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아파트 부부 사망 화재, 가스 폭발 가능성…스프링클러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에서 부부가 숨지고 주민들이 다친 화재의 원인으로 가스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합동감식을 통해 주방 쪽 가스 밸브가 열려 있던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잔해물을 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다. 현장에서 별도의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당국은 가스 누출과 폭발 가능성을 중심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불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쯤 의왕시 내손동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4층 세대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 이 화재로 해당 세대에 거주하던 60대 남성이 추락해 숨졌고, 아내인 50대 여성은 세대 내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주민 6명도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었다. MBC도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이 화재가 난 14층 세대를 중심으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수사 과정에서 숨진 아내가 불이 나기 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현장 감식 내용을 토대로 화재 발생 전후 상황, 가스 밸브가 열린 경위, 남편의 추락 경위 등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남성이 신변을 비관하는 취지로 작성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오래된 아파트의 소방설비 사각지대 문제도 다시 드러냈다. 불이 난 아파트는 2002년 준공된 건물로, 당시 기준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16층 이상에만 적용됐다. 화재가 발생한 14층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은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기존 건축물 상당수는 준공 당시 기준을 적용받아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화재 당시 경보기 등 내부 소방시설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보가 울렸다고 해서 초기 진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화염 확산 속도와 연기 피해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노후 공동주택의 소방설비 보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스 폭발 의심 사고의 경우 원인 규명이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가스가 어느 정도 농도로 실내에 축적됐는지, 점화원은 무엇이었는지, 밸브 개방이 고의인지 과실인지, 환기 상태는 어땠는지에 따라 사고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폭발 지점과 발화 원인, 사망 경위를 종합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공동주택 안전관리의 빈틈을 보여준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가스 배관과 밸브, 경보기, 소방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실제 관리 수준은 단지마다 차이가 크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강화되기 전 지어진 중층 이상 아파트는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 장치가 부족할 수 있다.
가스 누출이 의심될 때는 전등 스위치나 전기기기를 조작하지 말고, 즉시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밸브를 잠그고 외부에서 신고해야 한다. 작은 불꽃이나 전기 스파크도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관리 주체 역시 가스 안전 점검과 입주민 대피 교육, 소방시설 작동 점검을 형식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