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업황 바닥론 부상…CJ ENM·스튜디오드래곤·SBS, 광고 침체 속 반등 신호 점검
TV광고 16개 분기 연속 부진 전망에도 하반기 저점 확인 가능성
티빙 성장·드라마 라인업·광고 규제 완화가 업황 회복 변수로 부각

국내 미디어 업종이 장기 침체 구간의 바닥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TV광고 시장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하반기 광고 감소 폭이 낮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축소될 경우 업황 저점 확인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나증권은 8일 발간한 미디어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미디어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CJ ENM(035760), 스튜디오드래곤(253450), SBS(034120)의 목표주가는 모두 하향했다. 보고서는 업황 바닥 접근이라는 긍정적 신호와 개별 기업의 구조적 부담이 함께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핵심 변수는 TV광고다. 하나증권은 TV광고가 또 한 번 20% 내외 감소하거나 16개 분기 연속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 기업의 전통 수익원인 방송 광고가 장기간 위축되면서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되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JTBC 관련 이슈로 tvN과 SBS 등이 반사 수혜를 얻을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광고 업황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락 폭이 둔화되는지가 중요한 국면이다. 보고서는 하반기 TV광고가 낮은 한 자릿수 역성장에 그친다면 업황 저점이 확인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미디어 업종 투자 판단이 실적 급반등보다 침체 강도 완화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CJ ENM은 2분기 매출액 1조3천억원, 영업이익 3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영업이익은 9% 증가하는 수준이다. 컨센서스 340억원에는 대체로 부합하는 실적으로 평가됐다. 부문별로는 미디어플랫폼, 커머스, 음악이 실적을 방어하고 영화·드라마 부문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TV광고 부진에도 티빙 성장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됐다. KBO 시즌 효과를 바탕으로 티빙의 구독, 광고, 해외 판매가 모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의 티빙 광고 매출 목표에 따르면 티빙 광고 매출은 2024년 320억원, 2025년 590억원에서 2026년 1천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OTT 광고 모델이 방송 광고 부진을 일부 보완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CJ ENM의 기업가치에는 부담 요인도 남아 있다. 보고서는 CJ ENM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넷마블 지분에 대한 판단 부재와 티빙·웨이브 합병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넷마블과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가치 하락을 반영해 CJ ENM의 목표주가는 5만3천원으로 24% 하향됐다. 7월 7일 종가 3만2천900원 기준 상승여력은 61%로 제시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됐다. 하나증권은 스튜디오드래곤의 2분기 매출액을 1천423억원, 영업이익을 142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하는 수준이다. 방영 회차는 77회로 전년 동기 36회보다 크게 늘었다. ‘은밀한 감사’, ‘유미의 세포들3’,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이 반영된 결과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은 콘텐츠 편성 확대와 해외 판매가 뒷받침하고 있다. 선판매는 아마존향 6회로 부진했지만, ‘은밀한 감사’의 해외 판매 호조와 1분기 대작 부재에 따른 제한적 상각비 부담이 실적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보다 편성은 줄어들 수 있지만, ‘천천히 강렬하게’ 등 텐트폴 작품이 있어 실적 방어는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주가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보고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2027년 예상 PER 15배 수준의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모회사 CJ ENM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자체 모멘텀이 부족해 주가가 모회사 흐름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따라 목표 PER을 기존 33배에서 25배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3만7천원으로 23% 하향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하반기 라인업은 투자 판단의 또 다른 변수다. 보고서에 따르면 tvN에서는 ‘최애의 사원’, ‘나의 유죄인간’, ‘포핸즈’, ‘100일의 거짓말’ 등이 예정돼 있다. 티빙에는 ‘대리수능’이 편성될 전망이며, SBS 금토극으로는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제시됐다. 콘텐츠 제작사의 실적은 방영 편수뿐 아니라 2차 유통과 해외 판매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BS는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증권은 SBS의 2분기 매출액을 2천437억원, 영업손실을 8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하는 흐름이다. 컨센서스 55억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별도 TV광고는 4~5월 선방했지만 6월 월드컵 영향으로 부진했고, 선거 관련 비용 25억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SBS의 하반기 변수는 광고 회복과 드라마 흥행이다. 보고서는 7월부터 광고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JTBC 이슈에 따른 반사 수혜 가능성도 거론했다. 여기에 4분기 지상파 광고 일 총량제 확대가 예정돼 광고 규제 완화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일 총량제 확대 폭은 17%에서 20%로 제시됐다.
드라마 성과도 긍정적 요인이다. 보고서는 SBS 드라마 ‘김부장’의 폭발적 흥행을 언급했다. 하반기 라인업으로는 ‘재벌X형사2’,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굿파트너2’, ‘나인 투 식스’ 등이 제시됐다.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과 비캡티브 제작 라인업도 포함돼 있다. 광고 회복과 콘텐츠 성과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실적 반등의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다.
SBS의 목표주가는 1만8천원으로 10% 하향됐다. 2027년 예상 지배주주순이익 350억원, 목표 PER 10배를 적용한 결과다. 7월 7일 현재 주가 1만2천490원 기준 상승여력은 44%로 제시됐다. 실적 전망은 낮아졌지만 업황 저점 통과 가능성은 유지된 것이다.
미디어 업종의 구조 변화는 OTT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의 국내 서비스 OTT 월간활성이용자(MAU) 추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천617만명으로 1위를 유지했고, 티빙은 970만명, 쿠팡플레이는 885만명, 웨이브는 397만명, 디즈니플러스는 313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티빙은 국내 OTT 가운데 의미 있는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며 CJ ENM의 플랫폼 가치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 이슈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콘텐츠웨이브의 연간 실적은 매출 성장에도 영업손실이 이어진 흐름을 보였다. OTT 시장은 이용자 확보와 광고 매출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콘텐츠 투자 부담과 합병 지연이 기업가치 산정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 업종의 투자 환경은 회복과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TV광고 부진은 여전히 현재형이지만, 하락 폭이 둔화되고 OTT 광고·구독 매출이 확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편성 회복과 해외 판매 성과가 중요하고, 방송사는 광고 규제 완화와 콘텐츠 흥행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업황 바닥론은 즉각적인 회복보다 침체 강도 완화에 초점을 둔다. CJ ENM은 티빙 성장과 커머스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은 모회사 영향에서 벗어날 자체 모멘텀 확보가 과제다. SBS는 광고 회복과 드라마 흥행이 실적 정상화의 핵심이다. 하반기 미디어 업종의 방향은 광고 감소 폭, OTT 광고 매출 확대, 주요 드라마 흥행 여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