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짜뉴스 규제 논쟁, ‘딱지론’보다 요건과 절차를 따져야 한다

오피니언

이른바 ‘가짜뉴스법’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찬반 구도로 보기 어렵다. 허위조작정보의 반복 유통으로 피해가 커지는 현실은 분명하다.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가볍지 않다. 이 사안은 정치적 구호보다 법률상 요건과 집행 절차를 먼저 따져야 한다.

핵심 쟁점은 정부가 임의로 특정 표현에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느냐다. 현행 제도 구조를 보면 과징금 논의의 출발점은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법원 판단이다. 정부 정책 자료는 과징금 대상과 관련해 “법원에 의해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돼 판결이 확정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를 전제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직전 3개월 동안 3개 이상 정보를 게재하고 광고 등 이익을 얻는 요건도 함께 제시돼 있다.

따라서 논쟁의 첫 문장은 “정부가 마음대로 가짜뉴스를 정한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법원 판단이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끝낼 수도 없다. 법률상 허위조작정보의 기준, 판결 확정 이후 반복 유통의 범위, 수익 목적의 판단 기준, 플랫폼의 선제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2026년 1월 6일 개정·공포됐고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법률 해설은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허위조작정보 개념 신설,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통 금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신고 조치·자율 운영정책 수립·투명성 보고서 공표 의무로 정리한다. 이는 제도가 단순히 처벌 조항 하나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플랫폼 책임과 절차적 투명성을 함께 요구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일반 시민의 일회성 의견 표명과 직업적·반복적 정보 유통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졌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대형 SNS 계정은 전통 언론사는 아니지만 대중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광고 수익과 후원, 구독 기반 수익을 얻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모두 언론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을 요구하는 논의는 피하기 어렵다.

과징금 최대 10억원이라는 수치도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부과 요건이다. 판결로 확정된 허위조작정보인지, 반복 유통이 있었는지, 정보 유통을 업으로 하는 자인지, 수익 목적이 있었는지 등이 누적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엄격하게 운용된다면 악의적 반복 유통을 억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요건 해석이 넓어지면 정치적 표현과 비판적 보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손해배상 강화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본 개인이나 단체가 실질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는 오래됐다. 온라인에서는 허위정보가 삭제되더라도 이미 확산된 뒤인 경우가 많고, 피해 회복은 지연된다. 가중 손해배상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장치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공익적 의혹 제기가 사후적으로 일부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고액 배상 위험에 놓이면 탐사보도와 권력 감시는 위축될 수 있다.

플랫폼의 역할도 핵심 변수다. 개정법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신고 대응과 자율 운영정책, 투명성 보고서 공표 의무를 부과한다. 이 구조는 국가가 모든 표현을 직접 심사하는 방식은 아니다. 대신 플랫폼이 1차 판단과 조치를 맡고, 그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플랫폼 자율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플랫폼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허위정보 확산을 방치하게 된다. 반대로 과도하게 대응하면 사적 검열 논란이 생긴다. 특히 정치·역사·사회 갈등 사안에서는 사실 판단과 의견 표현이 뒤섞인다. 이런 영역에서 플랫폼이 불명확한 기준으로 삭제와 차단을 반복하면 공론장의 신뢰는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성패는 투명성에 달려 있다. 어떤 정보가 신고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조치됐는지, 조치 이후 이의제기 절차가 보장됐는지, 외부 검증기관이 참여했다면 그 기준과 이해관계는 무엇인지 공개돼야 한다. 허위정보 대응은 빠른 삭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치 과정이 설명 가능해야 하고, 잘못된 조치가 복구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의 언어도 정교해야 한다. ‘정부가 딱지를 붙이면 과징금 10억원’이라는 식의 표현은 제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상 요건을 생략하면 공론은 왜곡된다. 반대로 정부와 여당도 허위정보 피해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비판 기능, 플랫폼 판단의 불투명성이라는 우려에 대해 구체적 안전장치를 제시해야 한다.

가짜뉴스 규제는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위험도 갖고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처벌 강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좁고 명확하게 만들고, 법원 판단과 행정 조치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플랫폼 조치의 투명성과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하는 데 있다.

이 논쟁의 본질은 ‘가짜뉴스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반복적 허위정보 유통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를 줄이면서도, 권력 비판과 공익적 의혹 제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징금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요건과 절차다. 허위정보 대응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치적 공격 문구가 아니라 법률상 기준, 독립적 판단, 투명한 집행으로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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