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염 시설, 왜 학교마다 체감이 다를까…공모·노후도 기준에 갈리는 운동장 대책

사회

학교 운동장이 폭염에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은 커졌지만, 실제로 어떤 학교가 그늘막이나 바닥 재조성 같은 지원을 받는지는 전국 공통 기준보다 시도교육청 사업 구조와 학교별 신청 조건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정부의 폭염 대응은 우선 실외활동 자제와 학사일정 조정에 맞춰져 있고, 운동장 바닥이나 차양 같은 시설 투자는 지방교육청의 연차 계획과 심사에 따라 배분되는 구조다. 같은 ‘학교 폭염 시설’이라도 접근성과 운영 결과가 학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기상청은 현재 폭염특보를 일 최고 체감온도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최근 5년 평균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가 1970년대보다 2~3배가량 늘었다는 기상청 설명까지 감안하면, 학생들이 오래 머무는 운동장과 옥외 체육공간의 열환경은 더 이상 부수적인 시설 문제가 아니다.


중앙 매뉴얼은 ‘활동 조정’ 중심, 시설 투자는 지방 사업으로


교육부가 공개한 학교 폭염 대응 설명자료를 보면, 학교 현장에 우선 요구하는 조치는 폭염특보 발령 시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필요하면 시도교육감이나 학교장 판단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학생 행동요령과 학교 조치사항을 사전에 숙지하도록 하는 대응은 분명하지만, 운동장 표면온도 저감이나 그늘 확보를 전국 단위의 의무 시설 기준으로 제시한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실제 운동장 개선 사업은 시도교육청 계획 안에서 움직인다. 경기도의 경우 관련 조례가 교육감에게 매년 친환경 운동장 조성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학교장은 학생·학부모·교직원·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운동장 소재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폭염 대응 시설이 곧바로 모든 학교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여건과 지방교육청 사업 체계 안에서 선정되는 방식이다.


누가 먼저 지원받나…노후도·유해성 검사·신청 절차가 갈랐다


공개된 사업 문서를 보면 지원 접근성은 ‘폭염 취약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의 2024년 친환경 운동장 조성 계획에는 내구연한 8년을 넘긴 노후 인조잔디·탄성포장재 운동장 재조성과 신규 조성 희망교가 대상이라고 적시돼 있다. 통합교육지원청은 시·군별 균등 배분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선정위원회 심사와 현장조사, 예산액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구조는 지원이 보편복지형이 아니라 선별형 사업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교가 먼저 사업 신청을 해야 하고, 이후 교육지원청과 교육청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같은 폭염 노출 환경에 있어도 노후도, 기존 시설 유형, 예산 사정, 지역별 배분 원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운동장에 그늘이 부족하다는 체감만으로 곧바로 사업 대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운영 결과도 이런 선별 구조를 보여준다. 경기도교육청 2026 학교체육 업무 자료에는 학교운동장 유해성 검사 896개소를 실시해 888개소 합격, 8개소 불합격으로 집계했고, 유해성 검사 초과 검출교 등을 포함한 노후 운동장 재조성·보수 지원은 196교로 제시됐다. 같은 경기도 안에서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2026년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 대상교로 남양고와 오산중 2곳을 별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도 단위 계획과 지역 교육지원청 집행 사이에 다시 한 번 걸러지는 셈이다.

전남 사례도 방식이 다르다. 전라남도교육청 2025년 추진 계획 자료에는 인조잔디운동장 내구연한이 지나지 않은 학교를 대상으로 보수비를 학교기본운영비에 편성해 31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경기도의 ‘유해성 검사와 재조성’ 중심 구조와 전남의 ‘미경과교 보수비 지원’은 사업 항목부터 다르다. 공개 문서만 놓고 봐도 지역별 지원 기준과 사업 메뉴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성과는 ‘몇 도 낮췄나’보다 ‘몇 곳 정비했나’에 머물렀다


이번에 확인한 교육청 공개 자료에서 가장 자주 제시된 성과지표는 표면온도 저감 효과가 아니라 검사 개소 수, 재조성·보수 학교 수, 선정 학교 수였다. 운동장 열환경 대책이 실제로 학생 체감온도를 얼마나 낮췄는지, 그늘막과 바닥재 선택이 어느 정도의 온도 차이를 냈는지 같은 직접 성과는 공개 문서에서 일관되게 제시되지 않았다. 사업은 존재하지만, 시설 효과를 학교 현장에서 공통 지표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학교 폭염 시설의 실효성을 따질 때는 ‘사업이 있느냐’보다 ‘누가 대상이 되는가’, ‘언제 설치되는가’, ‘설치 뒤 무엇을 측정하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현재 구조에서는 폭염 대응이 우선 실외활동 제한과 학사운영 조정으로 작동하고, 운동장 자체의 열환경 개선은 지역 사업으로 분절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차이는 여기서 생긴다.

결국 학교 운동장이 왜 폭염에 취약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행정적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폭염 위험은 전국 공통이지만, 시설 개선은 학교별 신청과 시도교육청 선발, 노후도와 예산 기준을 거쳐야 한다. 반면 시설이 실제로 몇 도의 열을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공개 성과체계는 아직 약하다. 앞으로는 그늘막 설치 여부나 바닥 교체 실적만이 아니라, 체감온도와 표면온도 변화, 이용 시간 확대 여부 같은 운영 결과를 함께 공개해야 학교 폭염 시설의 효과를 제대로 따질 수 있다.

자료: 기상청, 폭염 안전가이드 및 2026년도 여름철 주요 방재기상대책(2026); 교육부, 2022 교육부 국민제안 답변사례집 및 2023 교육부 국민제안 답변사례집(2022, 2023); 경기도교육청, 2024년 친환경 운동장 조성 계획(2024-11-11); 경기도교육청, 2026 학교체육 업무매뉴얼(2026);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친환경 운동장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시행 2025-01-17);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 2026년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 대상교 선정 보도자료(2026-07-29); 전라남도교육청, 2025년 세부 추진 과제별 추진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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