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주거개조 지원, 실제 문턱은 ‘이사 가능한 무주택 고령자’에 더 가까웠다

사회

고령자의 집 안 안전손잡이, 문턱 제거, 비상호출 같은 주거개조 지원은 제도 이름만 보면 넓게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026년 10월 현재 중앙정부가 확인 가능한 공식 경로를 따라가면 실제 수혜 문턱은 더 좁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약자 지원 제도는 법률상 주거약자용 주택의 편의시설 설치와 공급을 지원하는 틀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반 고령 임차인이 가장 직접적으로 접하는 경로는 기존 집을 고쳐 계속 사는 방식보다 고령자복지주택 같은 공공임대에 새로 신청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경우 핵심 조건은 대체로 만 65세 이상, 무주택세대구성원이다.

이 차이는 이사하기 어려운 고령 임차인에게 특히 크게 작용한다. LH가 2026년 공고한 동해천곡 고령자복지주택 모집 공고를 보면 신청자격은 공고일 현재 만 6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세대구성원인 사람으로 제시돼 있다. 입주예정 시점도 2027년 10월로 잡혀 있어, 지금 살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의 욕실이나 출입문을 바로 고쳐 쓰고 싶은 고령자에게는 즉시형 지원과 거리가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접근 창구는 새 주택 공급과 입주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열려 있는 셈이다.


법은 ‘주거약자 지원’을 두고 있지만, 곧바로 현 거주지 개조비를 받는 구조는 아니다


현행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주거약자용 주택 공급과 편의시설 기준, 임대사업자 지원의 틀을 두고 있다. 법률과 시행령 취지를 보면 국가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 주거약자를 위한 주택의 편의시설 설치와 공급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확인 가능한 조문과 제도 설명에서 중심은 임대사업자가 주거약자용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일반 고령 임차인이 현재 사는 민간 전월세 집을 계속 유지한 채 개조비를 직접 신청하는 전국 단일 경로는 기사 작성 시점에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 틀과 실제 시민이 만나는 신청 창구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뜻이다. 법은 주거약자 지원을 말하지만, 실제 운영은 공공임대 공급, 입주자 모집, 복지서비스 연계 같은 방식으로 구현되는 비중이 더 크다.


공급 실적은 지역별로 갈리고, ‘선정’과 ‘입주 가능’ 시점도 다르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서울 강북, 강원 평창, 충남 예산, 전북 군산, 경북 경주 등 12곳에 1313가구 규모의 고령자복지주택 대상지를 선정했다. 2022년 주거종합계획에서는 같은 해 상반기 3곳 260호, 하반기 8곳 523호를 선정했다고 정리했다. 2023년에는 1차로 경기 포천·부천, 강원 화천·횡성, 충북 증평, 충남 홍성, 전남 고흥 등 7곳 710호가 선정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포항·부안·계양·하남 4곳 350호가 추가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공급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대부분 사업 대상지 선정이나 공급 추진 단계다. 실제 입주까지는 부지 확보, 건설, 모집 공고,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2026년 LH 공고에서도 모집은 올해 이뤄졌지만 입주는 2027년으로 제시됐다. 정책 발표와 시민이 실제로 문턱을 넘는 시점은 같지 않다는 점을 따로 봐야 한다.

공급 지역도 고르게 퍼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매년 공모와 선정 방식으로 사업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신청 가능한 주택이 있는지부터 달라진다. 같은 고령자라도 지역에 따라 선택지가 공공임대 입주 신청일 수도 있고, 아예 기다릴 사업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수요는 커지는데, 가장 취약한 집단은 ‘현재 집을 떠나기 어려운’ 독거 고령층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는 왜 이런 간극이 문제가 되는지 보여준다. 전체 노인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은 32.8%로 2020년보다 13.0%포인트 늘었고, 독거노인 가운데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3.9%였다. 노인부부 가구의 같은 응답 비율 48.1%보다 높았다. 건강상태와 우울증상 지표도 독거노인이 더 취약했다.

주거개조의 필요는 대개 이동, 낙상, 배변, 목욕 같은 일상 기능 저하와 맞물린다. 그런데 현재 확인되는 주된 국토교통부 경로는 새 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무주택 고령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오래 산 집을 떠나기 어렵거나, 임대차 관계 때문에 집 구조를 손대기 어려운 고령 임차인은 별도의 지역 복지사업이나 다른 부처 서비스가 연결되지 않으면 제도 바깥에 남기 쉽다.

정부도 고령자 주거지원 확대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돌봄·무장애 설계의 고령친화 임대주택 3000호 공급을 제시했다. 다만 이것도 기본적으로는 새로 공급되는 임대주택 확대 계획이다. 지금 사는 집의 작은 개조가 더 절실한 사람에게 곧바로 도달하는 지원인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결국 고령자 주거개조 제도의 실제 접근성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히 나이나 소득만이 아니다. 이사할 수 있는지, 무주택 요건을 충족하는지, 사는 지역에 공모형 사업이 들어왔는지, 입주까지 기다릴 시간이 있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중앙정부의 제도 설명만 보면 넓어 보이는 지원이 현장에서는 새 공공임대 공급 중심으로 좁아지는 구조다. 이사하기 어려운 고령 임차인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 확대만이 아니라, 현재 거주 중인 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즉시형 개조 지원 경로를 얼마나 촘촘히 열어 두느냐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발표(2024-10-17); 국토교통부, 2022년 주거종합계획(2022-12-28); 국토교통부, 고령자복지주택 사업 대상지 7곳 선정(2023-07-31); 국토교통부, 포항·부안·계양·하남에 고령자복지주택 들어선다(2023-12-18); 국토교통부, 2026 업무계획(2025-12 발표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동해천곡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2026-08-24);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2026-10-23 기준 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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