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년정책은 넘치는데 왜 청년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

오피니언

8월 31일 정부는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를 연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자산형성, 교육·훈련, 복지와 문화까지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부는 올해도 청년 지원정책을 대폭 늘렸다. 2026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는 일자리, 교육·직업훈련, 주거, 금융·복지·문화, 참여·기반 등 5개 분야에서 모두 389개 과제가 담겼고, 관련 예산 규모는 약 30조원에 이른다.

숫자만 보면 청년정책은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있고, 구직을 포기한 청년에게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있다. 일경험 프로그램도 있고, 디지털 직업훈련도 있다. 정부는 올해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높였고, 지원 대상 청년도 확대했다. 민관 협업 일경험은 4만5000여명에게 제공하고, 첨단·디지털 분야 직업훈련도 5만5000명 규모로 추진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정책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찾는 것부터 하나의 일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말 정부가 수립한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282개 과제가 담겼고, 개별 시행계획까지 합치면 수백 개 정책이 동시에 움직인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일자리·주거·복지 등 흩어진 청년정책을 한 권에 모은 안내서까지 따로 발간했다. 좋은 정책이 있어도 청년이 찾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청년정책이 정말 부족해서 문제일까. 아니면 정책이 너무 잘게 쪼개지고 흩어져 있어, 정작 삶의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아닐까.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주거비가 부담스럽고, 소득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자산가격은 멀리 달아난다. 취업이 늦어지면 결혼과 독립도 늦어지고, 한 번 경력이 끊기면 다시 들어가는 문턱도 높다. 그런데 정책은 이 문제를 취업지원금, 주거지원금, 자산형성 지원, 직업훈련, 심리상담처럼 각각 잘라서 대응한다.

개별 정책은 모두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청년의 삶이 그렇게 조각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이 늦어지면 주거가 불안해지고, 주거비가 높으면 자산형성이 어렵고, 자산이 없으면 미래 계획을 세우기 힘들어진다. 정책은 부처별로 나뉘어 있지만 청년의 삶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청년정책의 성과를 ‘몇 명을 지원했는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몇 명이 참여했는지, 월세 지원을 몇 가구가 받았는지, 청년통장에 몇 명이 가입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지원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안정적인 일자리에 들어갔는지, 몇 년 뒤에도 그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삶이 이전보다 안정됐는지를 봐야 한다.

청년정책이 지나치게 ‘지원금 중심’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액과 수혜자 수를 제시하기 쉽고, 정책 성과도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몇십만원의 추가 지원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늘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내지 않아도 되고, 한 번 실패했다고 노동시장에서 영원히 밀려나지 않는 구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청년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교육과 산업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청년정책을 별도의 ‘지원사업 묶음’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지원하고, 나이가 지나면 정책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취업이 늦어지고 독립과 결혼 시점이 다양해진 사회에서 ‘청년’을 단순히 연령으로만 규정하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정책 대상이 어긋날 수 있다. 최근에도 청년정책을 나이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사회에 진입하는 ‘이행기’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정책은 많아야 좋은 것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 쉽게 찾을 수 있고, 실제 삶의 문제를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지원이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정부가 오늘 또 한 번 청년정책을 논의한다면 새로운 사업 몇 개를 더 만드는 것보다 먼저 물었으면 한다.

지금 있는 수백 개 정책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청년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무엇은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사업으로 반복되고 있는가. 그리고 왜 청년은 수십 개 지원사업을 지나고도 여전히 안정적인 출발선에 서기 어려운가.

좋은 청년정책의 목표는 청년을 계속 지원받는 사람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지원금을 찾지 않아도 취업하고, 주거를 마련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청년정책의 성공은 새로운 지원사업의 개수가 아니라, 청년이 더 이상 그 정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얼마나 가까이 만들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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