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청구, 정말 더 늦어졌나…연장 규정·비공개 사유·기관별 격차로 본 실제 운영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가 예전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체감은 적지 않다. 다만 2026년 10월 23일 현재 공개된 국가 통계만 놓고 보면, 전국적으로 처리기간이 일괄적으로 늘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대신 확인되는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청구량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둘째, 비공개 판단이 자주 붙는 개인정보·재판 관련 청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검토와 가림 처리에 시간이 더 드는 사건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와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5년 정보공개 청구 접수 건수는 262만2146건으로 2024년 232만3664건보다 13% 늘었다. 정보공개법이 처음 시행된 1998년과 비교하면 약 100배 수준이다. 청구 수요가 커진 만큼 기관이 검토해야 할 사건 수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다만 청구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제도 전체가 더 느려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공개 여부를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다시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법정 구조 자체는 여전히 ‘10일+연장 10일’이다. 따라서 시민이 느끼는 지연이 제도 변경 때문인지, 청구 내용의 성격 변화 때문인지, 기관별 운영 역량 차이 때문인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청구 급증, 통계가 바로 보여주지 않는 것은 평균 처리기간의 악화 여부
현재 공개된 국가 단위 지표는 청구 건수, 정보공개율, 비공개 사유, 결정기간 구분 체계를 설명하고 있지만, 기사 작성 시점에 바로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전국 평균 처리 소요일의 장기 추세나 지역별 세부 처리기간을 함께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요즘 더 오래 걸린다’는 인상을 전국 평균 지연으로 바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가 지표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수요 증가다. 행정안전부는 2024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서 최근 통계 분석 결과 개인의 보험 청구, 소송 준비와 관련된 정보공개 청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청구는 단순한 행정문서 열람보다 개인정보 가림, 제3자 관련성 검토, 재판·수사 관련 비공개 사유 검토가 더 자주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시민 입장에서는 같은 ‘한 건의 청구’로 보이더라도, 기관 입장에서는 즉시 공개가 가능한 단순 자료와 법률 검토가 필요한 자료가 섞여 있다. 청구량 증가와 사건의 복잡성 증가는 체감 처리시간을 늘리는 배경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전체 제도의 평균 지연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공개 통계의 한계이기도 하다.
비공개 사유는 개인정보와 재판 관련이 중심…‘늦어짐’의 원인도 여기서 많이 갈린다
비공개 결정 사유를 보면 왜 일부 청구가 길어질 수 있는지 더 분명해진다. 2025년 비공개 결정은 7만2731건이었고, 주된 사유는 개인정보 보호 필요 30%, 재판 관련 정보 24%,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 침해 우려 16%, 공정한 업무 수행 지장 우려 14% 순이었다.
1년 전인 2024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서도 구조는 비슷했다. 당시 정보공개율은 94.3%였고, 비공개 사유는 개인정보 보호 33.9%, 재판·수사 관련 17.2%, 공정한 업무 수행 지장 15.1%, 법인 등 정당한 이익 침해 14.4%였다. 비공개 사유의 상위권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 미공개가 아니라 법률상 예외 검토가 필요한 청구가 제도 운영의 중심에 계속 놓여 있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개인정보와 재판 관련 정보는 공개와 비공개의 경계를 기계적으로 나누기 어렵다. 문서 일부를 가린 뒤 부분공개를 할 수 있는지, 제3자 관련 정보가 포함됐는지, 공개가 특정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답이 늦다’는 문제는 전체 청구를 한꺼번에 보는 평균치보다, 어떤 종류의 청구가 늘었는지를 봐야 더 잘 설명된다.
정보공개율 94%의 의미…높은 공개율이 곧 쉬운 이용 경험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보공개율만 보면 제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2024년 94.3%, 2025년 94.1%로 최근 5년간 94%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처리건수 중 전부공개와 부분공개의 비율’이다. 청구 취하, 다른 민원으로의 이첩, 정보부존재 처리 등이 제외된 뒤 계산된다.
즉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공개율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분공개가 많아졌는지, 비공개 판단 전에 연장 통지가 잦은지, 처음부터 사전공표나 원문공개로 찾을 수 있었는지에 따라 실제 이용 경험은 크게 달라진다. 공개율이 높더라도 원하는 정보가 가려져 있거나, 법정 기한 안에서 연장이 반복되면 시민은 제도가 느리고 닫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보공개 제도의 성과를 볼 때는 ‘몇 퍼센트가 공개됐는가’뿐 아니라 ‘어떤 정보가 청구 전 단계에서 공개돼 있었는가’, ‘부분공개와 비공개가 어떤 사유로 이뤄졌는가’, ‘복잡한 청구가 어느 기관에 집중되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기관별 운영 격차는 여전…전국 평균보다 시민이 마주치는 것은 개별 기관의 대응
전국 평균보다 시민 체감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개별 기관의 운영 수준 차이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정보공개 종합평가 결과를 보면 561개 기관 가운데 최우수 115개, 우수 170개, 보통 271개, 미흡 5개로 나뉘었다. 전년도 실적을 평가한 2024년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도 554개 기관 중 최우수 111개, 우수 164개, 보통 277개, 미흡 2개로 집계됐다.
평균 점수는 높은 편이지만, 시민이 실제로 접촉하는 기관이 어느 등급대에 속하는지에 따라 경험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법과 같은 포털을 쓰더라도 사전정보공표가 잘 돼 있는 기관은 청구 자체가 줄고, 원문공개와 부분공개 기준이 정비된 기관은 처리 속도와 설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정보정비가 덜 된 기관에서는 같은 자료를 찾는 데 청구부터 결정 통지까지 시간이 더 들 수 있다.
이번 공개 자료만으로 특정 시도나 지역이 구조적으로 더 느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앙 평가에서 기관 간 등급 차이가 반복해서 확인된다는 점은, 시민이 겪는 편차가 제도 전체보다 기관별 운영 차이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필요한 것은 ‘청구 후 처리’보다 ‘청구 전 공개’ 확대
행정안전부도 정책 방향으로 원문정보 공개와 사전정보공표의 내실화를 제시하고 있다. 청구가 몰린 뒤 법정 기한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이 자주 찾는 정보가 처음부터 공개돼 있으면, 처리기간 논란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검증에서 확인된 결론은 분명하다. 정보공개 청구가 길어진다고 느끼는 배경에는 청구 건수 증가와 개인정보·재판 관련 청구 비중 확대, 기관별 운영 편차가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국가 단위 자료만으로 전국 평균 처리기간이 뚜렷하게 악화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제목처럼 ‘길어지는 이유’를 말하려면, 앞으로는 지역별·기관별 결정기간 통계와 연장 사용 현황, 부분공개 비중까지 더 쉽게 공개하는 쪽이 먼저 필요하다.
자료: 행정안전부, 2025년 정보공개 종합평가 결과 공개(2026.02.10); 행정안전부, 2024년 정보공개 종합평가 결과 공개(2025.01.07); 행정안전부, 2024 정보공개 연차보고서 관련 보도자료(2024.09.02); e-나라지표, 공공기관 정보공개 지표 설명 및 해석(최근 갱신 2026.10.13);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