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취약지 32곳 그대로…지원금보다 함께 봐야 할 것은 지역 분만 연계·이송 체계
분만실이 없는 시군 주민의 출산 접근성을 따질 때, 임산부 개인에게 주어지는 지원금만으로 현장의 문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임신·출산 진료비 추가지원 대상인 분만취약지를 32곳으로 유지한 가운데, 같은 정부 자료를 보면 이 제도는 애초부터 교통 접근성, 실제 이용률, 의료기관 운영, 응급 연계를 함께 보도록 설계돼 있다. 분만취약지의 공식 기준도 ‘60분 안에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과 ‘60분 안에 접근 가능한 분만의료기관 이용률’이다. 단순한 비용 보전보다, 제때 병원을 찾고 응급상황 때 옮길 수 있는 체계가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현재 임신·출산 진료비 제도에서 분만취약지 임산부에게 추가로 붙는 금액은 20만원이다. 반면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은 의료기관에 대해 더 큰 규모로 설계돼 있다. 보건복지부 정책 안내에 따르면 분만 산부인과의 경우 1차년도에 시설·장비비 10억원과 운영비 2억5000만원을, 2차년도부터는 연간 운영비 5억원을 지원한다. 외래·순회진료 산부인과도 별도 시설·운영비를 받는다. 정부가 같은 제도 안에서 개인 바우처와 기관 운영비를 따로 두고 있는 것은, 문제를 단순한 출산비 부담이 아니라 지역 분만 인프라 유지 문제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분만취약지 지정은 ‘거리’와 ‘이용’ 두 조건을 함께 본다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설명을 보면 취약지 선정은 접근성과 의료이용률을 함께 본다. 기준은 60분 내 분만 가능 의료기관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30% 이상이거나, 60분 내 접근 가능한 기관 이용률이 30% 미만인 지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펴낸 정책연구는 2024년 사업 안내를 바탕으로 분만취약지를 A·B·C 등급으로 정리했는데, 2023년 기준 A등급 31곳, B등급 22곳, C등급 55곳이었다. 이 연구는 또 2023년 12월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이 72곳이라고 정리했다.
이 수치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정부가 바우처 추가지급 대상으로 관리하는 32곳보다 실제 분만 접근성 문제가 넓은 범위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둘째, 같은 지역 안에서도 문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곳은 아예 분만실이 없고, 어떤 곳은 산부인과는 있어도 실제 분만이 어렵다. 그래서 정책 효과를 볼 때도 ‘취약지 수가 몇 곳인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역 안에서 실제 분만이 가능한지와 주민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
사업 평가표에도 인력과 응급연계가 들어가 있다
지역 분만 의료의 성과를 보려면 사업계획과 집행실적, 실제 운영결과를 구분해야 한다. 같은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정리된 중앙모자의료센터 성과평가 기준을 보면 분만 산부인과 평가지표에는 산부인과 전문의 충족률, 간호 인력 충족률, 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충족률, 산부인과 전문의 이직률이 포함된다. 혈액 유지 관리와 의료기관 간 협약 체결 같은 응급연계 항목, 분만건수와 적정 산전진찰비율, 지역 내 수요 대비 의료제공률도 함께 평가한다.
이는 제도의 초점이 단순히 분만실 간판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인력이 빠지면 분만실이 있어도 운영이 흔들릴 수 있고, 응급연계가 약하면 고위험 임산부나 조산 위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취약지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행정상 지원 대상으로 지정됐는지보다, 실제로 진찰·분만·응급전원이 이어지는지다.
정부도 2026년에 전원전담팀과 협력체계 확대를 내놨다
정부의 2026년 정책 방향도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확대와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추가 참여 독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월에는 의료혁신위원회 논의를 통해 중증모자의료센터 2곳,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지역모자의료센터 33곳을 두는 개편 방향과 함께, 응급상황 때 예비병상 상시 운영, 24시간 전화상담,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전담팀을 통한 신속 이송·전원 체계를 제시했다. 9월에는 충북·충남·제주에 협력체계 4곳을 추가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흐름은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미 ‘지원금’보다 ‘연결망’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약지에서 모든 분만을 지역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고위험 산모를 어디서 받아줄지, 병상과 인력이 있는 병원을 얼마나 빨리 찾을지, 이송 과정의 책임과 연락체계를 어떻게 묶을지가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거리와 사망지표의 연관성은 확인됐지만, 운영 성과 공개는 더 필요하다
학술 연구도 접근성 문제를 뒷받침한다. 2025년 보건사회연구 게재 논문은 전국을 31개 모자의료 진료권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모자의료센터까지 이동거리가 평균보다 긴 지역에서 모자보건의료 지표의 사망비·사망률이 높았고, 특히 모성사망비와의 상관성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다른 지표들과의 연관성은 제한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거리와 결과 사이에 연관성은 보이지만, 모든 결과를 한 변수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공개 자료만 놓고 보면 시민이 구분해서 봐야 할 것은 세 층위다. 첫째는 임산부 개인에게 가는 20만원 추가지원, 둘째는 의료기관에 가는 시설·운영비 지원, 셋째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진료협력·전원·이송 체계다. 이 가운데 실제 안전성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은 세 번째지만, 정부가 지역별 전원 소요시간이나 협력체계 운영 성과를 전국 단위로 얼마나 공개하고 있는지는 아직 제한적이다. 지역 분만 의료를 검증하려면 앞으로도 취약지 숫자나 지원금 규모보다, 지역 내 분만 가능 여부와 전원 성공률, 병상 연결 속도 같은 운영 지표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2026년 10월 12일 최종수정); 보건복지부, 임신·출산진료비지원사업(2026년 3월 31일 최종수정);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적정 보상은 강화, 재정 지출은 효율화(2026년 2월 25일); 보건복지부, 생명의 시작에서 돌봄의 마지막까지, 걱정없는 기본의료 구현(2026년 6월 25일); 보건복지부, 전국 시·도 응급환자 이송지침 정비 마무리, 추석 연휴 앞두고 현장 이행도 챙긴다(2026년 9월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지역 의료 격차 완화를 위한 보상체계 개선방안 연구(2025); 보건사회연구, 모자의료센터 접근성과 모자보건의료 지표와의 연관성: 모자의료 진료권을 중심으로(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