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성과, 적자만으로는 안 보인다…응급의료·지역연계까지 따로 봐야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같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운영성과를 볼 때 적자 여부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현행 제도부터가 재무지표 하나만 보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지역거점공공병원 평가에서 의료의 질,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운영의 합리성, 책임운영을 함께 보도록 하고 있고, 지역별 통계도 응급·외상과 퇴원환자 연계 같은 필수의료 기능을 따로 추적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모든 공공병원의 운영이 양호하다는 뜻은 아니다.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제도상 성과 평가는 이미 적자·흑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둘째, 실제 현장 성과를 확인하려면 병원별 손익과 함께 응급실 유지, 지역 내 전원·연계, 취약지 접근성처럼 주민이 체감하는 기능을 별도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평가 기준부터 재무 한 가지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지방의료원 정책 안내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은 법에 따라 매년 운영평가를 받는다. 국립중앙의료원 2024 연보를 보면 이 평가는 지방의료원 35곳과 적십자병원 6곳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평가 내용도 ‘양질의 의료’,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합리적 운영’, ‘책임 운영’ 등 운영 전반이다. 다시 말해 공공병원 성과를 판단하는 공식 틀 자체가 손익계산서 한 줄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와 공공적 기능을 함께 보도록 짜여 있다는 뜻이다.
운영평가와 별도로 운영진단도 있다. 운영평가 결과 취약한 병원은 재무제표와 경영성과를 다시 들여다보는 정밀진단 대상이 된다. 이는 적자를 무시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적자를 보되 그 원인이 필수의료 유지비인지, 인력수급 문제인지, 병상 운영 비효율인지 구분하겠다는 구조에 가깝다.
주민 편익은 지역 통계와 필수의료 기능에서 드러난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가 밝힌 공공보건의료 지역현황 통계는 전국, 17개 시도, 70개 중진료권, 250개 시군구 단위로 응급·외상, 심뇌혈관질환, 산모·신생아, 재활 등 필수의료 분야를 나눠 보도록 설계돼 있다. 같은 ‘공공병원 운영성과’라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능이 부족한지, 응급의료 접근성 문제가 병상 수 부족인지 인력 부족인지, 혹은 다른 의료기관과의 연계 부족인지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은 책임의료기관 제도에서도 확인된다. 보건복지부는 책임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도입됐고, 2024년 기준 권역 책임의료기관 17곳과 지역 책임의료기관 55곳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의 핵심 사업에는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중증응급 이송·전원 협력, 감염 및 환자안전 관리가 포함된다. 주민 입장에서는 병원이 흑자인지보다 응급환자 이송이 가능한지, 퇴원 뒤 지역 돌봄으로 이어지는지가 실제 편익에 더 직접 닿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정 지원도 ‘경영 정상화’와 ‘기능 유지’를 함께 본다
정부 예산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도 예산 확정 자료에는 지방의료원 등 41개 공공병원의 경영 혁신을 위한 한시 인센티브 지원과 시설·장비 현대화 지원이 포함됐다. 이는 공공병원의 적자를 단순히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적자를 줄이는 방식이 필수의료 축소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운영성과를 개선한다는 말이 곧바로 응급실 축소나 취약지 서비스 감축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적용 사례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1월 인천 남부권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인천적십자병원이 응급실을 새로 단장해 4년 만에 다시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의 시설·장비 지원, 서울대병원 공공임상교수 참여가 결합된 결과였다. 이런 경우 병원 재무제표에는 비용 증가로 잡힐 수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야간·응급 진료 접근성이 회복되는 편익으로 돌아간다.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나
남는 과제는 병원별·지역별로 손익과 공공적 기능을 한 표에서 같이 보는 일이다. 현재 확인된 공식 자료만으로는 개별 지방의료원마다 적자가 응급의료 유지비에서 비롯됐는지, 일반진료 경쟁력 저하 때문인지, 인력 공백 영향이 컸는지까지 일괄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적자라도 응급실·분만·감염병 대응 같은 필수기능 유지의 결과인지, 비효율 운영의 결과인지는 구분돼야 한다.
결국 공공병원 운영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두 층위의 답이 필요하다. 제도상으로는 이미 적자만 따지지 않는 다면평가 체계가 마련돼 있다. 실제 운영 결과를 말하려면 앞으로도 병원별 재무자료와 함께 응급실 운영 지속 여부, 책임의료기관 협력 실적, 지역별 필수의료 접근성 지표를 묶어 봐야 한다. 공공병원의 성과를 주민 관점에서 평가하려면 ‘얼마를 벌었나’만이 아니라 ‘어떤 의료 공백을 막았나’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지방의료원 육성; 국립중앙의료원, 2024 국립중앙의료원 연보(2025);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 주요활동 안내; 보건복지부, 전국 55개 지역 책임의료기관장 모여 필수의료 협력 우수사례 공유 및 제도개선 방향 논의(2024-04-04); 보건복지부, 2024년 책임의료기관 커넥티드 케어 심포지엄 개최(2024-10-16); 보건복지부, 2024년 예산 122조 3,779억 원 확정(2023-12-21); 보건복지부, 지역 책임의료기관 인천적십자병원 응급실 개소(2022-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