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함께, 쟁점법안은 충돌…100일 정기국회 여야 어디서 갈리나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매년 열리는 정기국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여당의 입법 독주와 재정 확대를 견제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특별감찰관, 대법관 인사까지 맞물리면서 입법과 예산, 인사 문제가 한꺼번에 정치의 중심에 올라왔다.
그렇다고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전면전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단은 정기국회 첫날인 9월 1일 만나 양당이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민생법안을 찾기로 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민생 공통 입법을 우선 발굴하고, 이견이 있는 법안은 숙의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권칠승 정책위의장 등 정책위 지도부가 회동에 참석한다.
겉으로 보면 협치의 문을 열어놓은 셈이지만, 실제 정기국회 안으로 들어가면 여야가 부딪힐 지점은 적지 않다. 이번 100일의 핵심은 결국 민생법안에서는 얼마나 함께 움직이고, 쟁점법안과 예산에서는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첫 번째 전선은 ‘법안 처리 속도’다
민주당은 정부 2년 차 국정과제와 연결된 입법을 정기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예상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다수 의석뿐 아니라 최근 심사기간이 단축된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는 9월 첫 본회의부터 필리버스터가 예상되는 쟁점법안을 상정하겠다는 계획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민생경제를 중심으로 7개 분야 133개 중점 입법과제를 제시하고, 여당이 강행하는 쟁점법안에는 필리버스터를 활용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동산 공급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어 주택정책에서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영원히 막는 수단은 아니지만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여당에는 국회 운영 주도권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야당에는 다수 의석의 힘만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각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법안 내용 못지않게 ‘누가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를 둘러싼 여론전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다.
사법개혁 놓고는 타협 공간이 더 좁다
정기국회에서 가장 거센 충돌이 예상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사법제도다. 여권은 이른바 ‘2차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키우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개정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권력기관의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라는 보다 큰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민생법안처럼 서로 필요한 조항을 주고받으며 타협하기도 쉽지 않다. 사법부의 권한과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여야가 서로 다른 정치적 판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의 협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첫 시험대도 여기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여야 정책협의체가 생활과 경제 관련 법안에서는 공통분모를 찾더라도 권력기관 개편과 사법제도처럼 정치적 이해가 직접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다시 강대강 대치로 돌아설 수 있다.
두 번째 전선은 내년도 나라살림이다
법안보다 더 현실적인 충돌은 예산에서 나타난다. 올해 확정된 2026년도 예산은 727조9000억원으로 이미 700조원을 넘어섰고, 2027년도 예산안은 정치권에서 800조원대 규모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1000억원 순감한 727조9000억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여야 합의로 법정기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점도 올해 협상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투자와 민생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산안을 최대한 원안대로 지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지출 확대 가운데 불필요하거나 선심성이라고 판단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을 둘러싼 정치의 특징은 숫자가 곧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정부가 AI와 산업투자에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하면 다른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거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고, 복지와 지역사업을 늘리면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 논쟁이 뒤따른다.
여야가 “민생”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어디에 돈을 써야 민생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강조한다면 국민의힘은 재정 효율성과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예산심사의 핵심은 총액뿐 아니라 어느 사업을 살리고 어느 사업을 줄일 것인가가 된다.
6개 부처 개각, 정기국회 초반부터 ‘청문 정국’
입법과 예산 사이에는 인사청문회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여러 인사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특별감찰관과 대법관 인선까지 겹쳐 초반부터 국회가 ‘청문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방향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까지 강도 높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주요 부처 인선을 놓고 여야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자들이 정부 정책과 제도개편을 추진할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인 동시에 정부와 야당이 직접 충돌하는 정치 무대이기도 하다.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인사 한 명의 문제가 정부 인사 시스템 전체에 대한 공세로 확대될 수 있고, 반대로 결정적인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 야당의 검증 공세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장관 임명 자체를 반드시 막는 것은 아니지만, 여론의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정기국회 초반 정치 분위기가 청문회 결과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이유다.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공간은 결국 ‘생활법안’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충돌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도 여야가 정기국회 시작 직전 정책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양당 모두 모든 사안을 전면전으로 끌고 가는 것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자영업과 소상공인, 주거, 지역경제, 산업지원처럼 국민 생활에 직접 연결되면서도 이념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법안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 야당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만으로는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여당도 모든 법안을 단독 처리한다면 협치 의지가 없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먼저 양당 정책위의장 간 실무 협의체와 민생경제협의체 복원을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9월 1일 첫 회동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면서 양당이 뜻을 모을 수 있는 법안을 우선 찾는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런 민생법안은 단순한 입법 실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기국회에서 대치가 심해지더라도 최소한의 협상 채널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치와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는 100일
이번 정기국회를 단순히 ‘여야 전쟁’이라고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쟁점법안과 사법제도, 예산, 인사청문회에서는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양당 정책위는 민생법안 협의를 시작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두 흐름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삼켜버리지 않는지다.
쟁점법안을 놓고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모든 민생 협상까지 중단된다면 정책협의체는 보여주기 행사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여야가 충돌하는 사안은 충돌하더라도 합의할 수 있는 법안과 예산은 별도로 처리한다면 이번 정기국회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정기국회는 100일 동안 열리지만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국회가 며칠 동안 회의를 했는지가 아니다. 주거와 일자리, 소상공인, 복지, 산업정책과 관련해 어떤 법을 바꾸고, 내년도 세금을 어디에 쓰기로 결정했는지가 결과로 남는다.
9월 1일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는 민주당에는 다수 의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국민의힘에는 견제를 넘어 어떤 대안을 보여줄 것인지를 묻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법안을 힘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은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힘 역시 필리버스터만 반복해서는 유권자에게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결국 이번 100일 동안 확인해야 할 것은 여야가 얼마나 크게 충돌하느냐가 아니다.
싸울 사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실제로 합의할 수 있는 국회인지가 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