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소 확대보다 먼저 점검할 과제…공공연구 성과의 민간 기술이전 병목

사회

국책·공공 연구소를 더 만들거나 키우는 일만으로 민간기업 지원이 곧바로 효율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제도는 이미 공공연구 성과를 기업으로 넘기기 위한 기본 틀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연구소의 숫자보다 그 성과가 기업 수요와 맞물려 실제 이전·실증·양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충분히 작동하느냐에 있다.

현행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은 정부가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일정한 공공연구기관에는 기술이전·사업화 전담조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공연구기관은 공공기술의 이전·사업화 촉진을 위한 자체 규정을 제정·운영해야 한다. 기술거래기관, 사업화전문회사, 기술신탁관리기관 같은 중개·지원 장치도 법 체계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만들어진 성과를 다루는 별도 장치도 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은 연구개발성과 소유기관이 기술실시계약 체결 등 활용 조치를 하도록 하고, 연구개발성과의 이전·확산·사업화를 위해 공공연구기관과 산학협력단이 협력하도록 규정한다. 연구개발 과제가 끝난 뒤에는 성과활용보고서를 통해 최대 5년간 추적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제도상으로만 보면 ‘연구성과를 기업으로 넘기는 통로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미 있는 제도, 하지만 낮아진 기술이전율


그런데 제도가 있다고 해서 성과가 자동으로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공개한 2025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율은 2021년 40.9%에서 2023년 30.2%, 2024년 28.9%로 낮아졌다. 공공연구소만 따로 보면 같은 기간 50.8%에서 36.3%, 34.5%로 떨어졌다. 정부가 기술이전 제도를 새로 만들지 않아서라기보다,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사업화 단계까지 충분히 밀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같은 정책 분석에서는 공공 연구성과의 시장 진출이 정체된 배경으로 후속 지원 부족, 수요·공급 미스매치, 사업화 전략 부재를 짚었다. 연구개발 성과가 특허나 원천기술 단계에서 멈추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 사양·인증·실증·양산 단계로 연결되지 않으면 기술이전 계약 숫자만으로는 민간 지원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를 더 세우는 일’보다 ‘연구소 바깥으로 성과를 빼내는 장치’가 더 중요하다는 해석이 여기서 나온다.


민간기업 지원에 필요한 것은 전담조직의 숫자보다 기능


핵심은 기술이전 전담조직이 명목상 존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업을 발굴하고 조건을 설계하며 후속 개발 자금까지 연결하는 기능을 하느냐다. 법은 전담조직 설치를 요구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술을 발굴해 계약으로 만들고 다시 실증과 판로로 넘길 전문인력과 권한이 충분한지가 더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자가 만든 기술을 기관 내부 평가에만 묶어두면 전담조직은 있어도 민간 이전은 늘지 않는다.

실제 정책도 이 병목을 보완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국가기술거래플랫폼 사업은 기술탐색, 중개, 컨설팅, 개념증명, 투자연계까지 묶어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다. 2026년 신규 공고가 난 ‘10대 메가프로젝트 기술산업화 사업’은 공공·민간 기술이전을 전제로 후속 연구개발, 시제품, 실증, 인증, 양산 연계까지 패키지 지원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중소·중견기업이 공공기술을 도입한 뒤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무상이전 프로그램도 있다. 기술나눔은 대기업·공공기관·공공연구기관의 미활용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에 이전하는 제도다. 2013년부터 2025년까지 4242건의 기술이 2268개 기업으로 무상이전됐다는 집계가 나와 있다. 다만 이런 제도 역시 이전 이후 사업화 자금, 시험·인증, 구매연계가 붙지 않으면 단순 이전 실적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시민 질문에 대한 2026년식 답변


시민 질문을 2026년 제도와 자료에 비춰 다시 쓰면 이렇다. 공공 연구소를 추가하거나 확대하는 문제보다 먼저, 이미 나온 공공연구 성과가 기업의 수요와 맞게 이전되도록 전담조직의 전문성, 수요 발굴, 기술가치 평가, 개념증명, 후속 연구개발, 실증·인증, 투자·조달 연계를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일이 더 직접적인 제도 과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제도적 장치는 새 연구소 설립 자체라기보다 첫째 공공연구기관 전담조직의 실질적 권한과 전문인력 강화, 둘째 기술거래기관·사업화전문회사를 통한 중개 기능 고도화, 셋째 공공기술 도입 기업에 대한 후속 개발·실증·인증 지원, 넷째 미활용 특허의 기술신탁·기술나눔 확대, 다섯째 국가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사후 추적과 성과평가를 ‘논문·특허 수’보다 이전·매출·확산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에 가깝다. 연구소를 더 만드는 방안이 전혀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자료가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병목은 연구기관의 수보다 공공연구 성과의 민간 이전과 사업화 단계에 있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시행 2025.10.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에 관한 지침;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시행 2026.9.1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5년 연구성과 확산 정책 수립 및 제도 운영 최종보고서(2026);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5년 R&D 투자의 성과 활성화 정책이슈 분석 연구(2026);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가기술거래플랫폼 서비스 사업 공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2026년도 10대 메가프로젝트 기술산업화 사업 공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나눔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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