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의 비용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을 방법이 있습니까?
2026년 총지출 확대와 26조원대 추경…민생 대응 넘어 지출 효과·상환 재원 검증해야
현금 지원·복지·산업 투자를 같은 재정지출로 묶으면 국가채무의 책임도 흐려져
정부가 경기 회복과 미래 성장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민생 지원과 취약계층 보호, 인공지능과 반도체 투자, 지역 균형발전까지 재정의 역할도 넓어졌다. 저성장과 산업 전환,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확장재정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과 국가채무를 갚아야 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데 있다. 현재 세대가 재정지출의 혜택을 받고 원금과 이자를 미래 세대가 부담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를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미루면 청년세대는 낮은 성장률과 부족한 일자리라는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재정을 확대할 것인지 줄일 것인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에 돈을 쓰고, 어느 기간에 효과가 발생하며,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를 따져야 한다. 지출 단계부터 재원 조달과 종료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 확장재정의 비용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지 않는 출발점이다.
재정을 쓰지 않는 것도 비용이 된다
경기 침체기에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가계는 소득 불안을 우려해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수요 감소를 예상해 투자를 미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까지 지출을 줄이면 경기 하강이 더 깊어지고 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생계비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정부 지원이 없으면 저소득층은 식비와 의료비, 교육비부터 줄이게 된다. 소비 감소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면 경기 위축은 다시 고용과 소득을 악화시킨다.
정부가 2026년 중동 지역 분쟁에 대응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은 26조2천억원이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재정을 투입했고, 중앙정부 관련 예산의 99%를 5월 말까지 집행했다고 밝혔다(재정경제부, 2026년). 정부는 2026년 하반기에도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재정경제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위기 상황에서 재정은 신속하게 작동해야 한다. 지원 시기를 놓치면 기업이 폐업하고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뒤에야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이 경우 같은 금액을 투입하더라도 경제 회복 효과는 낮아진다.
다만 신속한 집행이 효율적인 집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산을 빨리 소진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가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소비와 고용을 얼마나 유지했는지, 지원이 없었을 때보다 경제적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재정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업과 폐업도 미래 세대가 부담할 비용이다. 그러나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을 국채로 충당하는 것 역시 미래의 세금을 미리 사용하는 일이다. 확장재정의 정당성은 지출 규모가 아니라 회피한 손실과 만들어낸 성과로 입증돼야 한다.
현금 지원과 성장 투자는 구분해야 한다
정부 지출은 모두 같은 성격을 갖지 않는다. 현금성 지원은 가계의 구매력을 보완하고 단기간에 소비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복지지출은 질병과 실업, 노후 같은 사회적 위험을 분담한다.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 산업 투자는 장기간 생산성과 성장 기반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
이들을 모두 ‘민생예산’이나 ‘성장예산’으로 묶으면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현금 지원은 지급 속도와 소비 증가율, 소득계층별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산업 투자는 민간투자 유발 규모와 기술 축적, 고용 창출, 수출 확대를 장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인 현금 지급은 집행이 빠르고 행정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하기 때문에 누락과 선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반면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계층의 지원금이 저축이나 기존 소비 대체로 이어지면 재정 투입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경기 충격이 특정 계층과 업종에 집중됐다면 지원도 정교해야 한다. 소득 감소와 매출 하락, 고용 위축 정도를 기준으로 대상을 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료해야 한다. 보편 지급이 필요한 경우에도 지급 이유와 기간, 예상 소비 효과를 사전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
복지지출은 경기부양책과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 기초생활 보장과 장애인 지원, 아동 돌봄, 실업 안전망은 단기적인 경제성만으로 존폐를 결정하기 어렵다.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적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제도 역시 재원 대책 없이 계속 확대할 수는 없다. 수급 대상과 급여 수준을 높인다면 중장기 세입 확충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한시 지원은 종료 시점을, 영구적인 복지제도는 보험료나 세금 등 안정적인 재원을 제시해야 한다.
2026년 재정 확대가 남긴 질문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2026년도 예산안은 총수입 674조2천억원, 총지출 728조원 규모였다. 총지출 증가율은 2025년 2.5%에서 2026년 8.1%로 높아졌다. 정부는 기술 주도 혁신경제와 동반성장, 국민 안전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예산안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 대비 4.0% 적자로 전망됐고, 국가채무 비율은 51.6%로 예상됐다(국회예산정책처, 2025년). 국회예산정책처도 확대된 재정이 경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재정 건전성과 사업 효과에 대한 국회의 심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국회예산정책처, 2026년도 예산안 분석).
국가채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었다고 곧바로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지, 경제성장률과 금리의 관계가 어떤지, 세입 기반과 대외건전성이 안정적인지에 따라 채무 부담은 달라진다. 국가 간 채무 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채무 증가 속도를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연금과 건강보험, 돌봄 관련 지출이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세금을 부담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의무지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채 이자도 다른 정책에 사용할 재원을 줄인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국채의 차환 비용과 신규 발행 비용이 커진다. 세입이 늘어도 이자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 교육과 연구개발, 청년 고용에 배정할 재원이 축소될 수 있다.
재정 여력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용할 국가의 대응 자산이다. 평상시에 상시 사업과 정치적 지원책을 국채로 충당하면 경기 침체나 재난, 안보 위기 때 필요한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기 어렵다. 확장재정에도 지출의 우선순위가 필요한 이유다.
성장투자는 미래 세대의 자산이 될 수 있는가
정부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반도체 생산기반, 재생에너지와 송전망을 성장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는 약 5만개의 GPU 확보와 국가 AI 사업 배분계획, AI 데이터센터 구축, 피지컬 AI 실증 등이 포함됐다(재정경제부, 2026년).
이러한 투자가 산업 생산성과 세수를 늘린다면 국채로 일부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미래 세대에 자산을 남길 수 있다. 철도와 전력망, 연구시설처럼 여러 세대가 이용하는 기반시설의 비용을 장기간 나눠 부담하는 것도 일정한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성장투자라고 부른다고 모두 미래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수요가 부족한 시설이나 특정 기업의 투자 위험을 대신 부담하는 사업은 국민의 부채만 늘릴 수 있다.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대규모 시설이 완공될 때 이미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공공투자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과 기반시설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해 장기간 지원하면 경쟁이 왜곡되고 정책 실패의 책임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 공공 데이터와 전력망, 인재 양성, 기초연구처럼 여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자본을 동원하는 사업도 정부 재정과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투자액에는 민간투자와 정책금융, 보증, 공기업 투자금이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재정에서 직접 지출하는 금액과 정부가 위험을 보증하는 금액, 민간이 자체 부담하는 금액을 나눠 제시해야 국민이 실제 부담을 판단할 수 있다.
정책금융과 지급보증은 당장의 예산 지출이 아니더라도 실패하면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공기업 부채도 정부 회계 밖에 있다는 이유로 국민 부담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가 부담할 재정 위험을 평가하려면 국가채무뿐 아니라 보증채무와 공기업 부채, 연금충당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추경은 예외적인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이 확정된 뒤 발생한 경기 침체와 재난, 대규모 실업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추경이 반복되면 본예산의 정확성과 국회의 재정 통제가 약해질 수 있다.
연초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사업을 추경에 포함하면 정부는 본예산 규모를 작게 보이게 한 뒤 지출을 늘릴 수 있다. 국회도 짧은 심사 기간에 대규모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 사업 타당성과 집행 가능성보다 정치적 시급성이 앞설 가능성이 커진다.
추경 사업은 위기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증명해야 한다. 경기 대응 사업인지, 피해 보상인지, 기존 정책의 확대인지 구분하고 사업별 종료 시점을 정해야 한다. 추경으로 시작한 한시 사업이 다음 해 본예산에 자동 편입되지 않도록 별도 심사를 거치는 방안도 필요하다.
세수 추계의 정확성도 중요하다.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났다고 지출을 바로 확대하고,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재정 운용의 기준이 흔들린다. 초과 세수의 일부는 채무 상환이나 재정 안정 계정에 적립하고, 세수 결손의 원인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할 때 경기부양 효과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액과 연간 이자 부담, 향후 상환계획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해당 지출로 기대되는 성장률 상승과 세수 증가가 상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충분한가
정부는 새로운 사업의 재원을 마련할 때 기존 지출을 구조조정하겠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성과가 낮거나 정책 목적을 달성한 사업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 한 번 만들어진 보조금과 지원사업이 이해관계자의 요구로 계속 유지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과 조세지출의 원점 재검토가 포함됐다(재정경제부, 2026년).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을 정리하고 유사 사업을 통합하는 계획도 제시됐다.
그러나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고령화와 복지 확대,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확보하기는 어렵다. 삭감 대상으로 제시된 사업이 이름만 바뀌어 다시 편성되거나, 집행이 늦다는 이유로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까지 줄어드는 사례도 경계해야 한다.
조세지출도 재정지출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세액공제와 비과세, 감면은 예산서에 직접 지출로 나타나지 않지만 국가가 받을 세금을 포기하는 정책이다. 정책 목적이 사라졌거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된 조세감면은 정비해야 한다.
재정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면 증세 논의도 피할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세금은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정부가 영구적인 지출을 도입한다면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 설명해야 한다.
증세는 세율 인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과세 기반을 넓히고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며 탈세를 줄이는 것도 세입 확충 방안이다. 노동소득과 사업소득, 자산소득 사이의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만 세제 개편이 투자와 고용, 가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세대 간 재정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확장재정의 비용을 미래 세대에 넘기지 않으려면 지출 단계부터 세대별 부담을 계산해야 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 향후 5년이나 10년의 비용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인구 변화와 금리, 성장률을 반영한 장기 재정 전망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첫째, 지출을 위기 대응과 경상지출, 사회보험, 미래투자로 구분해야 한다. 위기 대응은 한시성과 종료 시점이 중요하고, 복지는 안정적인 세입이 필요하다. 미래투자는 경제적·사회적 수익과 자산 수명을 평가해야 한다.
둘째,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사업에는 재원조달계획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존 사업 삭감과 세입 확충, 국채 발행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부담할지 밝혀야 한다. 국채를 발행한다면 원금 상환 시기와 예상 이자까지 공개해야 한다.
셋째, 사업 실패를 전제로 한 퇴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사업은 시작할 때보다 종료할 때 더 큰 정치적 저항을 받는다. 성과 기준에 미달한 사업은 자동으로 축소하거나 종료하고, 계속하려면 국회가 다시 승인하도록 하는 일몰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재정준칙은 단일한 채무 비율만 규정하기보다 경기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경기 침체와 재난 때는 지출을 확대하되 경제가 회복되면 적자를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호황기에도 지출을 계속 늘리면서 위기 때만 재정의 역할을 강조해서는 채무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다섯째, 재정사업 평가 결과를 다음 예산에 실제로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매년 수많은 평가자료를 작성해도 예산이 줄지 않는다면 평가제도는 형식에 그친다. 투입 금액과 집행률보다 고용과 소득, 생산성, 출산·돌봄 여건 등 정책 목표의 변화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확장재정은 미래 세대의 돈을 현재 세대가 빌려 쓰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 기반을 미리 만드는 투자가 될 수도 있다. 두 결과를 가르는 것은 지출의 명칭이 아니라 효과와 재원, 책임 구조다.
정부는 재정 확대의 필요성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해당 지출이 없을 때 발생할 손실과 지출을 통해 얻을 성과,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과 상환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국회도 사업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할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 채무를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다.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채무와 그보다 큰 자산, 높은 생산성을 함께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확장재정의 책임은 돈을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미래의 세입과 성장 기반을 얼마나 만들어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