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사업비가 끝난 뒤에도 남는가…전국 통계는 없고, 지역별 후속지원 조건만 달랐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끝난 뒤 주민조직이 얼마나 남는지 묻는 데 대해, 2026년 10월 23일 현재 전국 단위의 공식 존속률을 바로 보여주는 공표 지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공개한 현재 자료는 주민조직의 사업 종료 뒤 생존율보다 공간 조성, 조사·연구, 공모사업 같은 투입과 추진 실적에 더 가깝다. 결국 주민 입장에서는 ‘얼마나 살아남았나’라는 질문에 단일한 숫자로 답하기보다, 지역마다 어떤 후속지원 사다리가 있는지와 그 사다리에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행정안전부의 현재 ‘지역사회 활성화’ 안내를 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총 145개 사업을 추진했고 이 가운데 공간조성 96건, 조사·연구 49건으로 정리돼 있다. 또 2025년 3월 기준으로 주민 활동공간 79곳이 완공됐고 74곳이 운영 중이라고 제시한다. 다만 이 수치는 주민조직이 보조금 종료 뒤 독자적으로 몇 년을 유지했는지, 해산 없이 다음 단계 활동으로 이어졌는지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속성은 ‘생존율’보다 다시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드러난다
지역 자료를 보면 지속성은 대체로 사후 추적 통계가 아니라 지원 단계와 자격요건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인천 중구의 2026년도 예산 성과계획서는 마을공동체 지원 대상을 경험이 없는 3인 이상 주민모임, 신규 형성부터 3년 이내 활동 모임, 1년 이상 활동 경험이 있는 모임으로 나눴다. 같은 ‘마을공동체’라도 처음 시작하는 모임과 한 차례 활동을 거친 모임, 일정 기간을 버틴 모임을 서로 다른 단계로 다루는 셈이다.
연수구가 공고한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서도 이런 구조는 더 분명하다. 의제발굴형인 ‘서로잇기’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2개 이상 주민모임이 연합해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되, 참여 조건으로 마을공모사업 경험이 있는 단체와 2년 이상 활동경험을 요구했다. 이는 사업이 끝난 뒤에도 남는 조직을 따로 장기 추적하기보다, 다음 단계 지원 신청 자격을 통해 ‘지속성’을 간접 판별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접근성의 문턱도 여기서 생긴다. 지원을 받으려면 단지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고, 일정 인원 이상의 주민모임을 꾸리고, 같은 생활권 주민 구성을 맞추고, 이전 활동 경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험이 없는 주민에게는 진입장벽이 되고, 한 번 사업을 했던 모임에는 다음 단계 진입을 위한 실적 관리가 사실상 필수 과제가 된다.
사업비 이후의 비용은 회계·보고·재신청 준비로 이어진다
행정자료가 보여주는 또 다른 현실은 주민조직의 지속성이 단순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대응 능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부평구의 마을공동체 지원 안내는 여러 부서 공모를 통합해 중복지원을 줄이고 회계지침과 양식을 일원화했다고 설명한다. 선정 이후에는 전산 등록과 회계교육 등 다음 절차를 거쳐 사업을 수행하도록 돼 있어, 주민조직의 운영 부담이 회계와 정산, 절차 이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원 지역 공고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온다. 2026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안내는 선정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면 다음 해 사업 선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업 종료 뒤에는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우수사례를 뽑아 행정안전부 추천까지 이어진다. 주민조직의 지속성은 지원이 끝난 뒤 자유롭게 남아 있는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와 재도전 규칙 안에서 얼마나 행정적으로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다른 것은 돈의 규모보다 중간지원체계의 연속성이다
같은 마을공동체 정책이라도 지역에 따라 지속성의 조건은 크게 다르다. 인천시는 2026년에도 시 차원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획형 지원사업을 공고했다. 반면 어떤 지역에서는 주민모임을 직접 지원하는 공모보다 중간지원조직의 유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회의록은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세종시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운영을 2025년과 2026년 2년간 민간위탁으로 재계약하려 했고, 위탁 금액은 16억7700만원 규모였다. 회의록에는 이 센터가 2019년 3월 설립된 뒤 2019~2024년 집행 예산이 73억7300만원이었다는 점, 그리고 재계약 추진 과정에서 성과평가 방식과 관리체계가 쟁점이 됐다는 점이 담겼다. 주민조직의 생존 여부는 결국 개별 모임의 의지만이 아니라 이런 중간지원 인프라가 유지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바뀌는지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사업비 지원이 끝난 뒤 얼마나 살아남았나’라는 질문에 가장 정직한 답은 아직 숫자 하나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확인되는 공식 자료는 전국 공통의 존속률보다 지역별 공모 단계, 자격요건, 회계·평가 의무, 중간지원조직의 유지 여부를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주민조직의 지속성을 따지려면 앞으로는 선정 건수나 공간 조성 실적만이 아니라, 지원 종료 1년·3년 뒤 활동 지속 여부를 같은 기준으로 공개하는 체계가 먼저 필요해 보인다.
자료: 행정안전부, 지역사회 활성화(2025년 3월 기준 현황 수록 웹페이지); 인천광역시, 2026년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획형] 지원사업 공고(2026.1.28.); 인천광역시 연수구, 2021년 연수구 따뜻하고 행복한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공고(2021); 인천광역시 중구, 2026년도 예산의 성과계획서(2025);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제94회 제5차 본회의 회의록(2024.12.16.);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 안내(웹페이지); 정선군, 2026년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공고(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