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싸게 들여온다” 믿었는데 8억8천만 원 사라졌다…동호회 신뢰 노린 중개 사기
경기 안산과 시흥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을 상대로 수억 원대 사기를 벌인 50대 여성 동호회장을 경찰이 추적하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에서 셔틀콕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며 회원들에게 돈을 받은 뒤 물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자취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생활체육 동호회 안에서 쌓은 친분과 신뢰를 이용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충격은 더 크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안산과 시흥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회원 15명으로부터 모두 8억8천만 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시흥 지역에서는 동호회장을 맡고, 안산 지역에서는 회원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수법은 ‘공동구매’와 ‘중개’의 외피를 띠었다. A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셔틀콕을 중개해주겠다”, “중국에서 셔틀콕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고 말하며 구매 대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건넸지만, 약속한 셔틀콕은 받지 못했다. 이후 A씨와 연락이 끊기자 피해자들은 지난 3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번 사건은 금액 면에서 단순한 동호회 분쟁을 넘어섰다. 셔틀콕은 배드민턴 동호인들에게 반복적으로 필요한 소모품이다. 특히 동호회 단위로 대량 구매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A씨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생활체육 모임에서는 회장이나 오래 활동한 회원의 말이 신뢰의 근거가 되기 쉽고, 정식 계약서나 거래 검증 절차 없이 돈이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 규모가 커진 데에는 ‘아는 사람’이라는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중고거래나 투자 사기와 달리, 동호회 사기는 평소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며 교류하던 사람이 제안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의심보다 믿음이 앞설 수밖에 없다. A씨가 동호회장 또는 회원 신분으로 활동하며 회원들과 가까워진 뒤 범행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단순 물품 미배송이 아니라 관계를 이용한 신뢰 사기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은 현재 잠적한 A씨의 행방을 쫓는 한편, 실제 돈의 흐름과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가 받은 돈을 실제 셔틀콕 구매에 일부 사용했는지, 처음부터 물품 공급 능력이 없었는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A씨를 추적하는 한편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생활체육 동호회는 지역 주민들이 취미와 건강을 위해 모이는 공동체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고 회비, 대회 참가비, 단체복, 장비 공동구매 등 돈이 오가는 일이 늘어나면서 분쟁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 계좌로 거액을 받거나, 수입 물품을 싸게 들여오겠다며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은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동호회 공동구매라도 일정 금액 이상이면 거래 상대, 사업자등록 여부, 수입 경로, 계약서, 환불 조건, 납기일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 계좌로 거액을 한 번에 보내기보다는 공식 계좌를 사용하고, 물품 공급 확인 전에는 전액 선입금을 피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동호회 운영진 역시 회장 개인에게 구매와 회계를 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복수의 회원이 지출을 확인하는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