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의 해외 이동, 막을 수 있을까…2026년 제도가 겨눈 곳은 연구비·경력·처우

사회

과학영재의 해외 이동을 줄이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26년 10월 22일 기준 공식 자료가 보여주는 답은 단순하지 않다. 국내에는 영재를 선발·교육하는 제도와, 이공계 인력을 대학원·연구현장으로 이어 붙이는 제도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다시 말해 문제는 ‘영재를 더 많이 뽑느냐’만이 아니라, 그 뒤 단계에서 연구를 계속할 만한 연구비 구조와 경력 전망, 처우가 실제로 마련돼 있느냐다.

해외 이동 자체를 곧바로 실패로 볼 수도 없다. 공식 통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과학영재 해외유출’이라는 단일 지표가 아니라, 박사와 박사후연구원 단계에서의 국제 이동과 국내 정착 여건이다. 결국 이 사안은 조기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 생애주기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영재교육 제도는 있지만, 그 자체로 연구자 정착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행 영재교육 진흥법은 국가가 영재교육 종합계획을 세우고, 영재학교·영재교육원·영재학급을 운영하며, 교원과 예산을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법의 초점은 선발과 교육, 기관 운영에 맞춰져 있다. 영재학생이 이후 대학원과 연구현장에서 어떤 경로를 밟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까지 이 법이 직접 해결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규모를 봐도 영재교육은 넓은 저변을 가진 체제라기보다 선별적 체제에 가깝다. 한국교육개발원 GED 영재교육 국가통계에 따르면 2025년 영재교육 대상자는 6만3167명으로 전국 초중등 학생의 1.26%였다. 이 가운데 영재학교·과학고 재학생은 6895명이었다. 전체 영재교육 대상자는 2019년 9만9998명에서 줄어든 상태여서, 단순히 풀을 넓혀 인재를 붙잡는 방식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난다.

교육부의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영재학교 내실화와 성과 관리, 인공지능·소프트웨어 분야 강화 등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학교 단계의 개선에 무게가 실려 있다. 과학영재가 국내에 남을지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인 연구실 진입 뒤의 생활 안정, 독립 연구 기회, 경력 사다리까지는 다른 정책 수단이 맡고 있다.


해외 이동의 분기점은 학교보다 박사·포닥 단계에서 더 뚜렷하다


국내에 남느냐 해외로 가느냐의 갈림길은 영재학교 졸업 직후보다 박사와 박사후연구원 단계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21년 박사인력활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박사인력의 고용률은 84.5%로 높았다. 그러나 박사학위에 걸맞은 일자리에 취업한 비중은 45.4%, 연구직 취업 비중은 39.5%에 그쳤다. 학위 수준에 맞는 일자리 부족이 핵심 병목으로 확인된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박사인력의 37.6%는 박사후과정을 경험했고, 박사후과정 수행 지역은 국내 62.2%, 해외 37.8%였다. 이공계만 보면 박사후과정 경험 비중은 48.3%로 더 높고, 해외 수행 비중도 41.2%에 달했다. 이는 해외 경험이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연구 경력의 일반적 경로 중 하나가 됐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해외 이동을 일률적으로 ‘막아야 할 이탈’로만 규정하면 현실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자료가 시사하는 것은 국내 정착의 유인 부족이다. 박사과정 재원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박사들의 1순위 재정 원천은 연구 프로젝트 참여 인건비였고, 이공계 박사는 그 비중이 33.0%였다. 반면 국외 취득 박사들은 조교 장학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박사과정이 개인의 성장을 위한 안정적 지원이라기보다 과제 참여와 연구실 단위 재원에 더 크게 기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6년 정책은 ‘유출 차단’보다 ‘국내 체류 여건 개선’ 쪽으로 움직인다


2026년 현재 정부 대응도 방향은 비슷하다. 정책 문구의 중심은 해외 이동 금지보다 국내 체류와 복귀, 국제 순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과학기술 인력정책 관련 공식 자료들은 최근 ‘두뇌유출 방지’보다 ‘두뇌순환’과 ‘리쇼어링’, 해외 우수인재 유치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대학원생과 신진연구자 처우 보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9월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신규 참여대학 5곳을 추가 선정해, 모두 48개 대학에서 5만5000명의 이공계 대학원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학원 단계에서 생활비와 연구 몰입 여건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조치다.

박사후연구원 단계에서도 새 제도가 나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026년 국가포스닥펠로우십을 새로 추진하며, 약 38명을 선발해 인건비 연 9000만원, 신진연구과제비 연 1억원, 해외교류연수비 3000만원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신진연구자가 자주 제기해온 불만은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독립 연구 경험의 부족, 짧은 계약, 다음 단계 일자리의 불확실성이었는데, 이번 제도는 이 세 문제를 함께 건드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법과 제도도 일부 보강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은 2025년 6월부터 국가가 이공계 인력이 존중받는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또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지정·지원 조항은 2026년 6월 개정됐지만 시행일은 2026년 12월 10일이다. 기준일인 2026년 10월 22일 현재로선 법 개정은 이뤄졌어도 현장 적용은 아직 시작 전인 셈이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인정’의 방식이다


시민 질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과학영재가 국내에서 더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느냐는 물음이 된다. 공식 자료를 종합하면 답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영재 선발 이후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안정적 연구비 구조가 필요하다. 과제 참여 인건비에 기대는 구조만으로는 우수 학생에게 장기 연구 경로를 설득하기 어렵다.

둘째, 박사와 포닥 뒤에 이어질 경력 사다리가 더 또렷해야 한다. 고용률이 높아도 학위 적합 일자리와 연구직 비중이 낮으면, 가장 우수한 인재일수록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처우는 급여만이 아니라 독립 연구 기회와 평가 구조까지 포함해야 한다. 국내에 남는 선택이 희생이 아니라 합리적 경로로 보이려면, 연구를 오래 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조부터 줄여야 한다.

따라서 2026년 시점에서 확인되는 결론은 이렇다. 과학영재의 해외 이동을 ‘막는’ 단일 장치는 아직 없다. 대신 정부는 학교 단계의 영재교육과 대학원·신진연구자 지원을 각각 보완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실제 선택을 바꾸려면 교육 단계의 선발 강화보다, 연구자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경력 구조를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만드느냐가 더 결정적 과제로 남아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영재교육 진흥법(시행 2025년 10월 1일); 교육부,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2023~2027) 발표(2023년 3월 20일); 한국교육개발원 GED 영재교육 국가통계, 영재교육 기본 현황·영재교육 대상자(2025);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내 박사인력, 고용률은 높으나 학위에 걸맞은 일자리는 부족(2024년 5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신규 참여대학 5개교 선정… 48개 대학, 5.5만명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생활 지원(2026년 9월 4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 국가전략기술 선도할 신진연구자 육성 나선다(2026년 8월 24일);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시행 2025년 6월 21일, 일부 조항 2026년 12월 10일 시행)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