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민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나…정치 참여는 배우되 정당 지지는 넘지 못한다

사회

학교에서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을 전혀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한국의 학교 제도는 이를 독립된 하나의 ‘참정권 교육 제도’로 운영하기보다, 교육과정과 학생자치, 일부 교육청 프로그램에 나눠 담아두고 있다. 다시 말해 학교는 선거와 민주주의, 공동체 의사결정, 학생자치의 원리를 가르치지만, 주민발안·주민투표·청원처럼 실제 정치 참여 절차를 체계적으로 익히는 별도 국가 공통 과정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법과 교육과정의 방향은 분명하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이념으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일을 적고 있고, 초·중등교육법은 학생 자치활동을 권장·보호하도록 규정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모두 18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진다. 학교가 민주 시민의 기본 소양과 참여의 원리를 가르쳐야 할 이유가 제도 안에 이미 들어 있다는 뜻이다.


2026년 학교에서 실제로 배우는 것은 ‘정치 일반’과 ‘민주적 참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학년별로 순차 시행 중이고,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고등학교는 2026년 1월 국가교육위원회 고시로 총론과 학교 교육과정이 다시 일부 개정돼 같은 해 3월부터 1·2학년에 적용됐다. 교육과정 총론과 사회과 체계는 학생을 민주 시민으로 기르는 방향을 분명히 두고 있지만, 수업은 대체로 사회·도덕·통합사회·창의적 체험활동, 학교자율시간 등에 분산돼 이뤄진다.

이 구조는 학교 시민교육의 장점이자 한계다. 장점은 특정 과목 한 칸에 가두지 않고 학교생활 전반에서 민주주의와 참여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한계는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가 학교와 교사, 교육청의 운영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선거 제도와 권리, 토론과 의사결정, 학생회 선거를 충실히 다루는 학교가 있는 반면, 이를 시험 범위의 개념 설명 수준에서 지나가는 경우도 가능하다.


정치적 중립의 경계는 ‘정당·후보 지지 유도’에서 그어진다


학교 시민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쟁점은 정치적 중립이다. 그러나 현행 법제는 ‘정치를 가르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편견의 전파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교원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도록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제한하고, 교원에게는 이 규제가 특히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 경계는 내용보다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선거권, 정당제도, 의회, 지방자치, 시민의 청원과 토론, 공적 의사결정 절차를 설명하는 것은 교육의 영역에 들어간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좋다거나 나쁘다고 가르치거나, 학생에게 특정한 정치적 선택을 권유하는 순간 교육은 중립의 선을 넘게 된다. 결국 학교 시민교육의 합법적 범위는 ‘민주적 참여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까지이고,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정해주는 것’은 금지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제도는 있으나, 실제 참여 절차 교육은 지역·학교별 편차가 크다


현장 적용을 보면 국가 공통 제도보다 교육청 사업과 학교 자치 경험이 빈틈을 메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에 참정권 교육 내용을 두고 있고, 민주시민교육과 업무에도 학생참정권교육과 선거교육이 포함돼 있다. 학생의회, 지역청소년교육의회, 학생참여예산 같은 장치는 학생이 대표 선출과 공약, 예산 제안, 토론 절차를 실제로 경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사례를 전국 공통 현실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초·중등교육법의 학생자치활동 규정은 기본 원칙만 두고, 조직과 운영의 세부는 학칙에 맡긴다. 국가 교육과정도 민주 시민 역량을 제시하지만 주민발안, 주민소환, 지방의회 방청, 공공기관 청원 같은 구체적 참여 기술을 전국 학교가 같은 수준으로 실습하도록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원문 질문에 대한 2026년식 답은 이렇다. 학교 안에 정치 참여를 배우는 통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체계적 실천 교육 제도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결국 남는 과제는 ‘정치적 중립’과 ‘정치적 무지’를 같은 말로 취급하지 않는 일이다. 중립은 편들지 말라는 요구이지, 민주주의 제도와 참여 방법을 가르치지 말라는 명령은 아니다. 학교 시민교육이 선거 연령 하향 이후에도 개념 설명에 머물지 않으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학생자치와 모의 의사결정, 지역사회 참여 수업을 더 촘촘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자료: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고시 제2026-1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2026.1.21.);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고시 제2024-3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 안내(2024.8.29.); 교육부,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고시(2022.12.2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교육기본법 제2조·제6조·제14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초·중등교육법 제17조·제31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직선거법 제15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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