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3%인데 금리는 왜 올렸나…한국은행의 ‘3% 선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오히려 기존 2.6%에서 3.3%로 크게 높였다. 경기가 나빠져서 금리를 내리는 국면이 아니라,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상황에서 물가와 집값,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통화정책의 고삐를 더 죈 것이다.
이번 결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숫자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3%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성장세가 강할수록 금리를 올릴 여지도 커진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버텨주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경기 전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신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미리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결정문에서 국내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과 그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로 상향했다. 5월 전망보다 0.7%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성장률 상향만 보면 한국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성장률만 보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는 물가안정이고, 금융시스템의 불균형 역시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올린 첫 번째 이유는 물가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누적된 비용 상승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고, 소비 회복 등으로 수요 측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회복이 강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여지가 커질 경우 일시적인 물가상승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의 속도를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와 투자의 일부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중에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는 부동산과 가계부채도 중요한 변수였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를 계속 유의해야 할 금융안정 위험으로 명시했다. 금리가 낮은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대출을 받아 주택과 금융자산을 사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고, 그 결과 집값 상승과 부채 증가가 서로를 자극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경제에서 가계부채는 통화정책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변수 가운데 하나다. 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고,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될 위험도 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지금 성장세가 강할 때 금융 불균형을 미리 줄이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는 선택일 수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을 단순히 ‘경기 억제’로 이해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 이유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경기가 너무 나빠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당장의 경제 여건이 금리 인상을 감당할 만큼 강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도 있다. 수출과 투자가 버티고 소비도 회복되는 상황이라면 물가와 부채 문제를 방치하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쪽이 낫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이번 금통위 결정은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성장세와 물가 압력을 고려하면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했지만, 금리 인상의 부담 역시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대출이 많은 가계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모든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즉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금리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가계라면 금리 상승이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수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라면 0.25%포인트의 금리 변화도 연간 수십만~수백만원의 추가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난 7월 한 차례 금리가 오른 데 이어 다시 0.25%포인트가 인상됐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도 영향을 받는다.
사업자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이자 비용은 고정비와 다르지 않다. 매출이 빠르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만 높아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기업 역시 투자비용이 올라가면서 설비 투자나 신규 고용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금리를 계속 빠르게 올릴 수만은 없다.
이번 결정문에서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살펴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방향 자체를 열어두면서도 매 회의마다 경제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예금자에게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함께 오르면 현금을 보유한 가계는 더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가 낮을 때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이동했던 일부 자금이 다시 예금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자금 이동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주택 구매자가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가 높아지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기대수익률도 높아진다. 한국은행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을 금리 결정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언급한 만큼 향후 주택시장 흐름은 추가 금리 인상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리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
주택가격은 금리뿐 아니라 공급, 지역별 수요, 세제, 대출규제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중앙은행이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높이면 집값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자영업까지 함께 위축될 수 있다.
통화정책이 늘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추면 물가와 자산가격이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 중앙은행은 어느 한쪽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험 가운데 경제 전체의 비용이 가장 작은 지점을 찾으려 한다.
이번 결정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방향이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기와 민생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억제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정부는 돈을 풀고 중앙은행은 돈을 조이는 엇박자처럼 보일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에 대해 재정 지출의 형태와 규모, 용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정이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나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되는지, 단순히 총수요를 크게 자극하는 형태인지에 따라 통화정책과의 관계도 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의 정책 조합을 단순히 ‘한쪽은 확장, 한쪽은 긴축’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강한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적 투자와 취약계층 지원을 이어가고, 중앙은행은 물가와 부채 문제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다. 다만 재정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확대돼 물가를 자극한다면 한국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률 3.3%라는 숫자의 질이다.
반도체와 일부 수출 업종의 호황이 국내 소비와 고용, 중소기업으로 얼마나 넓게 퍼지는지가 중요하다. 성장률이 높더라도 그 성장이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다면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역시 같은 문제와 연결된다.
수출과 소비가 계속 강하고 물가가 목표 수준을 충분히 웃돌며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까지 빠르게 늘어난다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소비가 급격하게 둔화하거나 고용이 약해지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인상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3% 기준금리’는 하나의 결론이라기보다 다음 판단을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 호황과 내수 회복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와 부동산, 가계부채라는 오래된 위험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성장률 3.3%와 기준금리 3.00%가 같은 날 나온 것은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물가와 금융 불균형에 대응할 공간이 생겼다는 의미에 가깝다.
문제는 그 대가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금리 0.25%포인트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은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는지뿐 아니라, 이번 연속 인상이 가계와 내수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남기는지까지 함께 보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