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재평가론 부상…“테슬라와 격차 통념보다 좁다”
DS투자증권, 현대차 목표주가 84만원·현대모비스 80만원 제시
월드모델·스마트글래스·현장 데이터가 피지컬 AI 경쟁 핵심 변수로 부각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이 자동차 섹터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흐름만으로 설명되던 완성차 밸류에이션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DS투자증권은 8일 발간한 자동차 산업 보고서에서 로보틱스 테마를 자동차 섹터의 핵심 투자 포인트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대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를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현대오토에버(307950)를 관심종목으로 분류했다. 현대차 목표주가는 기존보다 상향한 84만원,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는 80만원, 현대오토에버 목표주가는 73만원으로 제시됐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로보틱스 격차가 시장의 통념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로봇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에서 결정되고, 특히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 경쟁에서는 실제 제조 현장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서 하드웨어 내재화는 이미 여러 기업이 공유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중국 Unitree와 미국 Figure AI를 비교하며, 밸류에이션 차이를 하드웨어가 아닌 두뇌와 데이터의 차이로 설명했다. Unitree는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기업가치가 Figure AI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으며, Figure AI는 산업 노동을 겨냥한 폐쇄형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축적 구조를 통해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 소프트웨어 스택은 관제, 추론, 제어, 반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영역은 장면을 이해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추론, 이를 실제 관절 움직임으로 바꾸는 제어다. 보고서는 이 두 영역을 묶는 VLA 모델의 구조가 외란 대응 능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물체가 미끄러지거나 위치가 틀어지는 상황에서 로봇이 즉시 보정할 수 있어야 산업용 로봇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통해 방대한 비전 데이터를 축적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VLA 영역에서의 우위가 장기적으로는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 확산으로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힘과 접촉, 실패와 성공을 포함하는 현장 실증 데이터는 실제 로봇이 공장에서 일해야만 쌓을 수 있는 데이터로 평가했다.
이 지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이 부각된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제조사이면서 동시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한 로보틱스 사업자다.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할 경우, 로봇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만드는 물리 데이터가 그룹 내부에 축적될 수 있다. 보고서는 자기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수 있는 완성차 제조사가 제한적이며, 그중 생산 규모가 큰 현대차그룹의 현장 데이터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구글과의 협업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구글 딥마인드의 Gemini Robotics를 Atlas에 통합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빌리되 가장 좋은 것을 빌린 구조”로 해석했다. 자체 두뇌가 없다는 약점은 있지만, 백본까지 구글이 보유한 프런티어급 모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오픈소스 기반 모델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마트글래스도 로봇 학습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주목됐다. 보고서는 사람이 손으로 물건을 다루는 1인칭 영상이 로봇 사전학습에 중요하다고 봤다. 주행 영상이나 인터넷 영상은 대량 확보가 가능하지만, 인간의 손동작과 일상 작업을 담은 1인칭 영상은 희소하다는 설명이다. 구글이 스마트글래스에 투자하는 배경도 소비자 기기 판매를 넘어 로봇 학습용 데이터 수집에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테슬라와 비교하면 이 부분은 차별적이다. 테슬라는 주행 영상과 자체 시뮬레이션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비자용 스마트글래스 기반의 인간 1인칭 행동 데이터 확보 통로는 갖고 있지 않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구글과 같은 진영에서 Gemini Robotics를 활용하고 있어 향후 스마트글래스 기반 데이터 생태계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고서는 영상형 스마트글래스 확산과 실제 데이터 수집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단서도 달았다.
현대차의 단기 실적 전망은 로보틱스 기대와 별도로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됐다. DS투자증권은 현대차의 2026년 2분기 매출액을 49조7천억원, 영업이익을 3조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하며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봤다. 생산 차질과 유럽·중동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국내 판매 반등과 미국 중심의 하이브리드 믹스 개선이 일부 방어 요인으로 제시됐다.
하반기에는 물량 만회와 원재료 가격 하향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2026년 현대차 매출액을 193조7천억원, 영업이익을 11조9천억원으로 추정했다. 3분기부터 생산 차질로 이연된 물량이 회복되고, 리튬·니켈 등 원재료 가격 하락분이 표준단가 반영 시차를 거쳐 원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피지컬 AI 플랫폼 사업자로 평가받을 수 있느냐다. DS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 PER을 15배로 적용했다. 이는 2021년 애플카 이슈 당시 도달했던 고점 수준을 참고한 것이다. 로보틱스 사업이 실제 현장 데이터와 결합해 사업화 단계로 이동한다면 기존 완성차 할인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구글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협상력이 커질 경우 현대차그룹의 현장 데이터가 외부 진영과 공유될 가능성이 있다. 두뇌를 임대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 통제권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스마트글래스 기반 1인칭 영상 데이터 확보 역시 아직 가설 단계에 가까워 실제 사업 시너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전략을 저위험·자본효율형 노선으로 평가했다. 테슬라가 두뇌와 인프라를 모두 자체 보유하며 고정비 레버리지를 추구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구글과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하고 자체 제조 현장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두 전략은 우열보다 운영 방식의 차이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축은 전동화에서 피지컬 AI로 넓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공장,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하드웨어, 구글의 로봇 두뇌,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인프라가 결합하면 기존 완성차 기업과 다른 평가 체계가 열릴 수 있다. 하반기 RMAC 가동, 현대차 CID, 미국 로봇 안보법 논의는 그 재평가 여부를 가늠할 주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