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자를 테이프로 묶어도 되나…제압과 처벌의 기준

사건사고형사·범죄
운항 중 폭언·고성방가도 최대 징역 3년…승무원 지시 거부하면 별도 처벌 가능
국제선은 항공기 등록국만의 문제가 아냐…착륙국·운항국까지 관할권 확대

항공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이 테이프와 케이블타이로 묶는 영상이 확산할 때마다 같은 질문이 나온다. 비행 중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승객을 어디까지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지, 승객도 제압에 참여할 수 있는지, 국제선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어느 나라 법으로 처벌하는지가 핵심이다.

한국법은 운항 중 항공기 내 폭언과 고성방가 같은 소란행위부터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까지 별도로 처벌한다. 국제선에서는 사건 발생 지점 하나만으로 관할권이 결정되지 않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체계는 항공기 등록국뿐 아니라 착륙국과 운항국까지 관할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기내 난동은 단순한 ‘민폐’가 아니다


한국 항공보안법은 항공기 안에서 승객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폭언과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술이나 약물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 흡연,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전자기기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운항 중 항공기에서 폭언이나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하거나 술·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항공보안법은 2026년 2월 27일 시행 법률을 기준으로 이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같은 행위라도 항공기가 운항 중인지 계류 중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처벌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운항 중 항공기는 좁은 밀폐공간에서 승객 다수의 안전과 항공기 운항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무겁게 다뤄지는 구조다.

기내 난동을 일반 장소의 술주정이나 말다툼과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승무원 지시를 무시하는 것도 별도 문제다


기내 질서를 유지할 1차적 책임은 기장과 객실승무원에게 있다. 난동이 발생하면 승무원은 승객을 진정시키고 좌석을 이동시키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항공보안법은 기장 등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위도 금지한다. 난동 자체뿐 아니라 승무원이 안전을 위해 내린 지시를 반복적으로 거부하는 행동이 별도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항공기 안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보다 운항 안전이 우선한다. 좌석 착석이나 안전벨트 착용, 특정 행동 중단 같은 지시가 평상시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비행 중에는 전체 승객의 안전을 위한 통제조치로 기능한다.

특히 난동으로 기장이 회항이나 긴급착륙을 결정할 정도가 되면 사건의 성격도 달라진다. 형사처벌뿐 아니라 항공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민사상 책임까지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테이프와 케이블타이로 묶는 것은 무조건 불법일까


난동 승객을 테이프나 케이블타이로 결박하는 장면은 외형만 보면 과격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판단에서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보다 당시 위험 정도와 제압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승객이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조종실 진입을 시도하고 다른 승객에게 즉각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라면 신체적 제압의 필요성이 커진다. 반대로 단순히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사람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한다면 적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핵심은 안전 확보에 필요한 범위다. 저항이 끝난 뒤에도 계속 폭행하거나 위험성이 사라졌는데 과도하게 결박하면 원래의 난동 행위와 별개로 제압 과정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기내 난동자는 테이프로 묶어도 된다’거나 ‘승객을 결박하면 무조건 불법이다’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당시 위험성과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사용한 힘의 정도, 제압 후 조치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일반 승객도 난동자 제압에 참여할 수 있나


실제 기내 난동 영상에서는 승무원뿐 아니라 다른 승객이 함께 난동자를 붙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일반 승객이 스스로 질서유지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원칙적으로 기내 안전관리는 기장과 승무원의 지휘 아래 이뤄진다. 따라서 일반 승객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승무원의 요청이나 명확한 긴급상황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승무원이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승객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있고 주변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개입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위험이 통제된 뒤 개인적 감정으로 추가 폭력을 행사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압과 보복은 법적으로 같은 행동이 아니다.

항공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도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폭력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회항을 부른 난동은 피해 규모도 달라진다


기내 난동이 심해지면 기장은 비행을 계속할지, 출발지로 돌아갈지, 가까운 공항에 긴급착륙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회항이나 긴급착륙이 발생하면 항공사는 연료와 공항 이용료, 승무원 근무시간, 승객 숙박과 대체편 마련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수백 명의 승객 일정도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중대한 기내 난동 사건에서는 형사절차와 별도로 항공사가 난동 승객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난동의 피해자가 바로 옆 승객이나 승무원 몇 명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항공기 운항 전체가 변경되면 수백 명의 승객과 항공사 운영에 연쇄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국제선에서는 ‘어느 나라 상공이었나’만 따지지 않는다


국제선 기내 난동에서 더 복잡한 문제는 관할권이다. 항공기는 한 나라에서 출발해 여러 나라 영공을 지나 다른 나라에 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3년 도쿄협약 체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항공기가 등록된 국가가 기내 범죄에 대해 중요한 관할권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서는 다른 나라에 착륙했을 때 현지 수사기관이 관할권 문제로 난동 승객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2014년 몬트리올의정서다. 이 의정서는 항공기 등록국 외에도 착륙국과 운항국에 관할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따라서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에서 외국 국적 승객이 난동을 부렸다고 해도 반드시 한국법 하나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착륙한 국가가 난동 승객을 처벌할 수 있는 길 넓어져


ICAO가 몬트리올의정서를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착륙국의 역할이다.

국제선 항공편이 한 국가에 착륙했을 때 그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난동 승객을 현장에서 체포하고 수사하는 절차가 원활해진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이런 관할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착륙국에 추가적인 권한을 인정했다.

항공기를 실제로 운항하는 사업자의 국가도 관할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항공기 소유·등록과 실제 운항 주체가 서로 다른 국제항공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ICAO는 국제선의 난동 승객이 자국법과 출발국법, 목적지국법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적용된다고 단순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항공기의 등록과 운항 주체, 최종 착륙지, 비상회항 여부, 각국의 국내법과 국제협약 가입 여부에 따라 하나 이상의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협약이 있어도 모든 나라의 처벌이 같은 것은 아니다


몬트리올의정서가 있다고 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기내 난동에 같은 형량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약은 관할권과 국가 간 협력의 틀을 제공하지만 실제 범죄 구성요건과 형량은 각국 국내법이 정한다. 폭행과 업무방해, 항공안전 방해 등을 어떤 범죄로 규정하는지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해외 항공편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의 형량을 한국 항공보안법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그대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해외 사건은 현지 수사기관이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지와 해당 국가의 법률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법의 처벌기준은 한국 항공보안법이 적용되는 경우의 기준이다.


소란행위와 폭력행위도 구분해서 봐야


기내 난동이라는 표현은 매우 넓다.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는 행위부터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행위까지 모두 같은 표현으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법률상 책임은 행위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항공보안법은 운항 중 폭언과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 역시 같은 조항에서 중하게 다룬다.

폭행이나 협박이 추가되면 다른 형사법 규정이 함께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내 난동 사건을 볼 때 ‘난동 승객’이라는 표현만으로 죄명과 형량을 단정하기보다 실제 행동을 확인해야 한다.


항공사도 승객을 목적지까지 반드시 데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지까지 운송받을 절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운항 안전을 위협하거나 승무원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항공사는 승객의 행동을 제한하고 필요하면 항공기에서 내리게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제항공업계가 난동 승객 문제를 강하게 다루는 이유도 안전 때문이다. 기내에서는 다른 교통수단처럼 즉시 경찰을 부르고 승객을 내리게 할 수 없다.

순항고도에서 심각한 난동이 시작되면 승무원이 일정 시간 직접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평상시 지상에서라면 비교적 작은 소란으로 끝날 행동도 항공기 안에서는 운항 안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ICAO 역시 난동 승객 문제를 승객의 불편을 넘어 항공 안전과 보안 위험으로 규정하고 국제적인 대응을 요구해 왔다.


승객 제압의 기준은 ‘필요성’과 ‘비례성’


기내에서 실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은 즉각 판단해야 한다. 다른 승객을 공격하는 사람을 그대로 둘 수 없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물리적 제압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압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사용한 방법이 위험을 막는 데 필요한 정도였는지다.

위험한 승객이 계속 저항한다면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결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저항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거나 호흡을 방해할 정도로 묶는다면 안전조치라는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여러 승객이 함께 제압할 경우 목과 가슴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또 다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난동 승객을 제압한다는 이유로 생명·신체에 불필요한 위험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내 난동 대응은 처벌보다 예방이 먼저다


기내 난동을 줄이기 위한 대응은 사건 뒤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과도한 음주 관리와 승무원 교육, 난동 가능성이 있는 승객에 대한 사전 대응, 항공사와 공항경찰 간 협력도 필요하다.

국제선에서는 국가 간 관할권 공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ICAO가 몬트리올의정서 가입 확대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난동 승객이 착륙 뒤 법적 공백을 이용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운항 중 폭언·고성방가만으로도 항공보안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난동의 수준과 폭행 여부, 승무원 지시 거부, 회항 발생 여부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승무원이나 승객이 난동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항공기와 탑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는 인정될 수 있지만 모든 형태의 폭력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내 난동의 법적 경계는 결국 두 가지 원칙으로 정리된다. 난동 승객에게는 지상보다 엄격한 안전의무가 적용되고, 이를 제압하는 사람에게도 안전 확보에 필요한 범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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