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징역 12년…군인의 ‘명령 복종’은 어디까지 인정되나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병력 투입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군 지휘관들에게 1심에서 잇따라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2부는 8월 2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게 징역 12년, 이상현 전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징역 10년, 김대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과 정성욱 전 100여단 2사업단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이 선고됐고,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이 남긴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단순히 형량의 높고 낮음이 아니다. 군 조직의 핵심 원리인 명령복종과 개인의 형사책임 사이에 법원이 어떤 선을 그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현행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는 군인이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법 제24조는 직무와 관계없거나 법규에 반하는 사항, 권한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명령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 체계 자체가 모든 명령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상관이 시켰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핵심은 피고인들이 단순히 명령을 전달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명령의 성격을 얼마나 인식했고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였다. 재판부는 김 전 단장이 계엄 당시 국회 진입과 봉쇄 과정에 관여했고, 임무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부대원들의 문제 제기를 외면한 채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단장에게 특히 무거운 형을 선고하면서 군사력이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개인과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단장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한 상관 명령에 따른 것으로 주장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군인의 복종 의무에 중요한 한계를 보여준다.
군 조직은 명령이 빠르게 집행돼야 작동한다. 전투 상황에서 모든 명령을 부하가 일일이 법률적으로 검토한다면 지휘체계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그래서 군에서는 일반 조직보다 명령과 복종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명령의 적법성도 중요하다.
무력을 보유한 군대가 위법한 명령까지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 있다면 명령권자의 잘못된 결정이 국가 전체의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복무기본법이 명령을 ‘상관이 직무상 내리는 지시’로 정의하고, 법규에 반하는 명령을 발령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도 이런 취지와 연결된다. 복종의 대상은 상관의 모든 말이 아니라 직무상 정당한 명령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특히 국회라는 장소와 병력 투입 목적이 중요하게 평가됐다.
김 전 단장과 이상현 전 여단장은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국회에 출동시키고 봉쇄·진입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김대우 전 수사단장은 주요 인사 체포를 위한 체포조 구성과 관련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단순한 경계나 질서 유지가 아니라 내란의 중요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사법적으로는 ‘무슨 명령을 받았는가’와 함께 ‘그 명령을 받은 사람이 무엇을 알았는가’가 중요하다.
위법성을 전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한 실무를 수행한 사람과, 명령의 목적과 결과를 인식하면서 핵심 역할을 맡은 사람을 같은 수준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번 판결에서 일부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이런 차이를 보여준다.
박헌수 전 조사본부장과 고동희 전 계획처장에 대해서는 내란에 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같은 계엄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고 해서 모든 피고인에게 동일한 책임을 묻지는 않은 것이다.
이 대목은 이번 판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법원이 ‘계엄에 참여했으니 모두 유죄’라는 방식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각 피고인이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어떤 지시를 받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구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형사책임은 조직 전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귀속된다.
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관이 명령을 내렸더라도 현장에서 실제로 병력을 지휘하고 임무를 수행한 지휘관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남는다. 특히 계급이 높고 지휘 권한이 큰 사람일수록 자신이 받은 명령의 성격과 결과를 판단할 책임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일반 병사나 하급자가 상급 지휘관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전제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장에서는 명령이 부분적으로 전달될 수 있고, 병사는 전체 작전 목적을 알지 못한 채 특정 임무만 수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위법한 명령에 대한 형사책임을 판단할 때는 계급과 직책, 정보 접근 수준, 행동의 적극성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위법한 명령은 거부하면 된다’는 말도 현실에서는 단순하지 않다.
군인은 강한 위계질서 속에서 움직인다.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면 징계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이 존재하고, 긴급 상황에서는 명령의 법적 성격을 충분히 판단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명백하게 법질서를 침해하는 명령까지 복종 의무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가 군 형사법의 오래된 과제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지휘관 수준에서는 상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부대원이 임무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명령을 계속 수행했다는 재판부 판단은 중요하다. 위법 가능성을 인식할 계기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확인이나 제동 없이 행동했다면 단순한 ‘명령 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로 읽힌다.
이 기준은 향후 군 내부 교육과 지휘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군에서는 명령을 신속하게 따르는 훈련만큼 위법한 명령을 어떻게 식별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문제는 실제 상황에서 병사와 장교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다.
명령이 명백히 범죄를 지시하는 경우라면 비교적 판단하기 쉽다. 민간인을 이유 없이 공격하라는 명령이나 증거를 조작하라는 지시처럼 위법성이 분명한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계엄이나 국가비상사태처럼 법률과 군사작전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는 판단이 훨씬 어려워진다.
그래서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충분하지 않다.
군 내부에 법률검토와 이의제기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휘관이 명령의 적법성에 의문이 있을 때 군 법무관이나 상급기관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고, 하급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를 곧바로 항명으로 취급하지 않는 문화도 중요하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거부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그 원칙은 작동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책임의 다른 방향도 보여준다.
명령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명령을 내린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4조는 명령을 내린 군인이 그 이행 결과에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다. 지휘관이 위법한 명령을 내린 뒤 “부하가 알아서 실행했다”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군 조직에서 형사책임은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명령을 발령한 사람은 발령 책임을 지고, 이를 받아 실행한 사람은 자신이 인식한 범위와 수행한 역할에 따라 별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군이 일반 행정조직과 달리 강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움직이면 단순한 행정 착오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무장 병력이 정치기관이나 시민사회에 투입되는 순간 국가의 기본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민주국가에서 군의 명령복종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국군은 군인복무기본법상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복종과 헌법 수호가 충돌하는 순간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가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물론 이번 판결은 1심이다.
피고인들이 항소할 경우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법리 판단과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1심 판결을 최종 확정된 법적 결론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군 지휘관의 책임에 대해 제시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관이 명령했다는 사실은 행동의 배경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모든 책임을 없애주는 면허가 되지는 않는다.
법원이 유죄와 무죄를 나누고 형량을 달리한 것도 바로 개인별 인식과 역할을 따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사후 처벌보다 예방이다.
군인에게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라고 요구한다면, 무엇이 위법한 명령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교육과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한 군인이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위법한 명령 앞에서 개인에게 모든 판단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이번 1심 판결은 단순히 몇 명의 전직 군 지휘관에게 중형을 선고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군대에서 ‘명령’이라는 말이 어디까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군복을 입은 개인이 언제부터 자신의 행동에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군에서 명령복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복종의 끝에는 항상 법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