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폐기물 회수, 폐비닐과 폐농약용기는 왜 따로 관리되나

사회

농촌에서 나오는 영농폐기물은 한 묶음으로 불리지만 실제 회수 체계는 품목별로 다르다. 한국환경공단이 직접 수거·처리를 대행하는 대상은 영농폐비닐과 폐농약용기이며, 작물 영양제병이나 부직포, 차광막 같은 다른 영농자재는 지자체 생활폐기물 체계로 넘어간다. 폐비닐과 폐농약용기가 따로 관리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같은 ‘영농폐기물’이라도 법적 처리 대상, 분리배출 기준, 보상 방식, 재활용·처리 경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안내에 따르면 농가가 배출한 폐비닐은 하우스용·로덴·하이덴 등 재질과 색상별로 구분해 공동집하장에 내야 하고, 폐농약용기는 농약을 완전히 사용한 뒤 유리병·플라스틱·봉지류로 나눠 배출해야 한다. 공단이 수거한 뒤에도 두 품목의 흐름은 갈린다. 폐비닐은 재활용시설로 보내 세척과 탈수, 선별 과정을 거쳐 재생원료로 쓰이지만, 폐농약용기는 재질에 따라 재활용하거나 소각 처리된다.


같은 회수사업 안에서도 배출 기준과 돈 흐름이 다르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차이는 보상 체계다. 폐농약용기는 공단 기준단가가 비교적 명확하다. 현재 공단 사업 안내에는 유리병 300원/kg, 플라스틱 1600원/kg, 봉지류 3680원/kg이 제시돼 있다. 반면 폐비닐은 품질과 지역 여건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진다. 공단 본부 사업 안내는 지자체별 지급단가가 10원에서 250원/kg까지 다를 수 있다고 적고 있고, 과거 공단 FAQ도 폐비닐 장려금은 공단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급한다고 설명한다.

왜 폐비닐 쪽이 더 복잡하냐는 질문에는 수거 품질 문제가 따라붙는다. 부산광역시 농업기술센터 안내를 보면 영농폐비닐은 이물질 함유 정도에 따라 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기고, D등급은 수거 거부나 재선별 요구가 가능하다. 한국환경공단 충북지사와 제천시가 지난해 추진한 이물질 저감 시범사업 자료에서도 이물질이 30~40% 섞인 폐비닐은 재활용이 어렵고 선별·소각 비용이 더 든다고 밝혔다. 비닐에 흙과 수분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회수율과 재활용성 모두 떨어지는 구조다.

반대로 폐농약용기는 오염성과 안전관리 성격이 더 강하다. 농약 표시가 있는 용기만 대상이 되고, 영양제나 친환경 자재 용기처럼 모양이 비슷해도 농약 포장재가 아니면 공단 수거 대상에서 빠진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무엇을 담았던 용기인지가 처리 경로를 가르는 셈이다.


제도는 전국 단일해 보여도 접근성은 지역마다 다르다


제도 설명만 보면 농가는 공동집하장에 내놓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접근성은 지역별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연천군 안내는 폐비닐과 폐농약용기를 지자체나 마을 공동집하장에 배출하되 ‘배출자 책임 운반’이라고 적고 있다. 수거 거점까지 옮기는 부담이 농가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농가 고령화나 소량 배출 지역에서는 이 운반 단계가 회수 실적을 가르는 병목이 될 수 있다.

반면 일부 지역은 직접 반입이나 별도 인계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부산광역시 농업기술센터는 수거 불가 품목을 별도로 안내하면서, 수거사업소 운영시간이 달라 사전 연락 후 직접 또는 인계가 가능하다고 적고 있다. 한국환경공단도 2026년 9월 영농폐기물 수거장소 정보 공공데이터를 새로 개방해 공동집하장 위치와 면적, 보관용량, 시설 형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존에는 어디에, 어떤 규모의 거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 자체가 지역별로 들쭉날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집하 기반은 확대 계획과 실제 이용 편의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2022년 하반기 집중수거 계획에서 마을 단위 공동집하장을 2022년 9154곳에서 2026년 1만30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계획 수치가 곧바로 이용 편의 개선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동집하장이 있어도 접근로가 멀거나, 보관 공간이 부족하거나, 소량 배출 농가를 위한 보완 수거가 없으면 체감 서비스는 달라질 수 있다.


성과는 늘었지만 발생량 전체를 회수했다고 보긴 어렵다


운영 성과도 품목과 지표를 구분해 봐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2025년 2월, 공정 개선을 통해 2024년에 영농폐비닐 13만2000톤을 재활용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안동·의령 시설에 세척·탈수 공정을 추가하고 정읍·담양 시설 일부 공정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회수 이후 처리 단계의 성과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영농폐기물 회수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단의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영농폐비닐 연간 발생량을 약 30만 톤으로 제시했다. 단순 비교만 해도 발생량과 재활용 실적 사이에는 여전히 간격이 남는다. 더구나 재활용 실적은 수거된 비닐의 처리 결과이고, 농촌 현장에 남아 있는 미수거 물량이나 수거 불가 품목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

지역별 편차도 확인된다.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는 2023년 전남 5개 수거사업소와 담양 재활용시설을 운영하며 폐비닐과 폐농약용기류 약 3만2000톤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수도권동부환경본부와 전북환경본부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수거 경진대회를 운영한 점을 보면, 회수율 제고 방식도 전국 일률적이라기보다 권역별 여건에 맞춰 관리되는 모습이다.

결국 시민이 체감하는 영농폐기물 회수 제도의 핵심은 ‘왜 따로 관리하느냐’보다 ‘어디까지 공단 대상이고, 어디서부터 지자체 몫이냐’에 가깝다. 폐비닐과 폐농약용기는 한국환경공단 체계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폐비닐은 품질등급과 지자체 장려금의 영향을 크게 받고, 폐농약용기는 농약 포장재 여부와 재질별 기준이 더 중요하다. 제도는 분리돼 있고 성과도 일부 개선됐지만, 실제 접근성은 공동집하장 위치와 운반 부담, 지역 보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현재 회수 체계의 한계로 남아 있다.

자료: 한국환경공단,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사업(최종수정일 2025-03-11);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 자주묻는질문(FAQ)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업무(2016-11-10); 한국환경공단, 2025년 K-eco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5); 한국환경공단,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5); 한국환경공단 수도권서부환경본부 보도자료 한국환경공단, 공정 개선으로 역대 최대 폐비닐 재활용 성과 달성(2025-02-24); 연천군, 영농폐기물 수거 안내(열람일 2026-10-23); 부산광역시 농업기술센터, 영농폐기물 분리배출·수거 안내(열람일 2026-10-23); 공공데이터포털, 한국환경공단_영농폐기물 수거장소 정보(2026-09-09); 환경부, 민관 합동으로 영농폐기물 집중수거 기간 운영(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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