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얼거려서” 8개월 아들 때린 친모 구속…병원 경고 뒤 귀가한 사흘, 아이는 숨졌다

생후 8개월 된 아들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구속됐다. 아이는 폭행 이후 병원에서 두개골 골절 등 심각한 머리 손상을 진단받았지만 입원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고, 사흘 뒤 의식을 잃은 끝에 숨졌다. 경찰은 친모의 폭행뿐 아니라 치료 지연과 방임 여부, 친부의 방조 가능성까지 수사하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즉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달 10일쯤 경기 시흥시 자택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 B군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폭행 이후 부천의 한 병원을 찾았고, 병원은 B군에게 두개골 골절 등 중대한 머리 손상이 있어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부부는 입원을 거부하고 귀가했고, B군은 사흘 뒤인 13일 의식을 잃어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4일 숨졌다.
경찰 수사는 병원의 학대 의심 신고로 시작됐다. 경찰은 A씨의 자택에 설치된 홈캠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가 아이를 집에 둔 채 수 시간 외출하는 등 방임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씻기다가 넘어뜨려 다쳤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려 그랬다”는 취지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병원이 이미 위중한 상태를 확인했는데도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생후 8개월 영아의 두개골 골절과 머리 손상은 즉각적인 치료와 보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진이 학대 가능성을 의심했다면 신고 의무가 작동해야 하고, 보호자가 입원을 거부할 경우 아동을 어떻게 분리·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아이가 병원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위험한 환경으로 돌아간 경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폭행 횟수와 경위, 치료를 미룬 이유, 홈캠에 담긴 추가 학대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친부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방임이나 학대 방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단순히 A씨 한 명의 폭행 행위만이 아니라, 아이가 다친 뒤 사망하기까지 가정 안팎에서 어떤 보호 실패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학대치사 사건은 대개 폐쇄된 가정 안에서 벌어진다. 영아는 말을 할 수 없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외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호는 병원 진료 기록, 이웃의 신고, 어린이집·보건소 접촉, 가정 방문 기록처럼 제한적이다. 그래서 한 번의 신고와 한 번의 진료가 생명을 가르는 결정적 기회가 된다.
이번 사건은 부모의 폭력이라는 명백한 범죄와 함께, 위기 아동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작동했는지 묻고 있다. 아이가 심각한 머리 손상을 입은 채 병원을 찾았을 때, 치료 거부를 단순한 보호자 선택으로 넘겨도 되는지, 학대 의심 상황에서 의료기관·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 사이의 즉시 연계가 충분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