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로 문턱 낮아졌지만 성과 평가는 아직 제한적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은 2023년 7월 1일 전속성 요건 폐지 이후 제도 접근성에서 분명한 변화를 맞았다. 여러 사업장이나 여러 플랫폼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대상에서 빠지던 구조가 바뀌면서, 제도상 가입 문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다만 2026년 10월 23일 현재 공개된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정부가 확인해주는 것은 적용 대상 확대와 일부 보상 통계가 중심이고, 지역별 운영 성과나 실제 체감 접근성의 차이를 정기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공개 지표는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16개 직종에서 18개 직종으로 넓혔다고 안내하고 있다. 방과후강사, 관광통역안내원, 어린이통학버스기사, 건설현장화물차주가 새로 포함됐고, 퀵서비스기사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일부 직종의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제도 진입로 자체는 넓어진 셈이다.
‘가입 가능’에서 ‘실제 보상’으로 옮겨가면 보이는 차이
산재보험의 실제 운영 결과를 보여주는 최근 공식 지표 가운데 하나는 유족급여 승인 통계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3월 31일 발표한 2025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재해 현황을 보면, 2025년 한 해 노무제공자의 사고사망 유족급여 승인 건수는 137명으로 전년보다 36명 늘었다. 정부는 이 증가에 전속성 요건 폐지에 따른 가입 대상 확대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통계에서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재해 유형이다. 노무제공자 사고사망 승인 137명 가운데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사망자가 96명으로 70.1%를 차지했다. 플랫폼 노동에서 산재보험의 실제 작동 지점이 공장이나 사무실 내부보다 도로 위 위험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제도 소개만 보면 가입 범위 확대가 핵심처럼 보이지만, 실제 보상은 이동 중 사고와 얼마나 맞물려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드러난다.
여전히 남는 쟁점은 보험료와 행정 절차
다만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단순히 ‘미가입’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노무제공자 산재보험이 적용 대상이면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당연 적용되고, 미가입 상태에서 재해가 나더라도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점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에서 빠지는 가장 큰 이유를 선택 가입이나 임의 가입으로 보는 해석은 현재 제도와는 맞지 않는다.
그 대신 남는 쟁점은 비용과 절차다. 근로자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지만, 노무제공자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과거 퀵서비스기사 등 일부 직종에 보험료 경감 제도를 운영했지만, 2024년 12월에는 이 감경 기준 폐지 고시를 내놨다. 제도 적용 범위는 넓어졌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보험료 분담 구조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행정 방식도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 현행 시행규칙은 사업주가 노무제공자의 월 보수액을 공단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일부 직종은 입직·이직 신고나 노무제공내용 확인 신고가 별도로 붙는다. 플랫폼 노동자 입장에서는 산재보험 권리가 법에 적혀 있더라도,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기까지 사업주의 신고, 소득 산정, 재해 입증 자료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정부가 확인한 것은 ‘확대’, 아직 부족한 것은 ‘비교 가능한 성과’
정부가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전속성 요건은 2023년 7월 1일부터 폐지됐다. 둘째, 산재보험 적용 직종은 확대됐다. 셋째, 2025년 산재보상 통계에서는 노무제공자 유족급여 승인 건수가 늘었고, 그 재해 상당수는 사업장 외 교통사고였다. 넷째, 2026년 노무제공자 직종별 산재보험료율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됐다.
반면 시민이 체감하는 질문, 즉 어느 지역에서 더 잘 작동하는지, 어떤 플랫폼이나 업종에서 승인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지, 실제 치료·휴업 보상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공개 자료만으로는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공개 행정자료가 제도 시행과 고시, 전국 단위 승인 통계는 보여주지만, 지역별·연도별 운영 차이를 일관되게 드러내는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플랫폼 산재보험의 현재 성적표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운영 성과를 세밀하게 검증할 자료는 부족하다’는 쪽에 가깝다. 제도 도입기 기사들이 주로 가입 대상 확대를 설명했다면, 이제 필요한 검증은 실제 보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비용, 신고 체계, 교통사고 중심 위험 구조, 그리고 지역별 집행 차이를 공개 통계로 얼마나 드러내는가에 있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주 하는 질문 상세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적용 여부'(확인일 2026년 10월 23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2023년 6월 26일); 고용노동부, 언론보도대응 ‘경향신문(12.16), 배달라이더 열에 아홉은 산재보험 보상 경험 없다 기사 관련'(2022년 12월 16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5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재해 현황'(2026년 3월 31일); 고용노동부, 고시 목록 ‘노무제공자 산재보험료 감경 기준 폐지'(2024년 12월 30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6년 평균 산재보험료율 올해와 같은 수준 유지'(2025년 12월 31일);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2조의6(시행 2026년 7월 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