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건 선고 하루 전 멈춘 대법원…전원합의체가 가를 ‘명태균 진술’

정치
-여론조사 무상 제공 놓고 김건희 무죄·윤석열 유죄…하급심 판단 엇갈려
-진술 신빙성·묵시적 합의·공동정범 성립이 핵심…관련 재판에도 기준 될 듯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이 예정된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회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명태균 여론조사를 둘러싼 하급심 판단이 유죄와 무죄로 갈린 만큼, 진술의 신빙성과 정치자금 수수의 성립 기준이 핵심 심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김 여사의 유죄나 무죄가 정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대법관들이 기존 소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거나 통일된 법률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대법원이 어떤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재판에도 법률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사건번호는 2026도6826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3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튿날로 예정됐던 상고심 선고는 추후 지정으로 변경됐다. 9월 초까지 새로운 선고기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여론조사인데 김건희 무죄·윤석열 유죄


김 여사는 명태균 씨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과 본선 경쟁 과정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활동에 사용됐으며, 그 비용이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물건뿐 아니라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도 정치자금으로 규정한다. 현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유료로 제공되는 여론조사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았다면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 다만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의뢰나 합의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제3조

김 여사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여론조사 업체를 홍보할 목적으로 조사 결과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여사가 조사를 먼저 의뢰하거나 무상 제공 사실을 인식했다는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한 다른 1심 재판부는 반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제공된 여론조사 가운데 14회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제공 횟수와 기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를 고려하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년과 약 1396만원의 추징을 선고받았다. 명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두 사건은 동일한 여론조사 제공 관계를 다뤘지만, 명씨 진술과 주변 정황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결론이 갈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1심 보도


판단 가른 것은 ‘명태균 진술’을 뒷받침한 정황


김 여사 사건의 하급심은 명씨 진술에 허위와 과장이 섞여 있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을 부풀리는 성향을 보였고, 진술 일부가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계약서나 조사 의뢰서처럼 여론조사 제공 합의를 직접 보여주는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명씨 진술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김 여사를 통한 연락과 전화번호 전달, 자택 회동, 스피커폰 통화, 여론조사 결과 전달 과정 등 여러 정황을 종합했다. 개별 정황을 연결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수수를 둘러싼 순차적·묵시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사건에서도 명씨 진술의 평가가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사업가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으며, 오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 시장 사건 재판부는 명씨 진술 가운데 메시지와 통화기록, 첫 만남 이후의 조사 실시, 조사 결과 검증 과정, 제3자의 비용 지급과 일치하는 부분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명씨 진술에 과장이 있다는 사실과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는 부분을 나눠 평가한 것이다.

세 재판의 결과가 다르다고 해서 곧바로 서로 모순된 판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별 공소사실과 관여 정도, 제출된 증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 여사 사건에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추가 쟁점이다. 오 시장 사건은 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구조가 중심이다.

그러나 정치자금 사건은 명시적인 계약이나 지시 문서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통화기록과 메시지, 만남의 시기, 서비스 제공 횟수, 비용 흐름을 연결해 의사를 추론하게 된다. 전원합의체가 간접증거를 어느 정도 축적해야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면 향후 정치자금 사건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 사건의 판단 차이는 관련 재판 비교 보도에서 확인된다.


대법원이 판단할 것은 진술보다 ‘증거의 연결 구조’


전원합의체 심리의 첫 번째 쟁점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진술자에게 과장이나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모든 진술을 배척해야 하는지,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 부분은 별도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두 번째 쟁점은 반복적인 여론조사 제공만으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다. 명시적인 의뢰가 없더라도 조사 내용과 제공 시기, 수수자의 반응, 이후 관계가 일관되게 연결된다면 정치자금 수수의 고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는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다. 김 여사는 당시 대통령 후보자가 아니라 후보자의 배우자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려면 윤 전 대통령과 범행을 함께 실행하려는 의사와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새로운 사실을 조사하는 법원이라기보다 원심의 법률 적용이 타당했는지를 심리하는 법원이다. 따라서 전원합의체가 명씨의 말이 사실인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이 진술과 간접증거를 평가한 과정에 법률적 오류가 있었는지, 공동정범과 묵시적 합의에 관한 법리를 올바르게 적용했는지가 판단 대상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한다.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사건,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사건을 심리한다. 출석 대법관 과반수의 의견으로 결론을 정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 기준


회부 이유와 심리 일정의 불투명성도 남은 문제


전원합의체 회부가 필요했다면 대법원이 그 이유를 어느 범위까지 설명해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이번 사건은 당초 소부 선고가 예고됐지만 선고 하루 전에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피고인의 구속기간과 다른 관련 재판 일정까지 맞물리면서 심리 지연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확대됐다.

그러나 회부 시점만으로 대법원의 의도나 예상 결론을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회부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선고가 늦어진다는 사실과 특정 결론을 위해 재판을 지연한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사법부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타당하다. 선고 직전 일정이 변경되고 이후 심리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 법률적 판단보다 정치적 추측이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판결의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사건 진행과 절차적 배경을 설명할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단이 세 사건의 결론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 사건은 각각 항소심과 후속 상고심에서 개별 증거를 다시 판단받는다. 다만 대법원이 진술 신빙성과 묵시적 합의, 정치자금 수수의 고의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면 하급심은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판단해야 할 대상은 명태균이라는 인물의 신뢰성만이 아니다. 정치권력과 민간 브로커 사이의 비공식 거래를 어떤 증거로 확인하고 어디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본질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무게도 한 사람의 유·무죄보다 이 기준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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