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서 대출사기까지 엮인 20대 8명…범죄는 왜 ‘지인 네트워크’를 타고 번지나

형사·범죄

동네 선후배와 지인 관계로 엮인 20대 남녀 8명이 마약 투약을 비롯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대출사기, 보험사기 등 여러 범죄에 연루돼 잇따라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는 지난 7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각각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2024년 5월부터 2026년 2월까지 합성대마와 케타민 등을 구입해 주거지와 모텔 등에서 2~3명씩 모여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여러 명이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데 있지 않다. 피고인 일부는 이미 보험사기와 폭행, 공갈 등 다른 범죄 전력이 있었고, 이번 재판에서도 법인계좌 양도, 지인 명의 대출,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사기 사건 등이 함께 다뤄졌다. 한 사람의 범죄가 한 종류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지인 관계를 따라 서로 다른 범죄가 겹쳐진 형태다.

A씨는 마약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넘겨받아 특정 장소에 두는 이른바 ‘드로퍼’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와 함께 마약을 전달받지 못한 것처럼 속여 일부를 빼돌린 정황도 재판에서 다뤄졌다. D씨는 자신의 명의로 법인계좌를 만든 뒤 이를 대출업자에게 넘겼고, 인지능력이 저하된 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대출까지 받아 720만원을 가로챈 혐의가 병합됐다. E씨는 가짜 임차인을 세워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1억원을 받아낸 사기 사건까지 함께 재판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하나의 지인 집단 안에서 마약과 사기, 금융범죄가 동시에 나타나는가.

형사범죄는 흔히 범죄 유형별로 나눠 이해한다. 마약범죄는 마약범죄, 사기는 사기, 전자금융 범죄는 전자금융 범죄로 구분된다. 하지만 실제 범죄 현장에서는 이런 경계가 훨씬 흐리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종종 ‘범죄 기술’보다 ‘믿고 움직일 사람’이다.

명의를 빌려줄 사람, 계좌를 만들어줄 사람, 허위 임차인 역할을 할 사람, 물건을 대신 전달할 사람, 함께 투약할 사람,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 말을 맞출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은 온라인에서 완전히 낯선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이미 알고 지내는 관계에서 확보하기 쉽다.

지인 네트워크가 범죄의 기반이 되는 이유다.

특히 20대 초반처럼 학창시절이나 지역 인맥이 촘촘하게 남아 있는 연령대에서는 동네 선후배와 친구 관계가 하나의 비공식 조직처럼 작동할 수 있다. 처음부터 조직폭력배처럼 역할과 위계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친분을 바탕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범죄가 확장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은 모두 동네 선후배 또는 지인 관계였다. 마약을 혼자 투약한 것이 아니라 2~3명씩 모여 반복적으로 투약했고, 일부는 별도의 범죄에서도 서로 연결돼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 범죄는 전염처럼 번질 수 있다.

한 사람이 마약 판매자와 접촉하면 다른 지인이 마약을 구할 수 있고, 한 사람이 대출사기 방법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이 명의나 계좌를 제공할 수 있다. 한 번 범죄에 참여해 심리적 경계가 낮아지면 더 큰 범죄로 넘어가는 것도 쉬워질 수 있다.

물론 모든 지인관계가 범죄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신뢰와 친분이 범죄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에게 명의를 맡기거나 불법 거래를 제안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오랜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서는 경계심이 약해질 수 있다. “잠깐 계좌만 빌려달라”, “명의만 필요하다”, “한 번만 같이 하자”는 식의 제안이 범죄의 입구가 되기도 한다.

전자금융 범죄가 이런 관계망과 결합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대포통장이나 법인계좌, 휴대전화 명의는 각종 사기범죄에서 핵심 도구로 쓰인다. 직접 사기를 설계하지 않더라도 계좌와 명의를 제공하면 범죄의 실행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C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받았고, D씨는 자신의 법인계좌를 대출업자에게 넘긴 혐의가 병합됐다. 이는 범죄 네트워크가 현금이나 마약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까지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출사기도 마찬가지다.

E씨가 연루된 사건에서는 가짜 임차인을 내세워 은행이 지급한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1억원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됐다. 이런 범죄는 혼자 하기 어렵다. 임차인 역할과 서류, 계좌, 대출 절차를 이해하는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범죄가 집단화되는 순간 역할도 분업화된다.

누군가는 정보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명의를 빌려주며, 누군가는 실제 신청을 하고, 누군가는 돈을 전달받는다.

전통적인 조직범죄와 다른 점은 이런 집단이 반드시 뚜렷한 조직 이름이나 서열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데 있다.

오늘날 일부 범죄는 느슨한 네트워크 형태로 움직인다.

필요할 때만 몇 명이 모이고, 역할을 나눈 뒤 다시 흩어질 수 있다. 온라인 메신저와 모바일 금융, 비대면 대출이 발달하면서 이런 구조는 더 쉬워졌다.

과거에는 사기범죄를 실행하려면 직접 만나 문서를 만들고 은행에 가는 과정이 많았다. 지금은 휴대전화와 계좌, 인증수단만 확보하면 상당 부분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변화는 범죄의 진입장벽도 낮춘다.

전문적인 범죄조직에 들어가지 않아도 계좌와 명의,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범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나는 계좌만 빌려줬다”, “명의만 제공했다”, “마약을 전달만 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형사법에서는 각자의 행위가 범죄 실행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주변인이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범죄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했다면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마약 범죄에서도 역할 분담은 더 세분화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가는 방식이 활용되면서, 물건을 옮기거나 지정 장소에 놓는 역할이 별도로 생겼다.

이번 사건에서 A씨가 맡았다는 ‘드로퍼’ 역할도 이런 유통 방식과 연결된다. 직접 판매를 주도하지 않더라도 마약의 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순간 범죄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 된다.

이 때문에 마약 수사는 투약자 한 사람을 적발하는 데서 끝나기 어렵다.

누구에게서 마약을 구했는지, 돈은 어떤 계좌로 이동했는지, 전달자는 누구였는지, 같은 장소에서 누가 함께 투약했는지를 추적해야 공급망과 투약망을 파악할 수 있다.

한 명의 휴대전화와 계좌에서 여러 명이 연결되는 것도 이런 범죄의 특징이다.

사기 수사도 비슷하다.

명의와 계좌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 범행을 설계한 사람과 자금을 받은 사람이 다를 수 있다. 수사기관은 계좌 흐름과 통신기록, 금융거래 내역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 8명의 형량이 서로 달랐던 것도 개별 역할과 범행 횟수, 기존 확정판결, 수사 협조 여부 등이 다르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마약범죄가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 위험과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과 투약 횟수, 기존 판결과의 형평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A씨에게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이 선고됐고, B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과 1년이 선고됐다. C씨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D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F씨와 H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반면 G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이 차이는 집단 범죄를 바라볼 때 중요한 기준을 보여준다.

같은 무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책임은 결국 개인별로 따져야 한다.

누가 범죄를 제안했는지, 누가 실행을 주도했는지, 얼마나 반복적으로 참여했는지, 범죄수익을 얻었는지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

반대로 지인에게 부탁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친분은 범행 동기를 설명할 수 있지만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부 피고인의 반복된 범죄 전력이다.

A씨는 이번 재판에 앞서 보험사기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B씨는 특수폭행 전력이 있었다. D씨와 E씨, G씨 역시 공갈이나 사기, 보험사기 등으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 점은 범죄 예방에서도 중요한 문제를 던진다.

형사처벌을 받은 뒤 다시 비슷한 관계망으로 돌아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범죄가 이어진다면 단순 처벌만으로 재범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젊은 연령대의 경우 범죄 전력이 생긴 뒤 취업과 사회관계가 좁아지면 다시 기존 범죄 인맥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재범 방지는 처벌뿐 아니라 관계망을 끊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마약 치료와 상담, 취업 지원, 보호관찰 같은 제도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동시에 계좌와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경고가 필요하다.

범죄에 깊이 들어간 뒤 빠져나오는 것보다 처음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을 겨냥한 대출사기나 계좌 대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자신의 명의가 범죄 도구로 사용되고, 수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의심받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학교와 금융기관, 플랫폼에서 이런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범죄 예방도 유형별로 따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마약 예방교육은 마약만 설명하고, 금융사기 예방은 계좌 대여만 설명하는 식으로는 실제 범죄의 연결 구조를 보여주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범죄를 동시에 경험하거나, 같은 지인 집단에서 서로 다른 범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마약과 대출사기, 계좌 양도, 보험사기는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범죄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망을 통해 보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도 개별 범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계좌, 통신기록을 함께 봐야 한다.

범죄가 네트워크화될수록 수사 역시 네트워크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범죄 유형별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관계와 경로를 통해 범죄에 처음 들어가고, 그 뒤 다른 범죄로 이동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한 번의 계좌 대여가 사기범죄로 이어지고, 사기 관계가 다시 마약 유통과 투약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20대 지인 집단의 판결은 규모가 큰 조직범죄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경고를 준다.

범죄는 반드시 거대한 조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선후배 몇 명이 모인 작은 관계망에서도 시작될 수 있고, 처음에는 가벼워 보였던 부탁이 계좌와 명의, 마약과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범죄가 확산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조직도가 아니라 서로를 믿는 몇 사람일 때도 있다.

그래서 예방의 출발점 역시 단순하다.

“친한 사람이 부탁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각부터 경계해야 한다.

계좌와 명의, 휴대전화, 금융인증 정보는 범죄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지인이라는 이유로 그 경계를 허물면, 어느 순간 자신도 범죄 구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20대 8명이 왜 범죄를 저질렀느냐에만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범죄가 어떻게 하나의 인간관계 안에서 연결되고 확장됐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비슷한 범죄의 반복을 막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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