하는 절차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종사자 대표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할지를 놓고 노조 간 의견이 갈렸다. 일부 노조는 과반 노동조합이 종사자 대표를 지정하도록 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규칙이 비조합원과 소수노조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사측과 종사자 측 편성위원 사이에서는 편성규약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놓고도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5명의 선임이 늦어졌다.

박 사장은 15명 이사회가 완성될 때까지 사장 선임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박 사장 체제의 KBS가 편성위원회 운영을 늦춰 이사회 구성을 지연시킨 뒤, 다시 이사회 미완성을 사장 선임 중단의 근거로 삼는다고 비판한다.

이 부분은 법적 판단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편성위원회가 열리지 못한 책임이 사측과 종사자 측, 관련 규칙을 둘러싼 소송 가운데 어디에 있는지를 단일 원인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편성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던 여러 제도가 서로 연결되면서, 한 단계의 분쟁이 전체 인선 절차를 멈추게 하는 구조가 드러났다. 법률 개정 당시 예상하지 못한 제도적 병목이다.


9일 심문 다음 날 공모…결정 시점이 첫 변수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9일 박 사장이 신청한 가처분을 심문한다. KBS 이사회가 정한 후보자 공모 시작일은 다음 날인 10일이다.

법원이 공모 전에 결정을 내리면 선임 절차의 진행 여부가 곧바로 갈린다. 결정이 늦어질 경우 이사회가 공모를 예정대로 시작할지, 법원 판단까지 자율적으로 미룰지가 새로운 쟁점이 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먼저 15명 이사회 구성을 마치거나 공석 이사 선임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사장 공모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현직 박 사장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한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이사회는 지원자 6명을 선정하고 국민추천위를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최종 후보 의결 전까지 7명의 이사가 추가 임명되면 현재의 대표성 논란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이 절차 진행을 허용하더라도 8명 이사회의 모든 행위가 포괄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후보 심사와 국민추천위 구성, 최종 의결 과정에서 별도의 절차상 하자가 발생하면 다시 법적 다툼이 제기될 수 있다.

KBS 이사회가 지난달 26일 확정한 선임 절차와 박 사장의 가처분 주장, 이사회 반론은 관련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이사회는 8명 전원이 안건에 찬성했다.


숫자상 정족수보다 공영방송 신뢰가 남는다


이번 가처분의 직접적인 질문은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법적 권한이 있는가다. 그러나 KBS가 풀어야 할 질문은 법적 권한보다 넓다.

개정 방송법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직접 영향력을 줄이고 시청자와 종사자, 전문가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 가운데 7명이 빠진 상태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면 법적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대표성 논란은 남을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이사가 임명될 때까지 이사회 기능을 정지한다면 일부 추천 주체의 지연이나 내부 갈등으로 공영방송의 주요 의사결정이 장기간 중단될 수 있다. 법은 다양성과 함께 기관 운영의 연속성도 보장해야 한다.

해법은 사장 선임을 서두르거나 무기한 미루는 양자택일에만 있지 않다. 공석 이사 7명의 추천·임명 일정을 공개하고, 국민추천위 구성 기준과 후보 평가표, 이사회 최종 의결 과정을 투명하게 남기는 방법이 있다.

국민추천위가 형식적인 시민 참여 절차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보별 경영계획과 평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이사회가 국민추천위에서 올라온 3명 중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경우 그 사유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법원의 결정은 이번 사장 선임 절차의 진행 여부를 정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신뢰까지 법원이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KBS 이사회가 정원과 정족수의 차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빠진 추천 주체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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