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흔적도에 없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반지하 지원, 지도·현장조사·소득기준이 따로 움직인다
반지하 침수 위험을 확인할 때 시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료는 침수흔적도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이 지도를 반지하 위험가구의 전수명부처럼 쓰지 않는다. 법령상 침수흔적도는 태풍·호우 뒤 실제 침수 흔적을 기록하는 재해지도이고, 지자체의 시설 설치나 이주 지원은 여기에 더해 현장조사, 건축물대장, 소득·자산 기준, 이주 시점 같은 별도 조건으로 갈린다.
이 때문에 침수흔적도에 표시되지 않은 반지하라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침수 우려가 확인돼도 곧바로 모든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반지하 침수 위험의 제도 접근성은 하나의 지도보다 여러 행정 기준의 조합에 더 가깝다.
침수흔적도는 사후 기록물…도심은 최고 침수심 0.3m 기준
행정안전부의 ‘재해지도 작성 기준 등에 관한 지침’을 보면 침수흔적도는 자연재해 뒤 침수구역, 침수심, 침수시간 등을 조사해 표시하는 지도다. 도시의 주거·상업·산업단지는 최고 침수심 0.3m 이상으로 상당한 불편을 일으킨 경우 등을 기준으로 작성하도록 돼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풍수해·지진재해보험금이 지급된 지역은 반드시 작성 대상이다.
핵심은 이 지도가 ‘실제 침수 피해가 확인된 지역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반지하 주택 전체의 구조적 취약성이나 향후 침수 가능성을 빠짐없이 담는 명부는 아니다. 침수 이력이 없거나, 피해는 있었지만 법정 작성 기준에 미치지 않았거나, 다른 방식의 현장 위험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지도 바깥에 남을 수 있다.
서울은 침수흔적도만 보지 않았다…23만호 상태조사 뒤 별도 위험군 선별
서울시가 2022년 발표한 반지하 대책도 이런 구조를 보여준다. 시는 당시 서울 시내 약 20만 가구 반지하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지역의 침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침수흔적도를 활용하되 현장조사와 실제 여건을 함께 봐 침수위험 등급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지도만으로 위험 여부를 확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후 서울시는 2022년부터 약 23만호 반지하 가구의 주택 상태조사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한 2만8천여 가구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잡았다. 2024년 7월에는 이들 중 최우선 관리가 필요한 1만5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침수방지·피난시설 작동 여부를 긴급 점검했다. 2025년 4월 기준 침수방지시설 설치 가구는 1만6281가구였고, 서울시가 2026년 현장점검에서 밝힌 물막이판 설치 실적은 설치 필요 2만3094가구 중 1만7837가구, 77.2%였다.
같은 반지하라도 ‘서울 전체 반지하’, ‘상태조사 완료 가구’, ‘시설 설치 필요 가구’, ‘최우선 관리 가구’처럼 행정상 모집단이 계속 달라지는 셈이다. 침수흔적도에 없는 반지하가 곧 조사 사각지대라는 뜻은 아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지원 여부는 어떤 분류군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주 지원은 더 좁다…전국 제도와 서울 바우처의 문턱이 다르다
이주 지원 단계에서는 기준이 더 복잡해진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은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와 함께 침수우려 지하층 등에 3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공공임대 우선 입주와 보증금 인하 등을 적용한다.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행정복지센터나 임대주택 운영기관을 통해 별도 선정 절차를 거친다.
서울시의 반지하 특정바우처는 지원대상을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로 넓혀 설명하지만, 실제 지급 조건은 더 구체적이다. 건축물대장상 지하층 가구여야 하고, 2022년 8월 9일 당시 반지하에 거주했으며 8월 10일 이후 지상층으로 옮긴 가구여야 한다. 신청 시점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여야 하고, 공공임대 입주자·주거급여 수급자·청년월세 지원대상자·자가소유자와 고시원·쪽방·옥탑방·근린생활시설로 이주한 경우는 제외된다.
결국 시민 입장에서는 ‘침수 위험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 지원을 받기 어렵다. 시설 설치는 현장 위험과 주택 조건이 중요하고, 공공임대 주거상향은 무주택·소득·자산 심사가 붙고, 서울시 월세 바우처는 거주 시점과 이주 시점까지 맞아야 한다.
통계도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표본조사와 전수통계는 바로 비교하기 어렵다
반지하 규모를 둘러싼 혼선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서울시는 2024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서 반지하·옥상 거주 가구 비율이 2.5%라고 발표했다. 이 조사는 서울 표본 1만5천 가구를 바탕으로 자치구별 주거여건을 살피는 조사다.
반면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는 서울의 반지하 거주 가구가 24만5194가구, 일반가구 대비 5.9%로 집계됐다. 서울시도 2025년 8월 해명자료에서 2020년 수치와 2024년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20년은 표본조사 기반 추정치였고, 2024년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활용한 전수조사 결과라는 이유다.
같은 ‘반지하’ 통계라도 무엇을 묻는 조사인지, 표본인지 전수인지, 주택 수인지 가구 수인지가 다르면 해석이 달라진다. 침수 위험 지도, 주거실태조사, 총조사 수치를 한 줄로 세워 단순 비교하면 실제 정책 접근성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
실제 사각지대는 지도 바깥보다 기준 사이에 생긴다
현재 확인되는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반지하 침수 위험 행정은 침수흔적도라는 단일 지도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사후 침수 기록, 현장 상태조사, 시설 설치 필요 판정, 무주택 여부, 소득·자산 기준, 이주 시점이 서로 다른 제도 안에서 각기 작동한다.
따라서 시민이 겪는 실제 사각지대는 ‘지도에 안 찍혔느냐’보다 ‘어느 제도에서는 위험가구로 분류되지만 다른 제도에서는 제외되느냐’에서 더 크게 생긴다. 반지하 지원 성과를 따질 때도 정책 발표와 사업 계획, 설치 실적, 실제 이주 가구 수를 구분해 봐야 한다. 서울시가 2025년 7월까지 공개한 실적만 놓고 봐도 임대주택 입주지원은 7042가구, 월세 바우처는 2967가구로 서로 다른 제도의 결과가 따로 집계된다.
자료: 행정안전부, 재해지도 작성 기준 등에 관한 지침(행정안전부고시 제2024-35호, 2024.5.14.); 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등록센서스 방식)(2025.7.29.); 서울특별시, 반지하 가구에 공공임대주택 이주 돕고 주거비 지원한다(2022.8.16.); 서울특별시, “침수 피해 걱정돼요” 반지하 임시 이주 돕고, 주거상향 지원(2024.7.8.); 서울특별시, 서울형 주택바우처(반지하 거주가구 이주 지원)(2026년 기준 안내); 서울특별시, 반지하 주택 관련 지원사업(2026년 기준 안내); 마이홈포털, 비정상거처 거주자 이사비 지원; 서울특별시, [해명자료] 「수도권 지하·반지하 사는 가구 22% 증가」보도 관련(2025.8.24.); 서울특별시, 2025년 풍수해 대책 관련 현장점검 발표(2025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