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치안 불안감, 실제 범죄와 얼마나 다른가…Ipsos 인식조사와 ISTAT 통계 대조
이탈리아에서 치안이 중요한 정치·사회 의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불안감의 크기와 실제 범죄 지표는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Ipsos Italia가 2026년 10월 10일 공개한 안전 인식 분석에서는 응답자의 54%가 자신이 사는 지역을 ‘매우 또는 꽤 안전하다’고 답했고, 46%는 ‘별로 또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이탈리아 통계청 ISTAT의 최근 공표치를 보면 체감 안전은 2024년에 악화했지만, 절도·강도 같은 일부 대표 범죄의 피해율은 장기적으로 낮아졌거나 최근엔 거의 제자리였다.
다만 두 자료를 곧바로 1대1로 겹쳐 읽기는 어렵다. Ipsos 자료는 2026년 10월 공개된 여론조사 성격의 인식 자료이고, ISTAT는 연도별 공식 통계와 표본조사를 통해 범죄 피해율, 범죄 위험 인식, 야간 보행 안전감 등을 따로 집계한다. 질문 문항과 조사 시점,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에 ‘불안이 커졌으니 범죄도 같은 폭으로 늘었다’거나 그 반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Ipsos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치안 이슈의 부상’
Ipsos Italia가 공개한 분석의 핵심은 범죄 발생 건수 자체보다 치안이 여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안전 문제를 주요 우려로 꼽은 비율은 2022년 10%에서 2026년 35%로 뛰었다. 치안은 이민, 생활비, 정치 신뢰 같은 다른 현안과 함께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이슈로 제시됐다.
같은 자료에서 지역 안전감은 팽팽하게 갈렸다. ‘안전하다’는 응답이 54%로 과반이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도 46%에 달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일반 범죄 38%, 청소년 갱단 28%, 도시 황폐화 27%, 이민 27%, 젠더폭력 23%, 조직범죄 19%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제시됐다. 즉 응답자들이 말한 ‘안전’은 살인이나 강도 같은 중범죄 하나가 아니라 생활권의 무질서, 거리 환경, 사회적 긴장을 함께 묶은 넓은 개념에 가깝다.
다만 Ipso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요약본만으로는 표본 규모와 조사 실시일, 표집 방식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 확인 가능한 범위는 공개 요약본에 제시된 문항 결과와 서술까지로 한정된다.
공식 통계는 ‘체감 악화’와 ‘일부 범죄의 안정’이 함께 나타난다
ISTAT의 ‘BES 2024’ 안전 부문은 주관적 인식과 객관 지표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기준으로 혼자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매우 또는 꽤 안전하다고 느끼는 14세 이상 인구 비중은 56.7%였다. 2023년보다 5.3%포인트 낮아져 체감 안전은 악화했다.
같은 시기 범죄 위험 인식도 올랐다. ISTAT의 ‘Noi Italia 2025’에 따르면 자신이 사는 지역이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느끼는 가구 비중은 2023년 23.3%에서 2024년 26.6%로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중부와 북서부, 그리고 캄파니아·라치오 같은 일부 지역에서 이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범죄 피해율을 보면 그림은 다소 다르다. BES 2024는 2024년 주거침입 절도 피해율이 가구 1000가구당 8.5건, 소매치기 피해율이 인구 1000명당 5.1건, 강도 피해율이 1000명당 1.1건으로 집계됐다고 제시한다. 주거침입 절도는 2023년보다 소폭 높지만 2019년과 2014년보다는 낮고, 소매치기와 강도는 2023년과 거의 비슷하거나 장기적으로는 개선된 수준이다. ISTAT도 이를 두고 ‘약탈성 범죄 지표는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주관적 안전 인식은 악화했다’고 정리했다.
어디서 일치하고, 어디서 어긋나나
두 자료가 만나는 지점은 있다. Ipsos에서 지역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46%였고, ISTAT에서도 야간 보행 안전감이 56.7%로 낮아졌으며 범죄 위험을 느끼는 가구 비중도 상승했다. 측정 방식은 다르지만, 적어도 최근 이탈리아에서 시민의 체감 불안이 가벼운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서로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어긋나는 지점도 분명하다. Ipsos 응답에서 치안 우려는 정치 의제 차원에서 크게 확대됐지만, ISTAT의 세부 범죄 피해율은 모든 범죄가 동반 급증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특히 주거침입 절도·소매치기·강도처럼 일상 안전감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표 지표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불안감의 상승이 곧바로 범죄 피해의 급증을 뜻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범죄가 장기적으로 줄었으니 불안은 과장됐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다. ISTAT는 2023년 전체 신고 범죄가 다시 2018년 수준으로 올라섰고 2019년을 웃돌았다고 집계했다. 또 체감 안전은 실제 피해 경험뿐 아니라 도시 황폐화, 사회적 무질서, 미디어를 통한 사건 노출, 특정 범죄에 대한 공포에 함께 영향을 받는다. Ipsos 조사에서 일반 범죄 외에 청소년 갱단, 도시 황폐화, 이민, 젠더폭력이 함께 언급된 것도 이런 구조를 보여준다.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과 문항 차이
이번 대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시점 불일치다. Ipsos 자료는 2026년 10월 공개된 최근 인식 자료인 반면, ISTAT의 공식 안전 인식 수치는 주로 2024년, 전체 신고 범죄 증감은 2023년 또는 그 이전 연도를 기준으로 제시된다. 내무부가 2026년 1월 2025년 살인 사건 감소를 발표한 자료도 있지만, 그것은 전체 범죄가 아니라 특정 중범죄 범주에 대한 속보 성격 수치다.
결국 현재 확인 가능한 공식 자료만 놓고 보면, 이탈리아의 치안 인식과 실제 범죄는 ‘완전히 따로 노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시민 불안은 분명히 커졌지만, 그 불안이 모든 범죄 지표의 동반 악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일부 범죄율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생활권 불안, 야간 안전감 저하, 지역 무질서에 대한 체감까지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독자가 볼 핵심은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사회가 느끼는 위험의 크기이고,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범죄 유형별 발생과 피해의 분포라는 점이다.
자료: Ipsos Italia, Sicurezza in Italia: tra percezione, realtà e orientamenti politici(2026-10-10); Istat, Benessere equo e sostenibile 2024 – Dominio 7 Sicurezza(2025); Istat, Noi Italia in breve 2025(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