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까지 불러낸 국민의힘 연찬회…‘원팀’은 결집인가, 쇄신의 후퇴인가
국민의힘이 8월 27일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초청해 ‘동지애’와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 체제 1년을 맞아 당협위원장 재선출 방식과 비당권파 의원 징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참석을 보수 통합의 상징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친한계 의원 일부가 불참하고 당내에서도 “정기국회 대응보다 박 전 대통령 참석이 뉴스의 중심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번 연찬회는 국민의힘이 과거의 상징을 통해 결집을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보수의 방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드러낸 것인지라는 질문을 남겼다.
국민의힘은 이날 경기 고양에서 9월 정기국회 대책과 대여투쟁 전략을 논의하는 연찬회를 열었다. 지도부는 정부 견제와 함께 7대 분야 130여개 주요 입법과제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장의 관심은 박 전 대통령의 참석과 당내 결속 문제에 상당 부분 쏠렸다. 장 대표는 당이 하나로 싸워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고, 박 전 대통령도 당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서로를 부정하거나 증오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동지애’를 강조했다.
이 장면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기국회를 앞둔 야당이라면 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본래의 임무지만, 최근 국민의힘은 외부의 정부·여당보다 내부 갈등을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정치적 에너지를 쓰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장 대표가 추진하는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과 비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있다. 장 대표에게 비판적인 일부 현역 의원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까지 당원 투표 중심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당의 권력구조를 지나치게 한쪽으로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단순한 전직 대통령의 행사 참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보수 핵심 지지층에서 강한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당 지도부가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층을 다시 묶어야 하는 시점에서 그가 연찬회에 참석해 분열보다 단합을 강조한 것은 지도부 입장에서는 분명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장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의 비공개 환담 내용을 전하면서 현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협력해 당을 잘 이끌고 있다는 취지의 평가를 소개했다. 당내 이견도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전달했다. 지도부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현재의 내부 갈등을 완화하는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적 결집과 쇄신은 같은 말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가 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묶는 데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떤 보수정당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답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핵심 지지층을 유지하는 것만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유권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도층과 청년층,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떤 정책과 비전을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당내에서도 이런 문제 제기가 나왔다.
김태호 의원은 연찬회 당일 SNS를 통해 강성 지지층의 박수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생각이 다른 국민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유용원 의원 역시 지도부가 사퇴론을 일축하거나 원톱 체제를 강화하는 메시지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고 계파 갈등을 진정시키는 통합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국민의힘이 말하는 ‘원팀’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기 때문이다.
원팀은 구성원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갖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은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일정한 가치와 정책 방향 아래 경쟁하고 타협하는 조직에 가깝다.
갈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당의 역량을 보여준다.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원에게 징계를 내리고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을 지도부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꾼 뒤, 구성원에게 ‘하나가 되자’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통합보다 순응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지도부가 당내 이견을 허용하면서도 외부에서는 일관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보다 실질적인 원팀에 가까울 수 있다.
이번 연찬회 참석 현황은 이런 긴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소속 의원 109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101명이 참석했지만 친한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과 징계를 받은 일부 의원은 불참했다. 겉으로는 대부분의 의원이 모였지만, 연찬회장 밖에서는 지도부의 ‘당원 중심 정당’ 구상과 박 전 대통령 참석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비주류 이성권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참석이 정기국회 전략을 논의해야 할 연찬회의 뉴스 초점을 빼앗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지적은 단순한 행사 운영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누구를 향해 정치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정치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가 가진 지지층과 정치적 의미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의힘이 다음 선거와 향후 수권 가능성을 고민한다면 과거의 상징을 호출하는 것과 미래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특히 야당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은 내부 결속 자체가 정치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정당이 힘을 모으는 이유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다른 정책 선택지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경제와 주거, 일자리, 연금, 교육, 지역격차 등에서 정부와 다른 해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한 내부 결속을 만들어도 지지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힘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이번 연찬회에서 7대 분야 130여개 입법과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부동산과 주식, 취업 등 청년층이 체감하는 문제를 별도로 다룬 것도 대안정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런 정책 메시지가 당내 권력갈등에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국회를 앞둔 야당의 가장 큰 자산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법안 논의를 통해 정부의 문제를 찾아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정치적 관심이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이나 징계, 계파 갈등에 집중되면 야당의 정책 경쟁력이 제대로 보이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의 참석도 같은 양면성을 갖는다.
핵심 지지층에게는 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유권자에게는 국민의힘이 다시 과거의 보수정치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거쳐 보수정당이 겪었던 정치적 붕괴와 재편의 역사를 생각하면, 박 전 대통령을 현재 정치의 중심 상징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과거에 기대는 것은 다르다.
보수정당이 자신의 역사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반성할 것인지 정리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과거 지도자의 상징성만으로 현재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면 당의 변화 가능성은 오히려 작아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쇄신을 보여주려면 사람보다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경제와 복지, 외교와 안보에서 어떤 다른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청년층에게 다가가겠다면 행사에서 청년을 부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거와 일자리 문제에 실제로 어떤 법안을 내놓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당내 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견을 제거한 뒤 만들어지는 정적은 통합과 다르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더라도 당의 큰 방향을 두고 경쟁하고, 최종 결정 이후에는 책임 있게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정당의 폭은 넓어진다.
이번 연찬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내부 분열을 경계하며 동지애를 강조했다. 그 메시지가 정치적 효과를 가지려면 지도부 역시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당 안의 정당한 의견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마주한 선택은 단순히 친한계와 당권파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당에 머물 것인지, 그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중도와 청년층까지 확장하는 수권정당으로 갈 것인지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은 보수층 결속이라는 측면에서는 강력한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국민의힘의 미래까지 보여준 것은 아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결국 평가 기준은 달라질 것이다.
누구와 사진을 찍었는지보다 어떤 법안을 냈는지, 내부에서 얼마나 크게 ‘원팀’을 외쳤는지보다 정부의 문제에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국민의힘의 쇄신 여부도 결국 그곳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상징으로 지지층을 다시 묶는 데 성공하는 것과 미래의 유권자에게 선택받을 정당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번 연찬회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장면은 어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장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아직 그 두 과제 사이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