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알리겠다” 서민 약점 파고든 불법사금융…연 4만3800% 살인금리 조직 적발

판결·사건 리포트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을 상대로 초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상환이 늦어지면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불법사금융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법정 최고금리를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뛰어넘는 이자를 요구한 데다, 피해자 명의 계좌까지 넘겨받아 범행에 이용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불법 대부업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9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법사금융 조직 총책 등 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과 영업팀 관계자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20대로, 경기 안산 일대에서 알고 지내던 동네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피해자 46명에게 약 3억원을 빌려주고, 원리금 명목으로 5억원가량을 돌려받아 2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평균 이자율은 연 2400% 수준으로 조사됐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적용한 이자는 합법적 한도를 크게 벗어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하루 만에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요구한 방식이었다. 일당은 피해자에게 25만원을 빌려준 뒤 다음 날 55만원을 갚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4만3800%에 달한다. 단기간 소액 대출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고리의 굴레에 밀어 넣는 구조였던 셈이다.

추심 방식도 악질적이었다. 이들은 돈을 빌려주기 전 피해자에게 자필 차용증을 들고 찍은 인증 사진과 가족·지인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후 상환이 늦어지면 “가족에게 알리겠다”, “지인에게 차용증 사진을 보내겠다”는 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가족·지인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는 불법추심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불법사금융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 112나 금융감독원 1332에 신고하고, 필요할 경우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피해자 명의 계좌를 범행에 활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40대 피해자는 100만원을 빌린 뒤 자신의 계좌를 두 달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자를 탕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사금융 조직이 차명계좌를 확보하면 추가 범행이나 자금 세탁, 다른 피해자와의 거래 은폐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좌를 넘겼더라도, 추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 등 2차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금융 취약계층을 겨냥한 불법사금융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에게 소액을 신속하게 빌려준 뒤, 가족관계와 신상정보를 담보처럼 확보하고, 이후 고율 이자와 심리적 협박으로 상환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고금리, 불법 채권추심, 대출사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불법사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자가 처음부터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계좌이체 내역, 대화 내용, 통화 녹음, 협박 문자, 차용증 사진 요구 정황 등은 수사와 피해 구제 과정에서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대부계약은 초과 이자 부분의 반환 청구가 가능하고, 불법추심 피해자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통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과 법률구조기관은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대상으로 채무자 대리, 반환 청구, 손해배상 소송 등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민생 침해 범죄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소외계층을 상대로 한 불법 고금리 대부와 협박성 추심을 엄정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사금융 조직이 온라인 광고, 지인 소개, 메신저 상담 등 접근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어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민금융 공급망 확대와 피해자 보호 제도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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