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 전열 정비 나선 여야…입법·예산과 대여투쟁, 무엇이 충돌하나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동시에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입법과 예산을 정기국회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고, 국민의힘은 정부 실정을 검증하면서 독자적인 민생·경제 입법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정부의 정책 실행력을 높이려는 여당과 견제력을 회복하려는 야당의 정면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월 27일부터 각각 인천 영종도와 경기 고양에서 1박2일 일정의 국회의원 워크숍과 연찬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행사지만 두 당이 처한 정치적 환경과 강조한 메시지는 상당히 달랐다. 민주당이 ‘민생’과 ‘입법 속도’를 앞세워 집권여당으로서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면, 국민의힘은 정부에 대한 견제와 대안 제시, 내부 결속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기국회를 준비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실제 법률과 예산으로 옮기는 무대로 보고 있다. 당은 워크숍에서 ‘대한민국 대도약’을 내걸고 국정과제에 필요한 입법 사안을 점검했으며, 한병도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입법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석 대표 역시 민생과 실용을 당 운영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 출범 이후 제시해온 각종 정책이 선언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당에 정기국회가 중요한 이유는 법률보다 오히려 예산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상당수 사업이 다음 해 예산에 반영돼야 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정과제의 속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과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힘이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실제 제도로 만드는 국회의 역할이 커진다. 민주당이 이번 워크숍에서 입법과 예산을 함께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여당이 의석을 활용해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정기국회의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당정 지지율의 하락 흐름도 민주당이 워크숍에서 별도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의 속도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결과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국회에서 많은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민생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집권여당에는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말하는 ‘입법 속도전’은 숫자보다 내용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지, 정부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하는지,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에는 어떤 보완책을 마련하는지가 중요하다. 집권여당의 강점은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다는 데 있지만, 동시에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 시절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부담을 안는다.
국민의힘의 과제는 더 복합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연찬회에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동시에 7대 분야 130여개의 주요 입법과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는 정부의 실정을 따지면서도 야당이 자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정당으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정기국회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역할이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법안 논의를 통해 정부 정책의 오류와 낭비를 찾아내는 것은 의회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기본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견제가 성과를 가지려면 무엇을 반대하는지만큼 무엇을 대신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130여개 입법과제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취업을 주제로 한 ‘2030 청년토크’를 연찬회 일정에 넣은 것 역시 정부 비판에 머물지 않고 청년층이 체감하는 경제·생활 문제를 정책 의제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전략과 동시에 당 내부 갈등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연찬회는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 변경과 비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지도부는 ‘원팀’과 결속을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일부 친한계 의원 등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내부 긴장도 함께 드러났다.
야당의 내부 갈등은 정기국회에서 실제 협상력과 연결된다. 여당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당내 노선이 분열돼 있으면 어떤 법안을 끝까지 저지할지, 어떤 사안에서 협상할지 일관된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반대로 ‘대여투쟁’을 명분으로 모든 이견을 억누르는 방식 역시 중도층까지 확장해야 하는 야당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문제는 ‘강한 야당’과 ‘대안 야당’ 사이의 균형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민생 법안과 예산까지 일괄적으로 대치하는 모습이 반복되면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부와 지나치게 쉽게 타협하면 야당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여야가 부딪힐 첫 번째 전장은 예산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야당은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 건전성, 정책 우선순위를 집중적으로 따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심사는 숫자를 다루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앞으로 무엇에 국가 자원을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치적 선택이다.
입법을 둘러싼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정부 국정과제와 연결된 법안을 우선 처리하려 할수록 국민의힘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는 양당 모두 협력이 필요하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유권자가 국회에 기대하는 것은 모든 사안마다 충돌하는 모습이 아니라 필요한 분야에서는 경쟁하면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또 다른 변수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행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대이고, 여당은 정부를 방어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정책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정책 검증보다 정치적 공방이나 인물 공격에 매몰될 경우 여야 모두 피로감이라는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라는 데도 있다. 총선 직후의 정치적 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정부와 여야가 각자의 정책 능력을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시기다. 민주당에는 집권여당으로서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 국민의힘에는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면서도 다른 대안을 보여주는 능력이 요구된다.
여야 모두 ‘민생’을 말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민주당은 민생과 실용을 앞세워 정부의 정책 성과를 만들겠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정부 실정을 바로잡으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결국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정치적 해법을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그 경쟁이 실제로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당이 의석의 힘만 믿고 야당의 문제 제기를 모두 정치공세로 치부하거나, 야당이 정부 정책을 막는 것 자체를 성과로 여긴다면 정기국회는 다시 소모적인 대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어떤 정책에서 경쟁하고 어떤 문제에서는 타협할 것인지 선을 그을 수 있다면 국회가 정책 경쟁의 공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8월 말 여야가 각각 워크숍과 연찬회를 열어 전열을 정비한 것은 이제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말한 입법과 예산의 속도가 실제 정책 성과로 이어지는지, 국민의힘이 강조한 대여투쟁이 단순한 반대를 넘어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발전하는지는 9월 정기국회에서 확인될 것이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어느 당이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를 어떤 법과 예산으로 풀었는지, 잘못된 정책을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그리고 정치적 충돌 속에서도 필요한 결과를 만들어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여야가 각자의 구호를 내려놓은 뒤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에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이제부터 진짜 시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