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60세인데 주된 일자리는 52.9세에 떠난다…재고용·기술전수 정책의 실제 성적표

사회

중년과 노년의 경험, 기술, 지식이 사회에서 곧바로 버려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현재 한국에는 정년 뒤 재고용을 유도하는 제도와 숙련기술 전수 지원사업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다만 통계와 제도를 함께 보면, 숙련인력 활용은 보편적 권리라기보다 일부 기업과 일부 직종에 한정된 지원사업에 가깝다. 법은 정년 하한을 60세로 두고 있지만, 고령층이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평균 연령은 그보다 훨씬 이른 52.9세였다.

이 간극이 시민 질문의 핵심이다.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는 숙련인력이 정년 전후에 같은 일터와 같은 직무로 이어지기보다 한 번 끊긴 뒤 재고용되거나 다른 일자리로 옮겨 가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 경험과 기술이 “버려진다”기보다, 연속적으로 쓰이도록 설계된 제도가 아직 좁고 성과도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정년 60세 제도와 실제 퇴장 시점의 차이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정년을 정할 경우 60세 이상으로 두도록 하고, 60세 미만으로 정했다면 60세로 본다고 규정한다. 제도상으로는 60세 이전 퇴장이 예외가 아니라 원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실제 흐름은 다르다.

통계청의 2025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55~79세 고령층은 1644만7000명, 이 가운데 취업자는 978만명으로 고용률은 59.5%였다. 문제는 이들이 어떤 경로로 일하고 있느냐다.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52.9세였고, 그만둔 이유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이 25.0%로 가장 높았으며 건강 문제 22.4%, 가족 돌봄 14.7%가 뒤를 이었다. 정년퇴직은 일부 사유일 뿐, 조기 이탈을 설명하는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장래에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한 고령층은 69.9%였고, 희망 근로 상한연령은 평균 73.4세였다. 일하려는 의지는 길게 남아 있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머무르는 구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재고용 정책은 존재하지만, 적용 대상은 넓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 장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다. 정년을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거나, 정년은 유지하되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 또는 재고용할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2024년부터는 지원기간이 최대 3년으로 늘었고, 2026년에도 고용노동부 가이드북과 개정 규정에 따라 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주가 받을 수 있는 지원 한도는 근로자 1인당 최대 3년간 1080만원이다.

다만 이 제도는 모든 퇴직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다. 우선 정년제도를 갖춘 사업장이 계속고용제도를 새로 도입하거나 운영해야 하고, 지원도 사업주에게 간다. 다시 말해 숙련인력이 원한다고 곧바로 이어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이 제도 도입과 재고용을 선택할 때 인건비를 일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실적도 아직 대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실적은 2649개 사업장, 7888명이었다. 제도 유형별로는 재고용이 77%로 가장 많았고 정년연장 15.4%, 정년폐지 7.6%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사업장이 60.9%를 차지했고 업종별로는 제조업 비중이 54.5%로 가장 높았다. 숙련인력이 많이 필요한 제조업·소규모 사업장에는 실제 수요가 있었지만, 노동시장 전체의 퇴직 숙련인력을 포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전수 사업도 아직은 한정적이다


재고용과 별도로 숙련기술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제도도 있다. 숙련기술장려법은 숙련기술전수자와 전수대상자에게 전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를 바탕으로 숙련기술 전수사업과 멘토링 사업을 운영한다. 현재 안내 기준으로 보면 숙련기술전수자에게는 월 80만원, 전수대상자 1명에게는 월 20만원의 지원금이 책정돼 있다. 선정 분야는 제조업 기반 기술과 전통 기능, 일부 미래산업 관련 분야까지 포함한다.

이 제도는 숙련기술의 단절을 막는 데 의미가 있지만, 역시 범위는 좁다. 공단이 공개한 사업 소개 자료에는 2025년 예비숙련기술전수 전수인원이 2257명으로 제시돼 있다. 또 2026년 숙련기술전수 멘토링 사업은 멘토 모집 규모가 50명 내외였다. 제조업과 기능 직종의 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상징성과 교육 효과는 있어도, 은퇴 숙련인력 전체의 경험을 흡수하는 장치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작다.

무엇보다 전수 사업은 산업현장 전반의 퇴직자에게 열려 있는 일반 제도라기보다, 일정한 숙련 수준과 전수 여건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장의 방대한 암묵지, 작업 노하우, 설비 운용 경험이 일상적으로 축적·이전되는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


경험은 이어지지만, 모두가 같은 경력선 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취업경험이 있는 고령층 가운데 최근 일자리가 생애 주된 일자리와 관련 있다고 답한 비율은 71.0%였다. 완전히 다른 일자리로만 밀려나는 그림과는 다르다. 고령층이 이전 경력을 어느 정도 활용하며 다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수치만으로 숙련 활용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 비율은 13.7%에 그쳤다. 경험이 남아 있어도 재배치와 재훈련, 임금체계 조정, 안전관리와 같은 뒷받침이 약하면 숙련은 낮은 임금의 단기 재취업으로 흘러가기 쉽다. 재고용이 많아도 그것이 이전 직무 수준과 숙련 가치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민 질문에 대한 2026년의 답


“중년이나 노인들의 경험과 기술 지식은 왜 버려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2026년 자료가 주는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버려져야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조기 퇴직 구조와 제한된 재고용·전수 제도 때문에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법과 지원사업은 이미 존재하지만, 그 적용 범위와 규모는 여전히 선택적이다.

따라서 정책의 쟁점은 제도 유무보다 실제 작동 범위에 있다. 정년 60세 규정과 계속고용장려금, 숙련기술 전수사업은 숙련인력 활용의 통로를 만들었지만, 주된 일자리 이탈 시점이 평균 52.9세에 머무는 현실을 바꿀 정도로 넓게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험과 기술이 사라지는 문제를 줄이려면 재고용 지원을 넘어, 주된 일자리에서의 이탈을 늦추고 같은 직무의 숙련이 임금과 지위 하락 없이 이어지게 하는 장치가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자료: 통계청,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2025);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같은 법 시행령(2026년 10월 확인);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보험법 시행령 및 고령자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규정(2026년 10월 확인); 고용노동부,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최대 3년까지 받는다(2024.1.11.); 고용노동부,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가이드북(2026); 한국산업인력공단, 숙련기술 전수자·전수지원금 신청 안내 및 사업소개(2026년 10월 확인); 한국산업인력공단, 2026년 숙련기술전수 멘토링 멘토 모집공고(2026.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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