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침식 조사 368곳, 관리구역은 7곳…생활도로 보호는 ‘조사→계획→공사’ 거쳐야
해안가 생활도로와 배후 주거지가 침식 피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연안정비사업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연안침식 제도는 크게 실태조사, 침식관리구역 지정, 연안정비사업 시행으로 나뉘는데, 2025년 기준 실태조사 대상은 368곳인 반면 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7곳이다. 주민이 체감하는 보호 효과는 침식이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본계획 반영과 설계, 예산 집행, 공사 완료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나타나는 구조라는 뜻이다.
해양수산부의 2025년 연안침식 실태조사 종합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368곳 가운데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한 C·D등급 비율은 28.0%였다. 2024년 364곳 조사 때의 40.7%보다는 낮아졌지만, 최근 5년간 연속해서 C·D등급을 받은 곳은 55곳 남아 있었다. 강원이 1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15곳, 전남 10곳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등급이 개선된 곳이 늘었지만, 지역별로는 취약 지점이 장기간 남아 있다는 의미다.
조사와 사업은 다르다…국가 시행 기준도 별도
실태조사는 침식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통해 해빈 단면, 표층퇴적물, 항공사진, 파랑 자료 등을 조사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 자료는 연안정비사업의 대상지 선정과 우선순위 결정, 설계와 시공, 사후 평가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그러나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고 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 설명에 따르면 연안정비사업은 10년 단위 기본계획과 5년 단위 변경계획에 따라 추진되며, 사업 시행 주체도 국가와 지자체로 나뉜다. 항만구역 밖에서는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 고도 기술이 필요한 사업, 둘 이상의 지자체에 걸친 사업, 공공의 이해에 영향이 큰 사업 등이 국가 시행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밖의 상당수 사업은 지자체가 맡는다. 국고 지원 비율도 연안보전사업은 70%, 친수연안조성사업은 50%로 구분된다.
침식관리구역 지정은 그보다 더 좁다. 현재 공개된 지정 현황은 삼척 맹방해변과 원평해변, 울진 봉평해변과 금음해변, 신안 대광해변, 태안 꽃지해변, 양양·강릉 남애1리~소돌해변 등 7곳이다. 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인공구조물 설치나 바다모래 채취 제한, 관리계획 수립, 연안정비사업 우선 시행 같은 장치가 붙지만, 조사 지점 전체에 자동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주민 보호 효과는 개별 사업에서 확인…다만 체감까지 시간차
생활도로와 배후지 보호를 직접 겨냥한 사례는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속초 청호지구 연안정비사업 준공 당시 너울성 파도로 인한 해안도로와 배후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비 46억원을 들여 해안도로 외곽 약 470m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공개자료에서 도로와 배후지 피해 저감을 사업 목적으로 분명히 제시한 사례다.
다만 이런 효과는 사업이 끝난 뒤에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다. 충남 서천 도둔지구 사업은 제3차 연안정비계획에 반영됐지만, 공개된 사업 개요상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기본·실시설계와 예산 편성이 중심이었고 본격 공사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예정돼 있다. 이 사업의 목표 역시 노후 호안 철거를 통한 침수 피해 예방과 해안 이용성 증대이지만, 설계와 예산 단계에 있는 동안 주민이 얻는 즉각적 보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미 완료된 사업도 있다. 태안 꽃지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은 2016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사구복원 3㎞, 모래채움 2만7000㎥, 표사차단공 850m 등을 시행해 마무리됐다. 다만 공개된 사업 페이지는 총사업비와 공사 내용, 기대 효과를 제시하는 방식이어서, 지역별로 공사 전후 침식 저감 정도나 주민 통행 안전 개선 폭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았다.
제도 접근성보다 중요한 것은 공개되는 성과 지표
해양수산부는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 변경 고시에서 과학적 연안재해 대응체계 구축, 사전예방 대응 강화, 자연기반 사업체계로의 개선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방향 자체는 사후 복구 중심에서 적응형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주민이 묻는 질문, 즉 우리 동네 도로와 배후지가 실제로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에 답하려면 계획과 공사 목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연안침식 제도는 조사 범위를 넓히고 관리구역과 정비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민 보호 효과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조사 지점이 늘었다는 사실은 위험을 포착하는 단계의 확장이고, 관리구역 지정은 제한적이며, 실제 보호는 개별 사업의 착수와 완료 뒤에야 나타난다. 결국 연안 침식에 대한 제도 접근성은 열려 있어도, 생활도로와 주거지 보호 성과를 주민이 비교·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사후 성과 공개는 아직 더 보완될 여지가 크다.
자료: 해양수산부, 2025년 연안침식 실태조사_종합보고서(2026-03-03); 해양수산부, 연안침식관리구역; 해양수산부, 연안침식실태조사란; 해양수산부, 제3차(2020~2029) 연안정비기본계획(변경) 고시(2025-12-05); 해양수산부, “연안정비사업”은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되는 사업인가요?(2018-06-19); 해양수산부, 해수부, 너울성 파도로부터 속초 청호지구 지킨다(2017-12-27);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도둔지구(서천군) 연안정비사업;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태안군 꽃지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