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음식 소개를 넘어 산업이 되려면 무엇이 부족한가

한식 세계화라는 목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제화되었지만, 그 실체를 살펴보면 주로 ‘맛있는 한식을 알린다’는 차원에 머물러 왔다는 한계를 지울 수 없다. 해외 각지에 한식당이 늘어나고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 같은 대표 메뉴가 매체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인의 입맛에 한식이라는 이름이 스며들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화적 경험에 그쳤다. 산업으로 전환되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산·유통·브랜딩·인력·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방위적 전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여러 사업과 지원 예산은 단발성 이벤트나 이미지 제고 위주로 편성되며, 실질적 산업 구조를 구축하기에는 많은 공백이 남아 있다. 이처럼 한식 세계화가 문화 소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을 살펴보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와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첫 출발점이 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식을 하나의 제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특정 메뉴를 전시하거나 셰프를 전면에 내세워 단기 이벤트성으로 기획되었기에,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반복 소비하는 구조로 이어지기 어렵다. 산업화 단계에서는 표준화된 레시피와 안정적인 품질 관리, 다양한 가격대와 포맷을 갖춘 제품군이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현지 사장님의 손맛’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이 많이 관찰된다. 손맛이 주는 친근함은 매력적이지만, 산업적 관점에서는 재현 가능성과 일관성이 핵심 요소이며 이 간극을 해소하는 연구와 생산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냉정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브랜딩 측면에서도 한식은 한 우물 파듯 지속 가능한 세계화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이 단순히 파스타나 피자만으로 기억되지 않듯, 한식도 김치나 불고기라는 단편적 키워드를 넘어 식문화와 철학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건강하다’, ‘발효 음식이다’, ‘매콤하다’라는 단편적 메시지에 머물러 있어, 소비자가 한식을 경험하며 어떤 이미지와 가치를 떠올려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국가 주도의 캠페인과 민간 브랜드 간 방향성 차이도 분산된 이미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한식의 정체성을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같은 브랜딩 분절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일관된 이야기와 가치 제시가 필수적이다.
유통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식이 글로벌 주류 시장에 안착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지 소비자가 현장 경험으로 한식을 좋아하게 된 뒤, 집에서 재현하거나 간편식으로 구매하려 해도 주변 매장에서 한식 재료나 가공품을 쉽게 찾기 어렵다. 일부 대도시의 아시아 마트나 한인 마트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당장 주류 유통망 진입이 불가능하며, 냉장·냉동 물류 체계와 현지 생산 설비, 식품 안전 규제 대응 등을 총망라한 장기적 유통 전략이 부재한 현실이다.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이 부담을 짊어지기에는 무리가 있고, 국가 차원의 유통망 구축과 조정 역시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식 제품은 특별한 날 찾아가는 ‘이국적 취미’로 전락하며, 일상 장바구니 속에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력과 교육의 측면도 산업화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해외 한식당 운영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풍부한 열정과 경험을 가진 반면, 체계적인 경영·서비스 교육은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현지 소비자 취향과 문화, 위생 규정, 인사 관리 등 복합적 요소를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양성되지 않으면, 한식당이 일정 성장 단계 이상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요리 인력 또한 ‘가정식 조리’와 ‘표준화된 산업 조리’ 사이 균형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이 충분한지 점검이 필요하다.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한식 브랜드가 체인화되거나 규모를 키울 때 품질과 서비스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과 지원 방향성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부 정책은 해외 박람회 참가, 이미지 제고 행사, 시범 한식당 지원 등에 집중돼 왔지만, 실제 산업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연구개발, 표준화, 식품 안전 규정 대응, 현지 법규 자문 등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여러 부처와 기관이 저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책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중복과 단절이 발생하고, 민간 기업은 어떤 지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식 기업이 해외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한식 세계화 과정에서 다양성과 표준화의 균형을 찾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과 가정마다 다른 맛과 조리법은 한식의 핵심 매력이지만, 해외 소비자에게는 지나친 다양성이 오히려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비빔밥 하나를 내놓더라도 전통형, 간편식형, 채식·할랄 옵션 등 다양한 요구를 아우르는 설계를 해야 하며, 소비자가 무엇을 기본형으로 인식하고 어떤 변형이 가능한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표준과 유연성 사이의 조율 작업이 부족하면, 한식은 흥미로우나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수수께끼 음식’으로 남을 수 있다.
디지털 환경과 콘텐츠 활용 측면에서도 한식 세계화는 아직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음식 관련 영상과 소셜 미디어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시대에, 한식도 드라마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되지만 이를 상품 구매와 서비스 이용으로 연결하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정 드라마에 등장한 한식 메뉴가 화제를 모았을 때, 이를 간편식이나 밀키트, 레스토랑 메뉴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기적 구조가 갖춰진다면 산업적 파급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식 세계화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국내의 막연한 기대와 달리 해외 소비자의 현실을 면밀히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형태와 시스템을 고민하는 차분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