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배워 와야 따라가는 교실’은 제도상 금지…그런데 왜 선행학습 압박은 남아 있나

사회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은 2026년 제도상으로는 정상 상태가 아니다. 현행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교원이 학생의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학교도 편성된 교육과정을 앞서는 수업과 평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제도가 금지한다고 해서 교실의 압박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 참여가 여전히 높고, 입시와 평가가 만들어내는 경쟁이 강한 상황에서는 법이 막는 ‘선행교육’과 현실에서 체감되는 ‘선수학습 압박’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이 질문은 그래서 “학교가 원래 선행학습을 요구하도록 설계돼 있느냐”와 “학생과 학부모가 왜 그렇게 느끼느냐”를 나눠 봐야 한다. 첫째 질문의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둘째 질문의 답은, 사교육 시장과 입시 경쟁, 학교 내 학습격차가 서로 맞물리면서 교실 밖에서 먼저 배운 학생에게 유리한 구조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현재 자료에 더 가깝다.


법은 정규수업의 선행학습 전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의 핵심은 학교 수업과 평가가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막는 데 있다. 법은 학교가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시험과 교내대회에서도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 평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교원에 대해서도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따로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배경에도 바로 그 문제가 적혀 있다. 법 제정 이유에는 사교육 경험을 전제로 한 학교수업, 교육과정을 벗어난 시험출제, 대입 전형에서의 고교 교육과정 외 출제가 선행학습을 조장해 왔다고 적시돼 있다. 다시 말해 “학교가 미리 배워 온 학생 중심으로 굴러간다”는 문제의식은 제도 밖 민원 차원이 아니라 입법 사유로 공식화됐고, 그래서 금지 규정이 들어갔다.

다만 예외는 있다. 방과후학교 과정 가운데 고등학교 휴업일 운영, 농산어촌 지역 학교와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 등의 일부 중·고교 운영은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예외가 남아 있다. 이 예외의 일몰기한은 2028년 2월 29일까지로 다시 연장됐다. 교육기회 보장과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둔 장치지만,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면서 특정 조건에서는 앞선 학습을 허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 자체의 긴장도 함께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리 배워야 한다’는 체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법과 별개로 현실의 압박은 사교육 통계에서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사교육 참여율은 75.7%였다. 초중고 학생 4명 중 3명꼴로 유료 사교육에 참여한 셈이다.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8천 원이었고, 실제 참여 학생만 보면 60만4천 원이었다. 학교급별 참여학생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51만2천 원, 중학교 63만2천 원, 고등학교 79만3천 원으로 올라간다.

이 수치는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제도는 선행학습 전제 수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 다수는 학교 밖에서 별도의 보충 또는 선행 학습을 하고 있다. 특히 참여학생 기준 지출이 높고 고등학교로 갈수록 금액이 커진다는 점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불안하다고 판단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것이 곧바로 모든 정규수업이 선행학습을 요구한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교실 안의 속도와 교실 밖의 사교육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정황으로는 충분하다.

교육부가 2026년 4월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도 이 구조를 전제로 짜였다. 초등 저학년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 초3 방과후 이용권 확대, 중학교 독서·논술 프로그램, 기초학력 진단 고도화, 교과 보충 멘토링, 취약계층 대상 화상 튜터링, 고교 진로·학업 설계 상담 확대 등이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 정부 스스로 사교육 수요가 학교급과 영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 학교 밖 수요를 공교육 서비스로 일부 대체하려는 셈이다. 이는 선행학습 문제가 단순히 일부 교사의 수업 방식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돌봄·기초학력·진학정보·자기주도학습 지원까지 연결된 구조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입시가 교육과정 밖 문제를 줄였지만 압박을 없애지는 못했다


법은 학교 수업뿐 아니라 입학전형에도 선행학습 유발 방지 장치를 두고 있다. 학교별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일부 학교와 대학은 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대학별고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의 긴장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교육부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67개 대학 3297개 문항을 분석한 결과 4개 대학과 사관학교가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대상이 됐다. 전체 문항 대비 위반 비율은 0.3%로 낮았지만, 제도가 작동하는 2026년에도 교육과정 범위를 둘러싼 충돌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규 교실에서 직접 선행학습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상급학교 선발 과정이 조금이라도 앞선 학습을 유리하게 만드는 순간 학생과 학부모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다시 받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워야만 한다”는 불안은 정규 교육과정 자체의 공식 규칙이라기보다 평가와 선발, 학습격차, 사교육 시장이 함께 만든 기대에 가깝다. 법은 그 기대가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지만, 법 밖의 경쟁구조까지 단번에 없애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정규수업만으로도 따라가지만, 어떤 학생은 이미 배운 학생이 많은 교실 분위기나 빠른 진도, 수행평가 대비, 상급학교 진학 불안 때문에 선행학습이 사실상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직접적인 답: 제도는 아니지만 구조는 여전히 그렇게 작동한다


시민 질문에 대한 2026년 기준의 직접적인 답은 이렇다.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워 가지 않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아야 하도록 법과 제도가 설계돼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현행법은 교사와 학교가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하거나 평가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착각만은 아니다. 사교육 참여율이 여전히 높고, 참여 학생의 지출이 크며, 입시와 학교 밖 경쟁이 남아 있는 한 먼저 배운 학생이 교실에서 상대적으로 편해지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공식적으로 선행학습을 요구하느냐”보다 “공교육이 서로 다른 출발선을 가진 학생들을 실제 수업 안에서 얼마나 흡수하고 따라잡게 하느냐”에 있다. 2026년 정책도 이 간격을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현재까지 확인되는 자료만으로는 그 효과가 교실 체감까지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시행 2025.1.3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개정이유; 교육부,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2026.3.12.); 국가데이터처 e-나라지표,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현황(최근 갱신 2026.3.16.); 교육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 발표(2026.4.1.); 교육부, 2025학년도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발표(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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