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규제 뒤에도 사교육이 남는 이유…학교시험·대입 연계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선행학습을 막는 제도는 이미 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제도와 통계를 함께 보면, 이 제도만으로 사교육 수요를 꺾기에는 범위가 분명히 좁다. 현행 법은 학교 수업보다 앞서는 선행교육, 학교시험의 교육과정 일탈, 일부 학교와 대학의 입학전형에서 나타나는 선행학습 유발 요소를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사교육을 계속 움직이는 핵심 경쟁 축인 학교 내신과 수능, 그리고 이를 대입 선발에 연결하는 구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3월 12일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 총액은 27조5000억원, 참여율은 75.7%였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총액이 줄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사교육이 예외적 보충수단이 아니라 학생 다수가 참여하는 상시 시장이라는 점은 그대로 확인된다.
법이 막는 것은 ‘교육과정 밖 출제’이지 사교육 자체가 아니다
현행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가 편성된 교육과정보다 앞서는 수업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교시험과 교내대회에서도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학교별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일부 중학교·고등학교는 이전 학교급 교육과정 범위를 넘는 전형을 할 수 없고, 대학도 논술·면접·실기 같은 대학별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이 법이 사교육을 전면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법 조문상 학원·교습소·개인과외에 직접 걸려 있는 금지조항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에 대한 규제가 중심이다. 다시 말해 학교와 입시기관이 공교육 범위를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는 있지만, 사교육 수업 자체를 폭넓게 제한하는 구조는 아니다. 선행학습 열풍의 한 단면은 막을 수 있어도, 경쟁이 남아 있는 한 사교육 수요가 다른 형태로 이동할 여지는 남는다.
학교시험과 수능은 여전히 대입의 핵심 변수다
사교육이 남는 더 큰 이유는 학교시험과 대입의 연결 방식에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표한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서 교육부는 수시모집의 학생부위주, 정시모집의 수능위주 선발 기조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제도상 선행출제는 금지돼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신과 수능 성적이 여전히 입시 결과를 가르는 주요 기준이라는 뜻이다.
수능 역시 선행학습 억제 기조 아래 운영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5년 3월 발표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은 수능을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하고, EBS 연계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교육 범위 밖 문제를 줄이려는 조치지만, 동시에 시험 자체의 중요성이 약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되더라도 한 문제 차이가 대학 합격을 가르는 구조에서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불안하다고 느끼는 수요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교육 시장도 단순한 ‘선행’에서 ‘내신 관리’, ‘수능 대비’, ‘논술·면접 준비’, ‘진로·진학 상담’으로 분화해 왔다. 실제로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에는 학원과 과외뿐 아니라 진로·진학 학습상담 비용도 포함된다. 법이 겨냥한 선행학습 유발 행위가 줄더라도, 대입 선발에서 점수와 기록의 경쟁이 남아 있으면 사교육은 형태를 바꿔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원인을 ‘선행’ 하나로 보지 않는다
교육부가 2026년 4월 1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정책 방안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교육부는 2025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급별·특성별 사교육 수요를 분석해, 사교육 유발 원인에 대응하는 공교육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등 돌봄과 방과후, 예체능 지원, 문해력과 기초학력 강화처럼 대책의 범위가 넓은 이유도 사교육 수요가 선행학습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 질문에 대한 2026년식 답은 분명하다. 선행학습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어렵다. 학교시험이 입시로 이어지고, 입시가 다시 수능과 학생부 경쟁을 강화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사교육은 ‘교육과정 밖 선행’에서 ‘교육과정 안 고강도 경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해법을 찾으려면 불법적 선행출제 단속을 넘어서, 내신과 수능의 변별 압력, 학생부 평가의 불확실성, 학교 안에서 제공되는 보충학습의 질과 접근성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시행령(2025.1.31 시행 법률, 2026.5.26 시행 시행령); 교육부,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2026.3.12); 교육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 발표(2026.4.1);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2025.3.25); 교육부,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발표(2025.4.30); e-나라지표, 초중고 사교육비 지표(2026.3.16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