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노린 ‘마라맛 간식’ 위생 비상…세균·고나트륨·치아 손상 우려까지
초등학생들이 학교 주변 무인 판매점에서 쉽게 사 먹는 일부 수입 간식에서 위생 기준 부적합, 과도한 나트륨·당류 함량, 치아 손상 우려가 한꺼번에 확인됐다. 마라맛 곤약·팽이버섯 간식과 이른바 ‘ASMR 간식’으로 유통되는 딱딱한 젤리류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안전 관리는 유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9일 초등학교 주변 무인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간식류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과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식품 기준 부적합과 영양성분 과다 문제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마라맛 곤약·버섯류 간식, 사탕·젤리류 등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 포함됐다.
가장 문제가 된 제품은 마라맛 곤약 제품인 ‘향라웨이 설곤약’이다. 소비자원 조사에서 이 제품은 세균 발육이 확인돼 식품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 발육은 멸균 또는 보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관·유통 과정에서 변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소비자원은 해당 제품 수입·판매원에 판매 중단과 소비자 환불을 권고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마라맛 식품 전반에 대한 위생 우려와도 맞물린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주요 마라탕 프랜차이즈 일부 제품과 소스에서 황색포도상구균과 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균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균은 구토, 설사,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제조·보관·조리 과정의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마라맛 간식류는 나트륨 함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금대주 향라팽이버섯’과 ‘찹쌀라티오’는 제품 2개만 먹어도 9~11세 어린이의 하루 나트륨 충분섭취량인 1300㎎을 넘는 수준이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격이 작고 식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짠맛이 강한 간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고나트륨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캔디류에서는 열량과 당류가 문제로 지적됐다. ‘꾸덕젤리 블루베리향’은 1봉지 열량이 642㎉, 당류가 55g으로 조사됐다. 이는 9~11세 어린이의 하루 첨가당 섭취 기준인 45g을 넘어서는 수치다. 간식 한 봉지를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권장 수준을 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딱딱한 식감으로 인기를 끄는 ‘ASMR 바삭 지구모양 동결건조젤리’는 치아 손상 우려가 제기됐다. 조사 결과 이 제품의 최대 경도는 어린이가 평균적으로 씹을 수 있는 힘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짧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바삭한 소리’를 강조한 간식이 유행하고 있지만, 어린이가 무리하게 씹을 경우 치아 파절이나 턱관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초등학교 주변 무인 판매점에서 비교적 쉽게 판매된다는 점이다. 무인 판매점은 인건비 부담이 적고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 빠르게 늘었지만, 판매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특성상 어린이 구매 제한, 보관 상태 점검, 제품 표시 확인이 일반 매장보다 느슨해질 수 있다. 어린이가 유튜브·틱톡 등에서 본 제품을 별다른 확인 없이 구매하는 소비 구조도 안전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
현행 제도상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서는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소에 대한 위생 점검과 고열량·저영양 식품 관리가 이뤄진다. 다만 신유형 수입 간식과 무인 판매점 유통 제품은 유행 주기가 짧고 제품 교체가 빨라 기존 점검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주변 판매 환경을 점검하는 이유도 어린이의 식품 선택이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입 간식 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입식품은 통관 단계에서 검사와 신고 절차를 거치지만, 이후 온라인·무인매장·소규모 판매처로 빠르게 확산하면 실제 소비 현장에서 품질 변화나 표시 누락을 확인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처럼 해외 간식이 SNS를 통해 단기간에 유행하는 상황에서는 사후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학교도 제품 표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라맛 간식처럼 자극적인 양념이 강한 제품은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젤리·사탕류는 당류와 열량, 경도 등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포장이 부풀었거나 내용물이 새어 나온 제품, 냄새가 이상하거나 색이 변한 제품은 먹지 말고 구매처나 소비자원에 신고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에 마라맛 간식류와 신유형 수입 간식에 대한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어린이 간식 시장이 SNS 유행을 타고 빠르게 바뀌는 만큼, 단순히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주변 판매망과 수입·유통 단계 전반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