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정 최대 20년 퇴출…처벌 강화만으로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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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참여제한 상한 10년→20년, 제재부가금 5배→30배
-학생 인건비 편취·연구비 사적 유용 등 중대한 위반 겨냥
-조사 독립성·제보자 보호·기관 책임 없으면 강한 처벌도 한계

국가 연구개발비를 빼돌리거나 연구부정을 반복한 연구자는 앞으로 최대 20년 동안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미 지급된 정부지원 연구개발비의 최대 30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받을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행정제재 수준을 넘어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연구부정 행위자를 사실상 국가 연구현장에서 장기간 퇴출할 수 있도록 처벌 강도를 크게 높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가 R&D 참여제한 기간 상한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제재부가금 상한도 정부지원 연구개발비의 5배에서 30배로 확대한다. 법률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될 예정으로 정부는 2027년 3월 시행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학생 인건비 편취나 연구비 사적 유용처럼 악의성이 크고 반복적인 위반에 강한 제재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재 수준을 결정할 때는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고의성, 반복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중앙행정기관장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강화된다.

그러나 연구부정 문제에서 처벌의 상한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부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발견하고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느냐다. 신고가 묻히거나 기관 내부조사가 이해관계에 흔들리고, 제보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입을 닫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최대 20년이라는 제재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작동할 수 있다.


20년 참여제한은 사실상 연구현장 퇴출에 가깝다


국가 R&D에서 참여제한은 단순한 경고와 다르다. 해당 기간 동안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연구소에서 국가 연구비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에게는 활동 기반 자체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최대 20년이라는 기간은 연구자의 경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30대나 40대 연구자가 20년 참여제한을 받으면 사실상 국가 R&D 체계에서 장기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실질적인 퇴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10년 상한보다 두 배 늘어난 참여제한은 반복적이고 중대한 연구부정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다만 모든 연구부정에 20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 개정은 상한을 높인 것이고 실제 제재기간은 위반 정도와 고의성, 반복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단순한 행정착오와 고의적인 연구비 횡령, 연구성과 조작을 같은 수준으로 제재한다면 오히려 제도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30배 제재부가금도 모든 연구비 위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제재부가금 상한 30배다. 기존에는 이미 지급된 정부지원 연구개발비의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중대한 경우 30배까지 확대된다.

이를 두고 연구비를 잘못 쓰면 무조건 30배를 물어야 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30배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 상한이며 실제 부과 수준은 사안별로 결정된다.

정부가 겨냥하는 것은 단순 증빙 누락이나 착오보다 학생 인건비 편취, 연구비의 사적 사용, 반복적 부정수급처럼 고의성과 중대성이 큰 사례다. 연구비를 개인적 목적으로 유용하거나 허위 자료를 만들어 정부지원금을 받은 행위는 국가재정 손실뿐 아니라 연구생태계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행정오류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강한 제재가 필요한 이유는 국가 연구비가 결국 세금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제한된 연구재원을 부정하게 확보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다른 연구자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처벌이 강해져도 부정을 발견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제재의 수위를 높였다고 해서 연구부정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처벌정책의 실효성은 위반행위가 적발될 가능성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연구비 편취나 데이터 조작, 논문 저자 부당표시 같은 행위는 대부분 연구실이나 연구기관 내부에서 발생한다. 외부 감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동료 연구자나 학생, 연구행정 담당자의 신고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실제 예방효과를 높이려면 ‘적발되면 크게 처벌한다’는 메시지뿐 아니라 ‘부정을 숨기기 어렵다’는 구조가 필요하다.

연구비 집행 기록과 인건비 지급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상거래를 조기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제보가 접수됐을 때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한 형벌과 제재는 마지막 단계의 장치다. 그 이전에 발견과 조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법률상 최대 제재가 아무리 높아도 억지력은 제한될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지점은 학생·후배 연구자의 제보다


연구부정이 연구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우 가장 먼저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은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 공동연구자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현장은 일반 조직보다 관계가 밀접하다. 학생의 학위와 논문, 추천서, 연구비 지원, 향후 취업이 지도교수나 연구책임자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신고하기 쉽지 않다.

특히 학생 인건비 편취처럼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의 권력관계가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사안에서는 제보자가 연구경력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장기간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제재 상한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제보자의 신원을 어떻게 보호할지, 신고 이후 연구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과 보복을 어떻게 차단할지, 학위와 연구경력을 다른 지도체계로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는지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연구부정 방지에서 제보자 보호는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장치다.


조사를 연구기관에만 맡겼을 때 생기는 이해충돌도 봐야 한다


연구부정 사건이 발생하면 연구자가 속한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이 해당 연구와 연구자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이해충돌 위험도 존재한다.

유명 연구자의 논문조작이나 대규모 연구비 부정이 확인되면 기관 역시 평판과 연구비 수주, 정부평가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부정을 밝혀야 할 책임과 사건의 규모를 축소하고 싶은 유인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중대한 연구부정 사건에서는 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외부위원 비율, 이해관계자 배제 기준이 중요하다.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해당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했거나 같은 학과·연구센터에서 장기간 근무했다면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강한 제재를 적용하려면 그만큼 앞단의 조사절차도 높은 수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연구기관 책임도 개인 연구자 책임과 분리해 볼 수 없다


연구부정이 발생하면 흔히 특정 교수나 연구책임자 개인의 일탈로 설명된다. 그러나 반복적인 연구비 부정이나 학생 인건비 편취가 장기간 지속됐다면 기관의 관리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비를 집행하는 과정에는 연구책임자뿐 아니라 산학협력단과 연구행정부서, 회계관리 시스템 등이 관여한다. 여러 해 동안 같은 방식의 부정이 반복됐다면 내부통제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한다.

특히 학생 인건비가 실제 지급되지 않았거나 다시 회수되는 관행이 있었다면 단순히 개인의 행위만 조사해서는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다.

연구기관이 정기적으로 인건비 지급내역을 확인했는지, 학생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있었는지, 반복적인 이상징후를 파악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연구부정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방치하고 개인만 처벌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다른 연구실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연구자에게도 충분한 방어권이 필요하다


제재가 강해질수록 연구자의 절차적 권리도 중요해진다. 최대 20년 참여제한과 30배 제재부가금은 개인에게 매우 큰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책임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현행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평가 결과나 제재처분 과정에서 의견 제출과 검토 절차를 두고 있으며, 연구개발과제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이의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연구부정 여부를 둘러싸고도 데이터 해석이나 연구기록 관리, 공동연구자 사이의 책임 범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 있다. 특히 대규모 공동연구에서는 모든 연구자가 전체 데이터 생산과 관리 과정을 동일하게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구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정에 동일한 책임을 지우거나, 반대로 직접 실행한 사람만 책임을 지는 식의 단순한 판단은 피해야 한다.

강한 제재는 정확한 책임 구분과 함께 적용돼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개정은 ‘실패한 연구’와 ‘부정한 연구’를 더 분명히 나눈다


이번 법 개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처벌만 강화한 것이 아니라 연구평가 방식도 함께 바꿨다는 점이다.

정부는 과제 선정 단계에서 연구목표의 혁신성을 보다 중요하게 평가하고, 단계·최종 평가에서는 성과의 우수성과 도전적인 연구과정 등을 중심으로 정성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해 의미 있는 지식을 만들어낸 과제에는 후속 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연구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하는 범위는 줄인다. 연구 결과가 극히 불량하더라도 법령 위반이나 협약 의무 미이행, 연구부정 등 수행과정 자체가 중대하게 부적절한 경우에만 제재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이는 연구 실패와 연구부정을 구분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새로운 연구에 도전했다가 가설이 틀린 것으로 확인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연구부정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지원하지 않으면 국가 R&D가 안전하고 익숙한 주제에만 집중될 위험이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부정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성실한 실패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엄벌과 연구자율성은 반드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연구자율성을 확대하면 관리가 느슨해지고 연구부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율성과 부정에 대한 책임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구비의 세부 집행과 행정절차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연구자는 연구보다 서류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반면 고의적인 부정에는 명확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자율성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구조는 정상적인 연구활동에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의도적인 부정과 연구비 편취에는 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도 이번 개정을 연구행정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는 대신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부정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방향이다.


30배라는 숫자보다 ‘어디서부터 중대한 부정인가’가 중요하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년과 30배라는 상한 자체보다 어떤 행위를 어느 수준의 부정으로 판단하는지다.

같은 연구비 부적정 집행이라도 착오로 잘못 사용한 경우와 허위 서류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돈을 빼돌린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연구데이터의 오류 역시 단순한 실수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

정부는 위반행위의 고의성과 중대성, 반복 횟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실제 제재 수준을 세분화하는 시행령과 행정기준이 중요하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면 기관마다 같은 위반행위에 서로 다른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개별 연구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제재가 강해진 만큼 세부적인 양정기준의 투명성도 높아져야 한다.


국가 R&D 신뢰는 강한 처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은 연구부정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한층 강해졌다는 신호다. 최대 20년 참여제한과 정부지원 연구개발비의 최대 30배에 이르는 제재부가금은 악의적 연구비 부정과 반복적 위반을 더 이상 가벼운 행정문제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연구부정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은 처벌의 크기만이 아니다.

학생과 젊은 연구자가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문제를 신고할 수 있어야 하고, 연구기관은 내부 평판보다 객관적인 조사를 우선해야 한다. 조사위원회는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어야 하며, 연구비 집행 시스템은 부정징후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

동시에 연구자에게도 충분한 소명과 이의제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제재가 강할수록 잘못된 판단이 가져오는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개정에서 실패한 연구와 부정한 연구를 구분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실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연구는 다시 기회를 주고, 고의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연구비를 빼돌린 경우에는 강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가 R&D의 신뢰는 연구자를 많이 처벌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정은 발견될 가능성이 높고, 조사는 공정하며, 제보자는 보호받고, 정상적인 연구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년 퇴출과 30배 제재는 그 체계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연구부정을 줄이는 진짜 힘은 처벌의 숫자보다 부정이 숨기 어려운 연구환경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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