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물 기준 넘지 않아도 민원은 남는다…냄새·탁도 검사와 수돗물 확인제의 실제 격차
먹는물 민원은 수질기준 초과 여부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았다. 현행 기준은 냄새와 맛에 대해 소독에 따른 경우를 제외한 이상이 없어야 하고, 탁도는 1NTU 이하여야 한다. 정수장 등 공급 단계에서는 냄새·맛·색도·탁도·수소이온농도·잔류염소를 매일 1회 이상 검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민원은 이어진다. 정부 자료를 보면 수질민원은 2017년 2만1223건, 2018년 2만3352건, 2019년 3만994건, 2020년 2만4767건, 2021년 2만6573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먹는물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기준 준수와 시민 체감 사이에 남는 간격을 보여준다. 냄새와 탁도는 법정 기준 안에 있더라도 공급 말단의 저수조, 옥내배관, 장시간 체류수 같은 조건에 따라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아리수본부도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은 신뢰하더라도 배관이나 물탱크 관리 상태 때문에 수도꼭지 수돗물 음용을 꺼리는 시민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준은 전국 공통인데, 확인 서비스는 지역마다 다르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는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환경부 안내에 따르면 수돗물 수질이 궁금한 사람이 신청하면 수도꼭지 수질을 무료로 검사해 결과를 알려준다. 1차 검사는 탁도, 수소이온농도, 철, 구리, 잔류염소, 아연 등 현장 확인 항목이 중심이고, 부적합 시에는 미생물과 암모니아성질소 등을 더한 2차 검사로 이어진다.
문제는 제도 설명과 실제 접근성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구리시는 현재 안내문에서 수돗물을 사용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일부터 20일 이내 처리된다고 적고 있다. 서울은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운영하면서 전화와 온라인 신청에 더해 비대면 검사 방식도 안내하고 있다. 반면 양평군 수도사업소 안내문에는 인천 옹진군, 강원 횡성군, 전북 정읍시·완주군·고창군·부안군, 경북 청송군, 경남 의령군이 미실시 지역으로 적시돼 있다. 같은 국가 제도를 설명하더라도 실제 이용 가능 여부는 지역에 따라 갈린다는 뜻이다.
운영 실적도 큰 도시와 소도시가 다르다
운영 규모 차이도 뚜렷하다. 서울시는 2024년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20만3000건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잔류염소 기준 미달 2곳, 탁도 기준 초과 3곳이 확인돼 저수조 청소, 수위 조절, 정체 구간 퇴수 같은 조치를 안내했다. 서울시는 2025년 보도자료에서는 2008년 이후 약 650만건을 검사했고, 누적 검사 결과의 99.9%가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계룡시가 수돗물 품질보고서에 공개한 2022년 안심확인제 처리 결과는 접수 20건 전부 정상 판정이었다. 이런 수치는 작은 도시의 물이 더 안전하거나, 큰 도시의 민원이 더 심하다는 뜻으로 바로 읽기 어렵다. 다만 신청 건수 자체가 크게 차이 나는 만큼 시민이 제도를 알고 이용하는 정도, 현장 인력 규모, 홍보 방식이 지역별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은 확인된다.
민원은 ‘부적합 발견’보다 ‘설명과 조치 연결’에서 갈린다
검사 결과가 대체로 적합하다는 사실만으로 민원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냄새와 탁도는 건강영향 항목만이 아니라 시민이 바로 체감하는 심미 항목이어서, 수치가 기준 이내여도 불만이 남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의 품질확인제는 단순 검사에서 끝나지 않고 옥내배관, 물탱크 관리 상태를 함께 진단하고 개선 방법까지 안내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기준 초과 여부보다 민원 대응의 핵심이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옮겨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먹는물 민원에서 시민이 겪는 비용은 두 갈래다. 하나는 수돗물 이상을 느꼈을 때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내 지역에서 무료 확인 서비스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접근 비용이다. 다른 하나는 검사 결과가 적합으로 나와도 냄새나 탁도의 원인이 집 안 배관, 저수조, 체류수인지까지 별도로 설명을 들어야 하는 시간 비용이다. 전국 공통의 수질기준이 있어도 민원 체감이 지역별로 다르게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현행법령, 2026년 10월 23일 열람); 법무부,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5차 국가보고서(2024); 기후에너지환경부, 우리집 수도꼭지 수질을 알고 싶어요!(수돗물안심확인제 소개)(2019); 서울아리수본부, 아리수 수질 확인(2026년 10월 열람); 서울아리수본부, 서울시, 찾아가는 무료 수질검사 ‘아리수 품질확인제’ 올해 20만3천 건 완료(2024.12.03); 서울아리수본부, 서울시, 찾아가는 무료 수돗물 수질검사 ‘아리수 품질확인제’ 확대(2025.03.12); 구리시 환경관리사업소,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최종수정 2026.09.26); 양평군 수도사업소, 수돗물 안심확인제(2026년 10월 열람); 계룡시, 2023년도 수돗물 품질보고서(2026년 6월 공개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