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특검 7일 본수사…투표용지 부족은 확인됐고 ‘조작’은 입증되지 않았다

사건사고
-전국 91개 투표소서 7194장 부족…최장 105분간 투표 중단

-통계 수정·보고 은폐·입찰 비리 등 12개 의혹 수사…행정 실패와 범죄 혐의 구분해야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오는 7일 본수사에 들어간다. 특검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고 일부 투표소의 투표가 장시간 중단된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선거 통계가 조직적으로 조작됐거나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아직 수사로 입증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지역 선관위 간부가 입건됐다는 사실도 혐의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특검 수사 개시는 법률에 열거된 12개 의혹을 증거와 형사절차에 따라 검증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행정상 과실과 직무유기, 통계 입력 오류와 공전자기록 위작, 부실한 계약과 입찰 비리를 각각 구분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91개 투표소서 7194장 부족…행정 실패는 확인됐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등이었다.

선관위는 처음에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를 50곳, 부족분을 4726장으로 파악했다. 이후 조사를 거치면서 투표소는 91곳, 부족한 투표용지는 7194장으로 늘어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최대 105분간 중단됐고, 송파구 투표소 3곳은 정확한 중단 시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당초 집계와 최종 파악 수치가 크게 달라진 것은 투표용지 준비뿐 아니라 선거 당일 보고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기다리거나 다른 시간에 다시 방문해야 했다면 선거 결과와 별개로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발생한 것이다.

부족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본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 축소가 지목됐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 상승 등을 이유로 인쇄 하한선을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췄다. 이 결정은 별도의 공식 회의 없이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관련 지침과 사무편람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증가로 남는 투표용지가 많았고 인쇄·검수·보관 부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쇄량을 줄이면서도 투표용지가 소진될 경우의 추가 교부 기준과 운송 절차, 현장 역할 분담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쇄 기준을 낮춘 판단 자체가 위법했는지, 예상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지 않은 행위가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지는 특검이 밝혀야 할 영역이다. 관련 수치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도한 SBS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표율·득표수 수정 기록…전산 로그가 의혹을 가른다


특검이 규명해야 할 두 번째 쟁점은 선거 통계의 입력과 수정 과정이다.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본부는 선거 당일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실무자들을 공전자기록위작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 서초·강남과 경기 김포·의왕, 충북 진천 등에서 투표자 수가 잘못 입력된 정황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선거가 끝난 뒤 투·개표보고시스템에 다시 접속해 득표수를 수정한 기록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산 기록의 수정 사실만으로 선거 통계 조작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단순 입력 오류를 바로잡았는지, 수정 과정에서 정해진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최초 입력값과 수정값이 무엇인지, 선거 결과 공표 전후 어느 시점에 수정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검은 시스템 접속 기록과 수정 이력, 담당자 계정, 내부 보고 문서, 결재선 등을 대조해야 한다. 수정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더라도 기록과 승인 절차를 남기지 않았다면 선거 관리의 신뢰를 훼손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수치 수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 결과 조작으로 단정하는 것도 증거에 앞선 판단이다.

선관위는 지금까지 해당 문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검은 이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정치권의 조작 주장을 전제로 삼는 대신, 투표록·개표록·전산 로그·실물 투표지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특검팀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를 현 상태로 보존해 달라고 선관위에 요청했다. 재검표나 현장 검증이 진행된다면 쟁점은 단순한 표 재계산이 아니다. 전산 집계와 실물 투표지, 개표 상황표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돼야 한다.


특검법이 정한 12개 대상…선거 관리 넘어 조직 운영까지


특검의 수사 범위는 투표용지 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8월 4일 시행된 특검법은 참정권 침해와 선거 통계 조작 의혹, 선거 물품 관리 부실, 사고 보고의 누락·축소·은폐, 직무유기·직권남용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투표용지 예산과 실제 인쇄량의 불일치, 선거관리 시스템의 보안·운영 문제도 포함됐다. 선관위 직원의 특혜채용과 인사 비리, 외유성 국외출장, 수의계약 등 조직 운영 의혹까지 더해졌다. 7월 29일까지 접수된 지방선거 관련 고소·고발 사건과 수사 과정에서 새로 확인되는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

검경 합수본은 특검 출범에 앞서 투표용지 부족과 선거용품 입찰, 선관위 간부의 해외출장 의혹을 중심으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강남·서초·광진·동작구 선관위 사무국장 등은 투표용지 부족과 관련한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약 13억원 규모의 관내 사전투표함 제작 사업도 수사 대상이다. 제안요청서가 투표함 본체 두께를 3㎜ 이상으로 정했는데도 1㎜ 원단으로 시제품을 만든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낙찰업체는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자신들도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출장국 선정 과정과 배우자의 공무 수행 여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른 비용 지급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핵심이다.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동반이 선관위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입건과 압수수색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 절차다. 관련자의 유죄나 조직적인 비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검은 계약 서류와 평가표, 출장 계획서, 비용 정산 자료, 결재 기록을 통해 개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선관위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12개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165명 안팎·최장 170일…의혹 확대보다 책임선 규명이 우선


특검팀은 특별검사보 5명과 특별수사관 70명, 파견검사 20명 이내, 파견공무원 70명 이내 등 165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준비 기간은 20일이며 본수사 기간은 90일이다. 기간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준비 기간을 포함한 전체 활동 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박혁·김은정·김상천·권근환·김진우 특검보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특검팀은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선입견 없이 증거에 따라 수사하고,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본수사는 7일 시작될 예정이다. 특검 구성과 수사 원칙은 특검팀 발표를 전한 이데일리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검이 다뤄야 할 사건은 넓지만 출발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여야 한다. 누가 인쇄 기준을 낮추자고 제안했는지, 지역별 예상 투표율을 검토했는지, 부족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대응하지 않았는지, 사고 발생 뒤 보고가 어느 단계에서 지연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만으로 행정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충분한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일은 선거관리기관의 기본 책무다. 반대로 준비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적인 선거 조작을 인정할 수도 없다.

특검이 확인해야 할 것은 자극적인 의혹의 개수가 아니다. 확인된 행정 실패가 어디에서 시작됐고, 누가 결정했으며, 왜 현장 대응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기록으로 특정하는 일이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책임자를 기소하고, 형사처벌에 이르지 않는 구조적 실패는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수사가 선거 불신을 확대하지 않고 공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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