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연구, AI가 절감한 노동시간 가치 연 2조7000억달러
-86개국 GDP의 3.4% 수준…실제 GDP 증가액과는 다른 개념
-생산성 이익은 고임금 직종에 집중…개도국일수록 편중 더 심해
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제 업무에서 절감한 시간을 임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2조7000억달러에 이른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가 나왔다. 이는 조사 대상 86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이 수치는 AI가 실제로 GDP를 2조7000억달러 늘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AI 사용으로 절약된 노동시간을 각국 임금 수준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한 ‘노동비용 등가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편익이 모든 노동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IMF 연구진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AI 활용으로 발생하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직종에 더 많이 집중됐으며, 저소득 국가에서는 극소수 전문직에 편익이 몰리는 현상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AI가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더라도 그 혜택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2조7000억달러는 ‘GDP 증가액’이 아니다
이번 연구는 IMF 연구진 레이철 위팅 판과 하 민 응우옌이 2026년 7월 발표한 워킹페이퍼 ‘AI의 총편익과 그 분배’에 담겼다. 연구진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앤트로픽 경제지수의 5개 시점 자료를 이용해 100개국이 넘는 국가의 실제 AI 사용 패턴을 분석했다. 각 시점마다 약 100만건의 Claude 대화를 직업별 과업과 연결해 어떤 직종에서 AI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AI가 줄여준 업무시간을 각 국가의 임금수준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하는 ‘노동비용 등가치(LCE)’를 만들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한 현재 AI 사용의 연간 가치는 약 2조7000억달러로 추정됐다. 조사 대상 86개국의 2025년 명목 GDP 합계 79조2000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3.4%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경제성장률이나 실제 부가가치 증가액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도 AI가 절약한 시간이 실제 생산 증가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기업과 근로자가 그 편익을 어떻게 나누는지, 시장 가격과 임금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추가로 가정해야 GDP 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AI가 절약한 ‘시간의 가격’을 계산했다
이번 연구가 기존 AI 생산성 전망과 다른 점은 기술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추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어떤 직업이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계산하는 기존 노출도 연구와 달리, 실제로 어느 직종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는지를 측정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AI를 이용해 코딩시간을 줄였다면 그 절약시간에 해당 직종의 임금을 적용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교육과 사무, 영업 등 다른 직종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시간 절감 가치를 산출하고 이를 국가별·직업별로 합산했다.
따라서 2조7000억달러는 기업의 실제 매출 증가나 노동자의 실제 임금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AI 사용이 만들어내는 시간 절약을 노동비용 관점에서 금액화한 추정치에 가깝다.
추정치는 1조4000억~5조5000억달러까지 달라질 수 있다
2조7000억달러라는 숫자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Claude의 전체 시장 점유율과 사용량 확대 정도에 관한 가정을 바꾸면 노동비용 등가치는 연간 1조4000억달러에서 5조5000억달러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자료에는 기업용 API 사용과 Claude 이외의 다른 AI 플랫폼 사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반대로 실제 업무시간 절감이 모두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산출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2조7000억달러는 AI의 정확한 세계경제 기여액이라기보다 현재 사용량을 바탕으로 생산성 효과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AI 사용은 소프트웨어에서 사무·교육·영업으로 확산됐다
초기 생성형 AI 사용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고숙련 기술직에 강하게 집중됐다. 그러나 연구기간 동안 사용 분야는 교육과 사무업무, 영업 등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직종의 평균 임금은 낮아졌다. IMF 연구진이 계산한 사용량 가중 평균 임금은 13개월 동안 5.5%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직종에서도 AI 활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평균 임금이 낮아졌는데도 전체 노동비용 등가치는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다. 교육과 사무, 영업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평균 임금이 낮더라도 종사자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AI 활용이 확산되면 절약되는 총 노동시간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생산성 이익은 여전히 고임금 직종에 더 많이 돌아갔다
AI 사용이 여러 직종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편익의 분배는 아직 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IMF 연구진이 새로 만든 ‘AI 집중지수(ACI)’를 적용한 결과 거의 모든 국가에서 AI 활용 가치가 저임금 직종보다 고임금 직종에 더 많이 집중됐다.
AI 집중지수는 AI 사용에서 발생한 가치가 한 국가의 임금분포 가운데 어느 쪽에 집중되는지를 측정한다. 값이 0이면 노동시장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다는 의미이고, 양수가 커질수록 고임금 직종에 편익이 집중됐다는 뜻이다.
미국의 AI 집중지수는 0.44로 나타났다. 고임금 직종에 편익이 기울어져 있지만 여러 직업군으로 AI 사용이 상당 부분 확산된 상태다. 반면 탄자니아는 0.98로, AI 활용 가치가 임금분포 최상단의 전문직에 거의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개도국에서는 ‘소수 전문직의 기술’에 머무는 경향
저소득 국가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AI 이용률이 낮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의 범위도 매우 좁다는 점이 더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우간다와 캄보디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AI 활용으로 발생하는 가치가 소수 전문직 집단에 사실상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호주와 영국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교육과 사무, 영업 등 더 다양한 직종으로 사용이 퍼져 있었다.
탄자니아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는 전체 노동자의 5%에도 미치지 않지만 AI 생산성 편익의 대부분이 이 집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과 단순노무, 서비스 종사자 등 다수 노동자는 현재 AI 활용의 직접적인 편익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AI가 불평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격차를 확대할 수도
이 결과는 AI가 새로운 불평등을 처음부터 만들어낸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영어 활용 능력, 전문직 비중이 높은 집단이 AI를 먼저 사용하면서 기존 격차가 기술 활용 격차로 다시 나타나는 과정에 가깝다.
고임금 전문직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과 디지털 역량을 이미 갖춘 경우가 많다. 업무 자체도 문서작성과 분석, 코딩, 정보검색처럼 생성형 AI와 직접 결합하기 쉬운 경우가 많다.
반면 농업이나 단순 서비스업처럼 물리적 작업 비중이 높은 직종에서는 현재 생성형 AI만으로 직접적인 생산성 향상을 얻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 수준뿐 아니라 산업구조 자체가 AI 편익의 분배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AI 편익은 더 넓게 퍼졌다
IMF 연구는 국가 소득 수준과 AI 편익의 분산 정도 사이에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고소득 국가에서는 AI 사용이 다양한 직업으로 퍼지면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고임금 전문직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국가의 규제 준비도 역시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I 관련 제도와 규제 기반이 잘 마련된 국가일수록 GDP 대비 더 많은 AI 활용 가치를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경제 역시 AI 편익을 더 많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경쟁력이 기업의 모델 성능이나 데이터센터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산업구조, 교육체계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언어도 새로운 AI 격차를 만든다
연구진은 공식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AI 활용이 다양한 직업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언어 장벽이 AI 편익을 소수 전문직에 집중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생성형 AI의 다국어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훈련데이터와 전문용어,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영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영어 활용 능력이 높은 전문직이 AI를 먼저 도입하고, 그렇지 않은 직업군은 활용이 늦어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AI 접근성 정책은 인터넷 보급이나 컴퓨터 공급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지 언어 기반 AI 서비스와 직업별 교육 콘텐츠,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까지 함께 확대해야 편익의 분산이 가능하다.
다만 편중 현상은 일부 국가에서 완화되고 있다
현재 AI 편익이 고임금 직종에 집중돼 있다고 해서 이 구조가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AI 사용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교육과 사무, 영업 등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국가의 집중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8월부터 11월 사이에는 분석 대상 108개국 가운데 25개국, 23%에서 AI 집중지수가 낮아졌다. 이어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 사이에는 111개국 가운데 47개국, 42%에서 집중도가 하락했다.
생성형 AI가 처음에는 소수 기술직의 생산성 도구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일반적인 업무도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생산성이 올라가도 소득격차는 커질 수 있다
AI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과 노동자 사이의 소득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고임금 전문직이 AI를 활용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한다면 해당 직종의 생산성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이 이 생산성 증가분을 임금이나 성과보상으로 나눈다면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저임금 직종이 AI를 활용할 기회가 적다면 같은 기술혁신이 경제 전체의 평균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IMF 연구가 실제 임금불평등이나 고용 감소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도 일자리 대체와 임금 압축 등 노동시장 결과는 이번 분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명시했다.
2조7000억달러를 누가 가져가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AI가 어느 직종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 사용으로 절약된 노동시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다. 절약된 가치가 실제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지 기업의 이익으로 귀속되는지는 분석하지 않았다.
AI가 노동자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생산성 향상이 임금 증가와 더 나은 근로조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동일한 생산량을 더 적은 인력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고용 감소와 업무강도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2조7000억달러라는 숫자보다 앞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생산성 증가분을 노동자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나누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주로 직업별·국가별 분포를 분석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직접 측정한 자료는 아니다. 따라서 AI 생산성 편익이 대기업에 더 집중됐다고 이번 연구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AI 도입에는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전문인력,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용 AI 시스템과 API, 내부 데이터 연계가 본격화되면 개인이 공개형 생성 AI를 사용하는 수준과 기업 전체 업무를 AI로 재설계하는 수준 사이의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번 연구가 기업용 API 사용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분석에서 중요한 변수다.
AI 정책의 목표도 ‘도입률’에서 ‘확산 폭’으로 바뀌어야
그동안 각국의 AI 경쟁력은 투자금액과 데이터센터, 모델 개발기업 수, 이용자 수 등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IMF 연구는 AI가 경제 전반에 퍼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만큼 어떤 직업이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수 고임금 전문직이 AI를 매우 활발하게 사용하더라도 농업과 서비스, 행정, 제조 현장으로 활용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AI 정책도 첨단 모델 개발 지원과 함께 일반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프트웨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핵심 문제는 생산성이 아니라 분배가 될 수 있다
IMF 연구가 추정한 연간 2조7000억달러의 노동비용 등가치는 생성형 AI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실제 GDP 증가액이 아니라 현재 AI 사용으로 절약된 시간을 임금으로 평가한 추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결과는 그 편익의 방향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AI 활용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직종에 더 많이 집중됐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소수 전문직으로의 편중이 훨씬 심했다.
다행히 AI가 교육과 사무, 영업 등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집중도가 낮아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확산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과정만으로 충분히 빠르게 이뤄질 것인지다.
AI 시대의 경제정책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고숙련 노동자와 일부 기업이 얻은 생산성 이익을 경제 전체로 얼마나 넓게 확산시키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2조7000억달러의 시간을 절약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질문은 그 시간을 누가 절약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경제적 가치를 누가 가져가는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